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전유물 아닌 여드름, 발병 원인부터 치료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하세요

[허식 교수] 입력 2024.08.22 09.00

인제대 일산백병원 피부과 허식 교수

여드름은 피지선과 모낭에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얼굴과 몸의 털구멍에 면포, 구진, 농포 등 다양한 종류의 병변이 나타난다. 후유증으로 패인 흉터, 피부밑의 결절을 만들어 외모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신적으로도 괴롭히는 피부병이다.

사춘기에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 사춘기에만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여드름은 신생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어느 시기에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사춘기엔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지만, 성인기엔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심한 염증이나 몸통 침범, 흉터를 남기는 중증 여드름은 남자에서 더 많다.

여드름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그중에서도 Cutibacterium acnes(C. acnes)로 대표되는 세균과 그에 의한 염증 반응, 모낭 표피세포의 과다 증식 및 각화 이상, 피지의 과도한 분비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다. C. acnes는 피부에서 살아가는 피부 상재균 중 하나로 정상 피부에서도 피지선과 모낭에서 관찰된다. 하지만 C. acnes의 일부는 다양한 기전을 통해 직접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비하거나 피부에서 염증에 관여하는 세포를 자극해 여드름의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 이렇게 유도된 염증 반응은 여드름을 악화할 뿐만 아니라 여드름 흉터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

여드름이 발생하는 모낭은 입구 근처의 좁아지는 부위에 표피세포의 과다 증식이 나타난다. 과다증식된 표피세포는 모낭 입구를 막고 그로 인해 정체된 피지, 각질 세포 및 세균이 뭉쳐져 여드름의 가장 초기 병변인 미세면포를 형성한다. 남성호르몬은 피지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피지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중성지방이 C. acnes에 의해 분해되면서 여드름의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

남성호르몬은 사춘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므로 이 시기에 여드름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여성에서 여드름 악화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위의 네 가지 원인 외에도 호르몬이 여드름 발생에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여드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음식을 들 수 있다. 한동안 음식과 여드름은 관련이 없는 것이 정설로 여겨졌으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식이 여드름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 음식 중 탄수화물, 특히 그중에서도 혈당을 많이 높이고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게 하는 혈당 부하가 높은 음식이 여드름 악화와 관련이 있다. 즉 여드름이 없는 사람의 경우 녹황색 채소, 등푸른생선, 콩을 많이 섭취하는 반면에 여드름이 많이 나는 사람은 인스턴트 식품, 탄산음료, 라면, 과자, 삼겹살, 치즈를 즐겨 먹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여드름 환자에서 혈당 부하가 낮은 음식으로 식이조절을 했을 경우 여드름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 여드름을 줄이기 위해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여드름을 악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여드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드름은 염증성 병변의 정도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나눈다. 경증의 경우 국소도포제만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증이나 중등증의 경우 국소도포제와 경구 약물을 함께 사용해 치료해야 한다. 국소도포제의 경우 이전엔 항생제나 레티노이드 계열의 단일 제제를 사용했으나 최근엔 보다 큰 효과를 얻기 위해 레티노이드와 항생제, 레티노이드와 과산화벤조일 등의 복합제를 사용하거나 새로 개발된 4세대 레티노이드인 트리파로텐 제제를 사용한다. 

또한 여드름 부위의 염증을 줄이기 위해 소염제 중 하나인 이부프로펜 성분의 연고를 사용한다. 국소도포제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편이지만 레티노이드 성분이 포함된 경우 상당한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도포할 땐 설명을 잘 듣고 사용해야 한다.

경구 약물의 경우 항생제 계열의 약물 또는 레티노이드 계열의 이소트레티노인을 주로 사용한다. 이소트레티노인은 거의 모든 악화 기전을 차단해 주는 약으로 여드름 억제에 뛰어난 효과를 보일 뿐만 아니라 재발률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입술·피부의 건조를 유발하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증가할 수 있어 정기적인 피검사가 필요하다. 이소트레티노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태아 독성이 높다는 점이다. 약물을 사용 중인 여성이 임신할 경우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이 이소트레티노인을 사용할 땐 복용 기간부터 약물 중지 후 1개월까지 철저히 피임해야 한다.

청소년기엔 호르몬 자극에 의한 과다한 피지 분비로 여드름이 발생하는 반면 성인기엔 화장품에 의해 유분이 과잉 공급되거나 클렌징 부족으로 모공이 막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드름이 심한 성인은 일차적으론 가능한 한 화장의 단계를 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드름을 줄이기 위해선 되도록 화장을 안 하는 것이 좋지만 그럴 순 없기 때문에 올바른 세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안을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피지 분비를 자극하므로 하루 두 번 정도의 세안이 적당하다. 찬물보다 미온수가 좋으며 유분기가 많은 클렌징크림보다 클렌징 겔과 클렌징폼을 사용해 이중 세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분의 피지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로 예민해진 피부를 건조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적절한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의 건조를 막고 부서진 피부 장벽을 복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드름은 사춘기부터 성인기까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우리를 괴롭히는 질환으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악화한다. 여드름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선 약물치료 외에도 건강한 식사, 충분한 수면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고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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