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수 기자] 입력 2024.04.02 10.40
남성 전립샘비대증, 여성 방광염 요주의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면역력 저하로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이 시기 남녀를 불문하고 비뇨기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전립샘비대증과 방광염이 대표적이다. 전립샘비대증은 겨울, 방광염은 여름철에 주로 발병한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기온 차가 크게 나는 환절기에 이들 질환을 겪는 환자가 다수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전립샘비대증은 기온 자체보다 일교차에 더욱 영향을 받는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전립샘의 요도 괄약근을 자극하는 데다 전립샘의 수축·이완 작용에 부담을 주는 탓이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이라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강남베드로병원 비뇨의학과 전문의 양승철 원장은 "전립샘비대증은 40대 이후부터 발병률이 증가해 60대에는 60%, 80대에는 80%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전립샘이 계속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 배뇨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감을 겪는다. ▶소변 줄기의 힘이 없어지고 중간에 끊김 ▶잔뇨감 ▶빈뇨와 갑작스러운 요의 ▶배뇨에 시간이 걸리는 증상 ▶수면 중 갑작스러운 요의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질환을 그대로 두면 배뇨장애로 인해 요로감염, 방광 결석, 콩팥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커진다. 심하게 커진 전립샘이 소변 배출을 완전히 막는 급성 요폐가 발생하면 소변줄을 꽂아 소변을 배출시켜야 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 그만큼 미리 증상을 꼼꼼히 체크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초기 환자의 경우 약물이나 대기 관찰 요법 등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됐다면 시술 혹은 수술 치료가 필수적이다. 70세 이상 환자나 전립샘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경우라면 한 번의 시술로 오랜 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요도전립샘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전립샘을 절제하지 않아도 될 때는 유로 리프트(전립샘 결찰술) 시술도 권장할 만하다.
유로 리프트 시술은 비대해진 전립샘의 측엽을 당겨 묶어줌으로써 요도를 넓게 확장해 주는 시술이다. 조직을 절제하거나 태우지 않아 발기부전, 요실금 등의 합병증이 적다. 시술 시간 또한 15~20분 정도로 짧고 일상으로의 복귀도 빠른 편이다. 시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장점이다.
방광염은 요로 감염으로 인한 염증성 질환이다. 여성 2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정도로 흔해 '방광에 생기는 감기'라는 별칭이 있다. 방광염은 주로 면역력이 약해질 때 걸려 환절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을 볼 때 통증이 느껴지는 배뇨통이다. 소변 횟수가 증가하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려운 급박뇨도 겪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 소변에 피가 섞이는 혈뇨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양 원장은 "이러한 증상이 한두 가지 이상 갑작스럽게 발생하면 급성 단순 방광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방광염의 증상은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하나 만성 방광염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특히 대장균·포도상구균·장구균 등 세균과 바이러스가 요관을 타고 역류해 신우와 신장까지 올라가면 신우신염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신우신염이 반복되면 혈액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방광염일 땐 가급적 병원을 찾아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받는 게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배뇨 등 미리 방광염을 예방하는 생활 습관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양 원장은 "전립샘비대증과 방광염은 흔한 질환으로 여겨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병증 악화로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저하돼 질병이 발병하기 쉬운 만큼 남녀 모두 비뇨기 건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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