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방병원협회가 한방병원에서 치료받은 교통사고 환자를 보험업계가 나이롱환자 취급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는 일명 ‘나이롱환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경상환자 치료비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경상환자의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 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하게끔 하고,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시 2주 간격으로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책임보험금 한도 초과율이 5년 평균치를 하회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책임보험금 한도액을 초과해 치료를 받은 자동차보험 환자’는 평균 47.4%였지만, 지난해에는 46.4%로 줄어 자동차보험 종합개선 방안 실시 후 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제도 개선 효과나 환자들의 불편함은 고려하지 않고 치료 시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면 바로 합의를 종용한다는 것. 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교통사고를 당하고 상해 치료를 위해 한방병원에 2주간 입원 뒤 통원 치료를 받기로 한 A씨는 사고 당시 편타손상으로 인한 목 통증과 어깨부터 팔까지 이어지는 불쾌한 통증으로 일상에 불편함이 지속됐다. 하지만 경상환자(12~14급)로 분류돼 4주 후부터 2주마다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했고 보험사로부터 빠른 합의를 종용하는 연락도 지속됐다. 

즉, 이런 일련의 처리 과정이 한방진료 교통사고 환자에게 조기 치료 중단의 압박으로 작용해 충분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특히 이런 빠른 합의를 종용하는 행태는 한방 치료를 받는 환자를 나이롱환자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단순 자동차보험 매출액은 21조484억원으로 전년(20조7674억원)보다 2810억원 증가했고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5539억원으로 전년(4780억원)대비 759억원 증가(15.9%↑)하는 등 지난 2021년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여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감소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을 단순 한방진료비의 과잉으로 몰고 가는 것은 맞지 않는 처사"라고 항변했다. 

이어 최근 한방진료비가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보험 대비 보장범위가 넓은 자동차보험 제도의 특성’과 ‘근골격계 치료에 특성화된 한의 치료행위에 대한 효과성’ 등이 반영된 영향 때문이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최근 5년간 비급여 항목 중 한방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세가 10%에 이르는 것은 그만큼 환자가 한의과 진료를 선택한 것은 더 효과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의과 진료의 경우 건강보험에서는 의과(양방) 진료보다 보장률이 낮고 비급여 행위에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한의과, 의과 진료 모두 동일하게 비급여 진료가 보장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가 그만큼 한방진료를 더 효과적인 진료로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SCI(E)급 저널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게재된 ‘교통사고 후 요통 환자의 복합한의치료 효과에 대한 Real world data를 활용한 후향적 차트 리뷰’ 논문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유증에 추나·약침·한약 등을 병행하는 ‘복합한의치료’는 치료 속도가 빠르고 환자들의 호응도도 높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 한방진료의 경우 낮은 보장성이나 비급여 행위의 실손보험 미적용 등으로 환자의 금전적 부담이 커 접근성이 낮다"며 "하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한의과 진료와 의과 진료간의 보장성 환경이 동일해 한방진료 효과를 경험한 다수의 환자가 한의의료기관을 선택해 관련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를 세트치료 등과 엮어 마치 한방병원들이 과잉진료를 이어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자동차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사고 이전 상태로의 원상회복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를 어떤 이유로든 침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1년 8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교통사고 후 한의치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5%가 한의의료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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