“투석 치료 이르는 만성 콩팥병 원인 1위는 2형 당뇨병…콩팥 기능 유지 중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4.08.21 07.48
[J인터뷰]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형천 교수
만성 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2형 당뇨병이다.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말기 콩팥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의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이 약 4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미국 신장 데이터 시스템(United States Renal Data System)의 2023년 연간 데이터 보고서에서도 당뇨병이 38%로 말기 신부전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진행성 질환인 만성 콩팥병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선행 질환인 2형 당뇨병 관리가 중요한 배경이다.
한국은 최근 10년(2011~2021년)간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증가율 1위다. 콩팥 기능이 나빠져 말기 신부전 단계에 이르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주기적으로 알부민뇨(Urine Albumin Creatinine Ratio·UACR),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과 같은 콩팥 손상 지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들 검사는 만성 콩팥병 진행과 예후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다.
미국당뇨병학회(ADA),국제신장병가이드라인기구(KDIGO),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등 주요 글로벌 학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모든 2형 당뇨병 환자는 최소 1년에 한번 이상 알부민뇨,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알부민뇨(UACR ≥30mg/g), 추정 사구체 여과율 감소(eGFR≤60 mL/min/1.73㎡)를 동반하면 10년 누적 사망률이 47%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형 당뇨병만 있을 때 10년 누적사망률이 4.1% 증가한다. 콩팥 상태에 따라 10년 누적 사망률이 10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최근 콩팥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현상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당뇨병 콩팥병 치료제(케렌디아, 성분명 피네레논)에 주목한다. 콩팥에 직접 작용해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한다.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콩팥 손상 지표의 개선을 확인하면서 2형 당뇨병 콩팥병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형천(대한신장학회 이사장) 교수에게 2형 당뇨병 환자의 적극적인 콩팥 모니터링 필요성과 최신 당뇨병 콩팥병 치료 전략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형천(대한신장학회 이사장) 교수.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의 여러 선행 질환 중에서 2형 당뇨병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2형 당뇨병으로 혈당이 높은 상태로 지내면 콩팥을 이루는 사구체의 미세혈관이 손상된다.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크고 작은 혈관이 손상되는 당뇨병 합병증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흔히 당뇨발만 걱정하지만 콩팥도 만만치 않다. 대한신장학회에서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의 원인 질환을 분석했더니 1위가 당뇨병, 2위가 고혈압이었다. 2형 당뇨병은 특히 콩팥 손상 속도가 빨라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2형 당뇨병 환자는 만성 콩팥병 고위험군이다.
만성 콩팥병으로 콩팥 사구체의 여과율이 떨어지면서 노폐물을 거르는 속도가 느려지고 알부민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알부민뇨가 나타나도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만성 콩팥병 환자 수는 29만6000명으로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추정 만성 콩팥병 환자는 성인 9명 당 1명인 약 4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만성 콩팥병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콩팥병이 악화하면 노폐물이 몸에 쌓이게 되어 혈압 상승, 빈혈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콩팥병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매년 알부민뇨 검사,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모니터링하면서 콩팥 기능을 점검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최근엔 콩팥의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2형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 손상을 막아 만성 콩팥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이를 통해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해 투석 치료나 콩팥 이식을 해야 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결과적으로 콩팥 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억제해 말기 신부전에 도달하는 비율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 치료를 받거나 신장 이식을 하게 되면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서 부족한 콩팥 기능을 투석 등 의학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치료비가 추가되면서 치료비가 증가한다. 그래서 초기에 진단해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이행하는 것을 막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대한신장학회의 말기 콩팥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말기 신부전 환자수는 2010년 9335명에서 2022년 1만8598명으로 12년 동안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투석 환자의 의료비는 신장 질환이 없는 환자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말기 신부전 환자의 의료비가 전체 국가 의료비용의 3.2~4.1%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다. 환자 개인적으로도 평생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감도 상당하다. 참고로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재생이 어렵다. 남아있는 콩팥 기능을 지키기 위한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다.”
-2형 당뇨병 환자가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지 않기 위해선 조기 진단이 중요해 보이는데,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을 어떻게 진단하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콩팥 상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우선 혈액 검사로 콩팥 기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가늠하는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확인하고 소변검사로 알부민뇨가 검출되는지 살피는 알부민뇨 검사를 한다. 2형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자주 받지만 소변 검사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만성 콩팥병 초기 지표인 알부민뇨는 소변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면 매년 혈액·소변 검사로 콩팥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대한신장학회, 대한당뇨병학회를 비롯해 국제신장병가이드라인기구(KIDGO), 미국당뇨병학회(ADA) 등에서도 당뇨병 환자에게 매년 혈액·소변 검사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한다.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투석·신장이식 고위험군이다.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빠르게 나빠지고 이렇게 망가진 콩팥은 회복이 힘들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초기부터 콩팥 기능을 지켜주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한신장학회에서도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치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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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혈액·소변 검사로 콩팥 상태 모니터링해야
투석 치료 받으면 1인당 의료비 10배 증가
남아있는 콩팥 기능 유지하는 치료가 중요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치료제가 올 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되는데.
“콩팥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만성 콩팥병 진행을 늦출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는 혈압·혈당을 조절해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간접적인 치료로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을 보완한 새로운 무기가 20여년 만에 새로 나온 것이다. 피네레논은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에 직접 관여하는 새로운 작용 기전으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감소 효과, 만성 콩팥병 진행 억제 효과와 심혈관 혜택을 확인했다.
피네레논 연구에서 주요하게 볼 부분은 추정 사구체 여과율, 알부민뇨 등의 콩팥 손상 지표의 개선이다. 가장 앞선 3상 임상이었던 FIDELIO-DKD 연구에서는 치료 4개월째에 알부민뇨를 위약군 대비 31% 감소시켰다. FIGARO-DKD 연구 데이터와 통합 분석했을 때 1~4단계까지 넓은 범위의 만성 콩팥병 환자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된 FIDELITY 연구에서도 치료 시작 후 첫 4개월 동안 평균 알부민뇨를 위약군 대비 32% 감소시키는 일관된 결과를 나타냈다. FIDELITY 연구에서는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환자의 투석 위험을 20%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돼 환자들의 만성 콩팥병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알부민뇨 관리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 환자에서 중요하다. FIDELIO-DKD 아시안 환자 서브그룹 분석에 따르면, 위약군 기준 아시안 외 환자는 베이스라인과 비교해 36개월 동안 알부민뇨의 변화가 거의 없다. 반면 아시안 환자의 경우 알부민뇨가 36개월 차에 베이스라인 대비 2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피네레논은 비당뇨병성 만성 콩팥병 환자 대상으로 한 FIND-CKD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향후 결과가 나오면 만성 콩팥병 치료 패러다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내분비내과와의 협진이나 1차 의료기관의 역할도 중요한가.
“콩팥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콩팥병 환자의 빠른 증가세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특히나 콩팥은 한번 손상되면 비가역적인 회복 양상을 보인다. 콩팥 기능이 약해지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을 1차적으로 치료하는 동네 병·의원이나 내분비내과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만성 콩팥병을 일으킨 원인 질환인 당뇨병 관리를 위한 혈당 조절은 기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장내과와 협진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면 예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예컨대 당뇨병만 있을 때와 당뇨병에 만성 콩팥병을 동반했을 땐 식단부터 달라진다. 만성 콩팥병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칼륨 배출이 어려워 잡곡·과일·채소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잡곡밥 대신 흰쌀밥으로 식단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심혈관 상태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콩팥과 심장은 혈역학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몸으로 혈액을 뿜어주는 심장과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은 하는 일은 다르지만, 혈액순환이라는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콩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심신 증후군이다. 이렇게 한번 나빠진 심장·콩팥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진료과에 따라 질환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환자를 살펴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으면 환자에게 더욱 도움될 수 있다고 본다.
말기 신부전으로 콩팥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는 신장내과에서도 손 쓸 방법이 없다. 당뇨병을 치료할 때 혈액·소변 검사로 콩팥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또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콩팥병 고위험군이라면 신장내과와 협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성 콩팥병 발생을 줄이고 콩팥 기능을 유지해 투석·신장 이식으로 질병이 진행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학회 차원에서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나.
“대한신장학회는 지난해 만성 콩팥병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환자 중심 치료를 위한 국민 콩팥건강증진계획 2033(KHP2033·Kidney Health Plan 2033)을 선포했다. 향후 10년간 만성 콩팥병의 인지도를 높여 선행 질환인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 악화로 만성 콩팥병 이환을 억제하고 말기 콩팥병 환자의 재택 치료(복막투석, 신장이식) 비율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 미션은 ①현 상태에서 2033년 예상되는 만성 콩팥병 환자 수를 10% 줄이고 ②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 콩팥병 환자 비율을 10% 줄이고 ③말기 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복막투석, 신장이식) 비율을 33%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만성 콩팥병 예방과 조기 진단을 위한 대국민 홍보, 교육 등 국민 건강 증진 연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만성 콩팥병이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하면 사회 경제적 부담이 높아진다. 환자 개인적으로도 투석 치료로 일상 유지가 어려워 삶의 질이 떨어진다. 조기 진단을 통한 적절한 치료로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기억하라. 콩팥 기능 저하가 의심된다면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콩팥 기능 저하를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콩팥은 여과 기능이 떨어져도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 내 몸 상태는 내가 안다고 자신하지 말아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 콩팥병을 일으키는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매년 추정 사구체 여과율과 알부민뇨 검사를 통해 자신의 콩팥 상태를 모니터링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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