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어도 염증 조절 치료 꾸준히 받아야 암·수술 위험에서 멀어집니다"

[이민영 기자] 입력 2024.06.03 16.32

[대담 인터뷰]궤양성 대장염 바로 알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왼쪽)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영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여전히 고통받는 환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설사·혈변·급박변·복통 같은 증상이 3~4주 이상 이어지거나 장기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건 '궤양성 대장염'의 강력한 징후다. 만병의 근원인 염증이 대장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엔 진단이 잘 안 돼 치료가 늦어진 경우가 많았다. 급격히 증상이 악화하거나 대장암 발병으로 이어지고 대장을 절제해야 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건강검진에서 조기에 병이 발견되고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도 많아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병에 관한 올바른 정보가 잘 안 알려져 고통받는 환자가 적지 않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약 5만 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로 20~30대에 잘 나타난다고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특이하게 60대 남성에서도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 분야 전문가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영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에게 질병 특징과 치료에 대해 들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환자가 증가하는 배경은 뭔가.

천재영 교수

천재영(이하 천)=“최근 건강검진에서 궤양성 대장염으로 의심돼 진단받은 사람이 많다. 증상이 아예 없거나 혈변이 있었는데 이런 걸 모르고 지내다가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궤양성 대장염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유전 요인, 장내 미생물 변화, 장관 면역 체계 이상 등 복합적이다. 우리나라 환자 특징으로는 60대 남성의 발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환경적으로 추정되는 원인의 하나는 금연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발병 위험이 두배가량 높다.” 
 

황성욱 교수

황성욱(이하 황)=“과거엔 증상이 생기고 궤양성 대장염으로 정확히 진단받기까지 기간이 길었다. 병이 진행해 염증 범위가 넓은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아주 경증일 때 발견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장내시경이 보급돼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조기 발견에도 악화·재발이 많나.

=“증상이 잘 조절되는 상태를 관해라고 하는데, 상당수 환자가 관해에 도달한 후에 재발한다. 자의적 약물 중단과 불규칙한 약물 복용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다수의 연구에서 재발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건강보험공단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양성 궤장염 환자 중 약 50%는 처방받은 약을 잘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절반가량이 일주일에 2일 이상 약 복용을 거른다.”

=“병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특히 최근에 급격하게 늘어난 질환이다 보니 환자들이 찾아볼 자세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큰 문제점의 하나다. 생소함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으로 인해 증상이 좀 좋아지면 약을 안 먹는다. 이후 재발 악화로 뒤늦게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어도 매일 약을 먹어야 하나.
천=
“질병의 특징 중 하나는 증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선 '난 증상 없다, 괜찮다' 생각하나 염증은 남아있을 수 있다. 염증이 없어도 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환자들은 증상이 괜찮을 때 약을 더 안 먹는 경향을 보인다. 이럴 땐 한 번씩 개입해 내시경으로 염증이 있는 것을 보여준다. 염증에 의해 손상이 남으면 병이 확 나빠지고, 염증 자체가 나중에 좋지 않은 합병증을 만든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궤양성 대장염은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므로 평생 약을 먹으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합병증이 생기기 전까진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병의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다 다르다. 담당 의료진이 이를 잘 파악하고 환자에게 주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암과도 연관 있나.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합병증이 암이다. 몸 안 어디에서든 염증이 오래되면 암이 생길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에서 암이 생기면 원칙은 대장 절제다. 이 암은 일반적으로 아는 대장암과 달리 내시경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안쪽으로 파고들고 모양이 일반적인 대장암과 달라 내시경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주위에 염증이 있으면 암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염증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최근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0년 내 수술 확률 데이터를 보면 1%가 채 안 된다. 과거엔 대장암으로 악화하고 수술하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10년 기준 5%, 20~30년에는 10%까지도 됐다. 그러나 치료 약이 좋아지고 의사들도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0년 내 수술 확률은 1%가 채 안 된다. 치료 환경이 좋아져 질병 경과가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약을 처방받나.
=“치료는 크게 3단계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항염증제(5-ASA)이며 잘 안 들으면 면역억제제, 생물학제제, 소분자제제 등을 쓴다. 전체 환자 중 면역억제제까지 가는 환자가 20%,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로 넘어가는 환자가 10~20% 정도다. 이는 곧 첫 번째 치료 단계 항염증제인 5-ASA만으로도 잘 지내는 환자가 70~80%가량 된다는 의미다. 경증이었는데 치료를 안 해 갑자기 병이 악화하면 기본적인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다. 병이 어떤 속도로 어떻게 악화할지 미리 알기는 어렵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으로 치료할 수 있음에도 굳이 다른 방법을 찾고 불필요한 비용만 썼다가 병이 악화한 뒤 후회하는 환자를 여전히 본다.”

=“최근 치료 방향은 고용량 병용 치료다. 항염증제는 용량을 높이고 경구제와 국소좌약, 관장 제제를 병용해 투약하는 걸 권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5-ASA 용법은 염증 부위와 활성도에 따라 구분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만 국한된 염증의 경우 5-ASA 좌약이 경구제에 우선한다. 근위부 결장에 염증이 있으면 좌약이 도달할 수 없어서 5-ASA 경구제가 필요하다. 5-ASA의 가장 큰 특징은 용량 의존적으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점, 그리고 약물이 용출되는 부위에 국소적으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부작용이 발생해도 대개 용량에 의존적이지 않으므로 환자에게 적정한 최대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꾸준히 약 챙겨 먹기를 왜 어려워 하나.
=“천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약 용량이 높으면 효과가 좋다. 반면 높은 용량을 투여하려면 제형이 크고 알약 개수가 많아진다는 것에 환자들은 부담을 느낀다. 악화·호전을 반복해 경험하는 환자들도 매일 약 먹는 것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량을 처방하면 양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하는 환자들이 많다. 과거엔 작은 알약을 하루에 12알씩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환자들이 힘들어 했다. 최근엔 고용량, 하루 한 번 복용 제형들이 나오면서 개개인에게 최적화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옵션이 많아졌다.”

=“약 개수와 투약 횟수가 많으면 환자가 약 먹길 힘들어해 결과적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최근엔 제형 기술이 발달해 24시간 동안 천천히 약 효과가 방출되고 하루 한 번만 먹어도 되는 약들이 개발됐다. 약제를 선택할 땐 환자의 질병 활성도와 중증도, 염증 범위, 연령, 동반 질환 또는 과거력, 약제 사용력과 이전 약제에 대한 반응 또는 부작용 여부, 임신 계획, 직업, 순응도, 보험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약제를 새로 추가하거나 변경할 시점에는 위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환자와 긴밀히 상의한다.”

-환자들이 스스로 챙길 점은 뭔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환자도 공부해야 하는 병이다. 굳이 찾아서 공부하지 않아도 나이 드신 분들은 혈압·혈당 관리를 안 하면 심장병·뇌졸중 생긴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궤양성 대장염은 병이 심한 환자들조차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내버려 두는 사람이 많다. 병원 가서 맹목적으로 약만 처방받아 가고 먹다 말다 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약 한 번으로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므로 스스로 공부하며 실천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대한장연구학회에서 발간된 올바른 정보를 담은 책자도 있고, 염증성 장 질환 전문 교수들의 콘텐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병에 걸리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우회나 개인 블로그 같은 정보를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잘못된 정보로 불필요하게 공포감을 크게 갖는 사례가 있다. 대장암에 걸리거나 약이 안 들어 수술해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을 여과 없이 보는 것보다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정확한 정보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잘 치료하면 대부분 환자는 1단계 약만으로도 일반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다 보니 중증 난치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자주 마주한다. 신중하게 선택한 치료 약제가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으로 사용할 수 없을 때 환자도, 의사도 좌절하거나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담당 의사와 계속 고민하면 대부분 해법을 찾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병원을 멀리하지 않고 주치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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