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너지 소모 많은 강박장애로부터 벗어나기

[권선미 기자] 입력 2024.04.15 13.25

치료받지 않으면 술이나 약물 의존도 커질 수도

강박장애는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정신 질환이다. 원하지 않는 생각, 충동, 장면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것이 강박 사고, 강박 사고나 특정 규칙에 따라 일어나는 반복적인 행동이 강박 행동이다. 집에 가스 불이 켜져 있어 화재가 날 것이란 생각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것이 강박 사고이고, 이러한 강박 사고에 따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지속해서 가스 불이 꺼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강박 행동에 해당한다. 강박 행동은 일시적으로는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심리적인 안정을 주지만 궁극적으로는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강박장애로 학업, 직업 등 여러 영역에서 심각한 장애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강박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에 세균이 있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 것과 같은 ‘청결 강박’과 문이 잘 닫혔는지, 가스 불이 잘 꺼졌는지를 자꾸 확인하는 ‘확인 강박’이 있다. 그 외 증상으로 ‘대칭·정렬 강박’은 물건이 바르게 배열돼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경우를 말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계속 모으는 ‘수집 강박’이나 불편한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는 증상도 있다.

생소할 수도 있는 강박장애는 평생 유병률이 2~3%일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이제 막 청소년기에서 벗어난 20대에 많다.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강박장애로 치료받은 환자 중 20대가 28.3%로 가장 많았다. 강박장애 환자 중 20대가 많은 이유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발병했을 때 치료를 받지 않아 악화하다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심해져 20~30대에 병원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학업, 직장 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소아·청소년기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흔하고 성인기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흔한 경향을 보인다.

강박장애는 전문의의 진찰 후 임상적 기준에 따라 진단이 내려진다. 진단에는 DSM(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5라고 하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쓰인다. 강박 사고 또는 행동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그러한 증상이 시간을 소모하게 하거나,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거나,사회적·직업적 영역에서 장애를 초래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매사에 꼼꼼하고 일 처리나 자기 관리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을 두고 강박장애가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꼼꼼함과 완벽주의가 사회적·직업적으로 장애를 주지 않는다면 강박장애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박장애는 생물학적·심리적인 원인에 따라 발생한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과 뇌의 전두-선조 신경회로의 기능적 이상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면 강박 증상이 악화하는 양상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돼 심리적인 원인도 증상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하고 약물·인지행동 치료 받아야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스트레스가 심하면 강박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치료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인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는 우울증에도 사용되는데, 우울증보다 고용량의 약물이 필요하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일반적으로 4~6주 후 효과가 나타나는데, 때에 따라 최대 8~16주 후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약물이 존재하고 개인에 따라 약물 반응·부작용 발생에 차이가 있으므로 인내를 가지고 약물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행동치료에는 완벽주의, 과도한 책임감 등 강박장애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생각을 좀 더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꿔보는 치료가 포함된다. 행동치료로는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이 대표적이다. 노출은 강박 증상을 유발하는 자극에 노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결 강박이 있는 사람이 더러운 물건을 만지도록 하는 식이다. 반응 방지는 강박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에도 강박 행동을 하지 않고 견뎌 보는 것이다. 청결 강박이 있는 사람이 더러운 물건을 만지고 난 뒤 손을 씻지 않고 지내보는 것이다. 강박 증상이 유발돼도 강박 행동을 하지 않고 견디다 보면 강박 행동 없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강박 행동 없이 지내는 데 점점 익숙해지게 된다.

강박장애는 저절로 좋아지는 사례가 거의 없다. 치료받지 않으면 대부분 증상이 지속되고 심한 불안을 유발하므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강박장애가 지속되다 만성화하면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 기분장애가 동반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자살 사고 및 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병원에 가는 것이 꺼려지거나 치료가 될지 의심할 수 있지만 일단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돼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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