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증가하는 서맥성 부정맥…무전극선 심박동기로 흉터 없이 치료”
[권선미 기자] 입력 2024.04.25 11.18
심장 박동이 지나치게 느린 서맥성 부정맥은 3대 심장 질환 중 하나다. 심장이 느리게 뛰면 몸에서 필요한 혈액 요구량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어지럼증, 전신 무기력, 숨가쁨 등의 증상을 보인다. 서맥성 부정맥은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지만, 증상이 일반적이어서 저혈압, 빈혈, 노화로 인한 무기력증으로 생각해 방치하기 쉽다. 서맥성 부정맥이 악화하면 실신, 인지 능력 감퇴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김민 교수에게 서맥성 부정맥 증상과 무전극선 인공 심박동기를 활용한 최신 서맥정 부정맥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김민 교수가 서맥성 부정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1. 서맥성 부정맥으로 심장 박동이 느려지면 어떻게 되나.
“심장은 분당 60~100회의 빠르기로 규칙적으로 뛰면서 전신으로 혈액을 공급한다. 만약 심장 박동이 분당 50~60회 미만으로 느려지면 심장 내 혈류나 압력에 변화가 생기고 심장 본연의 펌프 기능이 약해지면서 혈액을 심장 밖으로 힘차게 밀어내지 못한다. 그 여파로 뇌·간·위 등 주요 기관으로 공급하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심장 박동의 속도가 병적으로 느려 신체에서 필요한 만큼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어지럼증, 실신, 호흡곤란, 무기력증, 인지 능력 감퇴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서맥성 부정맥으로 심장 박동이 느려지는 이유는 심장의 전기적 전도 체계에 문제가 생겨서다. 심장은 인체의 전기적 신호를 받아 박동한다. 심장의 오른쪽 윗부분에 위치한 동방결절에서 규칙적으로 만들어지는 전기 자극에 따라 심장이 수축·이완을 반복한다. 그런데 서맥성 부정맥으로 심장이 수축·이완하도록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는 동결절이 제 역할을 못하거나(동기능 부전), 동결절에서 만들어진 전기 자극이 심실로 제대로 전도되지 않으면서(방실전도 차단) 심장 박동이 느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맥성 부정맥과 관련이 깊은 동기능 부전, 방실전도 차단은 65세 이상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80세 이상에서 가장 많다. 특히 고혈압·당뇨병·심장 질환 등 내과적 질환을 동반했을 때 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서맥성 부정맥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Q2. 서맥성 부정맥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심전도 검사나 경동맥 촉진 등으로 심박수가 유의하게 감소했는지 확인해 진단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진단이 까다롭다. 서맥성 부정맥 증상이 나타난 순간 심전도 검사를 시행해야 부정맥을 발견하고 확진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그 순간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길어야 1분 남짓인 심전도 검사를 받을 때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심전도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단순히 심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오더라도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부정맥 발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심장 박동 등을 24시간 기록하는 홀터 검사나 1~2주 동안 착용하는 패치형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제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연속 심전도 모니터링 기간을 늘려 부정맥 증상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다. 심장이 느리게 뛰거나 어지럼증·실신 등 서맥성 부정맥 의심 증상이 있다면 심장 부정맥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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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맥성 부정맥 발병률 65세 이상부터 늘어나
심장 박동 느려지면서 어지럼증·실신 증상 보여
무전극선 심박동기 이식 성공률 99%
Q3. 서맥성 부정맥은 어떻게 치료하나.
“증상을 동반한 경우라면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심장에 전기 자극을 보내 심장이 박동하는 역할을 하는 인공 심박동기 삽입이 필요하다. 인공 심박동기는 심장의 박동을 감지해 심장 자체의 고유한 박동은 최대한 살리고 심장 박동이 느려지면 전기 자극을 발생시켜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도록 한다. 인공 심박동기 삽입으로 서맥을 유발하는 증상을 완전히 해소해 정상적인 일상이 가능하다. 심장의 펌프 기능을 회복하면서 전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예전에는 힘이 들어 할 수 없던 활동이나 운동도 다시 할 수 있다.
급성기 서맥성 부정맥이라면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 만성적으로 투약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서맥성 부정맥은 심해지면 실신,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맥성 부정맥으로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다면 인공 심박동기 삽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Q4. 최근엔 전극선이 필요없는 인공 심박동기도 나왔다던데.
“무전극선 심박동기다. 손가락 마디 한개 정도 크기로 매우 작다. 허벅지 대퇴정맥을 통해 스텐트를 삽입하듯 카테터를 집어넣어 심장의 우심실에 인공 심박동기를 위치시킨다. 전극선이 없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 것이 장점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전극선이 없는 인공 심박동기는 감염이나 합병증 비율이 훨씬 적은 것으로 보고된다. 무전극선 심박동기는 19개 국가 환자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식 성공률은 99%이상이며 환자의 95% 이상이 시술 후 7개월 간 주요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99% 이상의 환자가 무전극선 인공 심박동기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기존 인공 심박동기의 경우 쇄골 피부 아래에 피부를 절개해 기다란 전극선을 정맥 혈관을 통해 심장 내부로 넣고 본체는 흉곽 피부 밑에 삽입한다. 외관상 흉터가 남고 쇄골 부분에 본체가 돌출된다. 전극선이 팔에 위치한 상지 혈관을 통과해 상대적으로 감염이나 혈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 또 과도한 활동으로 전극선이 손상되면 심박동 배터리 수명에도 영향을 미쳐 재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13~15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
Q5. 한국도 고령화로 서맥성 부정맥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서맥성 부정맥은 고령이면서 고혈압 등 내과 질환이 동반됐을 때 위험성이 더 높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95.3%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고, 이들 중 71%는 2개 이상의 복합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혈압·혈당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심장 질환 환자라면 경과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음주·흡연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은 개선하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심장 건강에 좋다.
만약 ▶심장이 매우 빠르게 혹은 느리게 뛰는 경우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이 심하게 답답한 경우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전신 피로감이 심한 경우 ▶난생 처음 느낄 정도의 강도로 가슴이 쥐어짜듯 심하게 아픈 경우 ▶가슴부터 어깨·목·등으로 통증이 퍼지듯 전파되는 경우라면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이땐 심장 부정맥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길 권한다.”
Q6.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서맥성 부정맥은 인공 심박동기 삽입으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심장에 뭔가를 넣는다고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인공 심박동기 삽입 치료는 오랜 시간 기계적 발전을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충분히 입증한 치료법이다. 최근엔 전극선이 없는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무전극선 인공 심박동기로 피부 흉터 없이 치료가 가능해졌다. 전극선이 혈관을 통과하지 않아 이에 따른 감염, 혈관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이는 등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다. 일상 활동도 더 자유롭다. 인공 심박동기 삽입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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