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전립샘비대증, 언제부터 어떻게 치료하는 게 좋을까
[이종우 원장] 입력 2024.08.27 08.34
전립샘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 대표적인 남성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00년에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이어 2018년에는 14.3%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올해 말에는 20% 이상돼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가 늘면, 그에 비례해 전립샘비대증의 유병률도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립샘비대증은 방치할 경우 전립샘 크기가 증가하면서 요도가 막혀 소변을 보지 못하는 급성 요폐, 요로 감염이나 방광 결석이 발생하는 등 점점 진행해 적절한 치료 시기와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립샘비대증의 치료 방법은 크게 수술과 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다. 전립샘 크기가 매우 크고 증상이 심해 요폐나 혈뇨, 방광 결석 등이 동반되면 수술적 방법이 권장되지만, 마취나 수술에 따른 합병증, 수술 후 성기능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전립샘비대증이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하면 약물치료를 먼저 시작하고, 약물치료에도 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적절한 시기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 수술의 가능성은 대부분 줄일 수 있다.
전립샘비대증의 증상은 ▶요도가 막히면서 발생하는 배뇨 증상 ▶방광의 자극으로 인한 저장 증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배뇨 증상은 소변이 약하게 나오는 세뇨, 소변 시작이 힘든 주저뇨, 소변이 끊기는 간헐뇨, 소변을 봐도 남아있는 듯한 잔뇨감이 대표적이며, 이런 경우 방광 하부와 전립샘의 평활근을 열어주는 알파 교감신경차단제를 처방한다. 대개는 2주 이내에 즉각적으로 증상의 개선을 보인다. 다만 고령 환자는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혼용 시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저장 증상은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 야간에 소변을 보기 위해 깨는 야간뇨가 대표적이다. 알파 교감신경차단제와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를 적절히 복용하면 상당 부분 호전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방광의 자극을 줄여주는 항무스카린제나 베타 작용제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전립샘의 크기를 줄여주는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에는 대표적으로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가 있다.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는 전립샘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의 생성을 감소시켜 전립샘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피나스테리드를 4년간 장기 복용한 3040명에 대한 대규모 임상 연구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는 대조군에 비해 수술과 요폐 현상을 50% 이상 줄일 수 있었고, 소변 속도를 개선하며 전반적 증상을 호전시켰으며, 무엇보다 전립샘 크기를 30% 이상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이론적으로 발기 부전, 사정 장애, 성욕 감퇴와 같은 성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 378명을 대상으로 5년간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복용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약물을 복용했을 때 증상 개선이나 전립샘 크기 감소 정도는 두 군 모두 차이 없이 효과적이었지만, 발기부전, 사정 장애 및 성욕 감퇴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피나스테리드가 두타스테리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치료 중단율이 1~5%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이 또한 약물 복용 후 1년 이후에는 부작용 발현율이 현저히 낮아진다. 결국 치료 효과가 부작용을 훨씬 상회하므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충분한 상담 후 적절한 약물을 선택할 수 있다.
전립샘비대증 치료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까. 정답은 증상이 있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빠를수록 좋다. 소변보는 것이 불편하면 일단 비뇨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이다. 불편한 증상을 체크해 점수로 환산하는 설문지 작성과 문진을 통해 환자의 불편함 정도를 우선 파악하고, 혈액검사, 소변 속도 검사 및 전립샘 초음파를 시행해 현재의 전립샘 상태와 배뇨 장애 정도를 정확히 판단한다. 그리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고, 이후 효과와 부작용 등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여러 약제의 증감을 고려한다.
대한비뇨의학재단에서 실시한 전립샘비대증 인식 설문조사(2022~23)에서는 50대 이상 남성 500명 중 60%가 중간 정도 이상의 전립샘비대증 증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중 52%는 병의원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해 불편해도 적당히 참고 지내거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급성 요폐나 감염, 방광 결석 등의 합병증 발생으로 인해 수술을 진행한 경우가 약물치료를 꾸준히 한 환자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여러 연구결과를 토대로 볼 때, 합병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꾸준한 약물치료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전립샘비대증 진단 과정에는 전립샘암에 대한 선별 검사도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전립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단계는 비뇨의학과 방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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