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치료 중요한 건선, 학업·직장으로 주사 치료 어렵다면 먹는 약이 대안

[권선미 기자] 입력 2024.04.02 07.24

[닥터스 픽] 〈111〉 판상 건선 치료법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중증 판상 건선으로 치료받고 있는 30대 남성 환자입니다. 건선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고 민간 요법도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현재는 3개월에 한 번 피부과를 방문해 생물학적 제제 주사를 맞으면서 피부 상태가 호전돼 재취업했습니다. 건선은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데, 출장 등으로 병원 방문 일정을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어 걱정됩니다. 만약 주사를 맞아야 할 때를 놓치거나 내성 등으로 약효가 떨어져 다시 건선이 올라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은 괜찮지만 건선이 재발하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좀 더 편하게 건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건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의 조언

면역학적 이상으로 발병하는 건선은 전신 염증성 피부 질환입니다. 피부에 좁쌀 같은 붉은 발진이 돋고 은백색의 피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피부 증상이 특징입니다. 특히 가렵고 따가운 피부 증상도 괴롭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병변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합니다. 건선은 감염성 질환이 아닙니다. 악수·포옹 같은 신체 접촉으로 옮지 않는데도 시각적으로 보이는 피부 병변에 공공 장소 출입을 꺼리고 학업·직장 생활을 어려워합니다. 

건선은 피부 각질을 만드는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합니다. 초기에는 무릎이나 팔꿈치, 엉덩이에 각질이 쌓이면서 피부가 하얗게 일어납니다. 더 진행하면 병변이 손바닥만하게 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선은 피부 증상을 개선·유지하는 올바르고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특히 피부가 깨끗해졌더라도 계속 치료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건선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질문자는 건선으로 인한 피부 증상만 고민하지만, 건선을 오래 앓으면 전신 건강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건선으로 인한 염증은 겉으로 보이는 피부뿐만 아니라 심혈관·관절·장 등 신체 내부까지 침범합니다. 건선이 고혈압·당뇨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건선 관절염으로 손가락·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이 붓고 뻣뻣해지다가 관절이 틀어지면서 변형됩니다. 


건선은 눈에 보이는 피부 증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건선으로 의심된다면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올바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만 건선이라는 질환을 알지 못해 여전히 민간요법, 보완대체의학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습니다. 

치료는 건선의 중증도, 활성도, 병변 형태, 발생 부위, 나이, 스트레스 취약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도합니다. 경증일 땐 건선 부위에 연고·겔 등을 발라 증상을 완화하고 중증이라면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를 써서 깨끗한 피부로 회복합니다. 장기간 치료로 약효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생물학적 제제로 교체해 투약하면 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근엔 먹는 약으로 치료 편의성을 높인 약(듀크라바시티닙/ 제품명 소틱투)도 국내 도입됐습니다. 건선 치료를 위해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유일한 경구제로, 치료 시작 시점부터 용량 조절없이 하루 1회 투약하면 됩니다. 특히 이번달 1일부터 광선 치료 또는 전신 치료 대상 성인 환자의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연간 1인당 투약 비용도 약 91만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건선은 사회 생활이 활발한 10~30대 젊은층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학업·출장으로 주사 투약을 위한 병원 방문이 어렵다면 치료 일정 조율이 가능한 먹는 건선 치료제를 고려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음식 섭취와 무관하게 복용 가능합니다. 듀크라바시티닙 역시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휴미라·스텔라라 등 기존 건선 치료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와 비슷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참고로 듀크라바시티닙의 피부 증상 90% 개선(PASI90) 도달률은 치료 16주차에 35.5%, 24주차에는 42.2% 입니다. 특히 일본에서 진행한 임상에서 PASI90 도달률은 치료 16주차 46.8%, 52주차 66.7%로 동양인에게 더 높습니다. 

TYK2 억제제라는 새로운 기전의 경구제 신약인 듀크라바시티닙은 건선 발병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IL-23/IL-17 경로의 중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TYK2 신호를 선택적으로 표적해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내성 등으로 더는 쓸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가 없을 때도 유용합니다. 듀크라바시티닙은 장기간 처방에도 약물에 대한 항체반응(Antidrug antibody)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건선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닙니다. 건선 치료 영역에서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한 만큼 피부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로 증상을 관리하면서 건강한 일상을 보내길 바라겠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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