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불필요한 두려움 말고, 연령·크기·수술법 따져 치료 신중히"

[이민영 기자] 입력 2024.03.19 08.33

전영일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나이 들면 뇌혈관에 보수가 필요한 곳이 종종 발견된다. 혈관 모양이 비정상적인 뇌혈관 기형, 뇌혈관의 약한 지점이 풍선처럼 부푼 뇌동맥류가 그렇다. 이 중 일부는 뇌출혈의 원인이 되곤 한다.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전영일 교수는 뇌동맥류와 뇌혈관 기형을 개두술과 혈관 내 수술, 두 가지 방법 모두로 치료하는 하이브리드 신경외과 의사다. 뇌혈관에 하자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찾고, 다시 새집처럼 사용할수 있게 고친다. 전 교수는 치료 성공을 위해 동맥류 특성을 아는 것과 의사의 자질,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건강검진 등에서 뇌동맥류 발견이 많아진 데 따른 일부 불필요한 수술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뇌 혈관을 자칫 잘못 건드리면 집이 무너져내리듯 뇌 전체에 영향을 줄수 있다고 말한다. 전 교수에게 뇌동맥류/뇌혈관 기형의 특징과 치료 시 주의점을 들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최근 뇌동맥류에 관심이 커지는 배경이 뭔가.
"치료법이 발전했다. 여기에 더해 건강 검진에 영상 검사가 많이 포함되면서 숨어있는 뇌동맥류까지 찾아 치료할 정도로 전체 수술 건수가 몇배 늘었다. 주변 경험담을 듣고 불안해 검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뇌혈관 질환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져 문제가 생기는데, 뇌동맥류는 더 드라마틱하다. 주변에서 누가 쓰러졌는데 뇌동맥류가 터졌다고 하더라, 불구가 되었다더라, 돌아가셨다더라고 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체 뇌혈관 질환에서 뇌동맥류와 뇌혈관 기형은 일부에 해당한다."

-치료에 신중해야 한다는 건가.
"뇌동맥류/뇌혈관 기형 치료의 성공은 병 자체의 특성, 의사의 자질과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뇌혈관 기형은 선천적이다.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 수술 난도가 높다. 큰 기형이면 뇌 전체가 망가질 수 있어서 다 치료하진 않는다. 요즘은 지켜보는 경향이 있다. 뇌동맥류는 자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길다. 아주 작은 초기 동맥류는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변수는 치료하는 사람의 자질, 실력이다. 위험성이 낮은 동맥류에도 불필요한 치료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어려운 동맥류는 수술 난도가 높아서 실력이 좋지 않으면 문제 생길 확률이 높다. 보수적이면 그냥 두자,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치료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한다. 교과서에는 두고 보자고 해도 지금까지 봐온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면 치료하는 쪽으로 결정한다. 경험에 따라 다 다르다. 동맥류 터질 확률이 낮고 수술하다 문제 생길 확률이 높으면 안 해야 한다."

-수술 결정 시 위험 요소는 뭔가.
"뇌동맥류는 크기와 환자 나이를 종합해 터질 가능성을 따져본다. 크기가 클수록, 또 앞으로 오래 가지고 살아가야 할수록 터질 위험이 누적된다. 이를 추정하는 연구결과를 보면 외국의 경우 5~7㎜를 넘을 때 터질 확률이 높다고 나왔다. 동양인 혈관은 서양인보다 약하다고 보므로 더 작은 크기에서도 터지며 동맥류 자체의 특징도 중요하다. 제일 고민되는 건 3~4㎜ 다. 나이에 따라 수술 여부와 시기를 고려한다. 여명이 10~20년 정도인 사람들에게 발견되면 두고 보는 경향이 많다. 젊은 연령에서 발견됐으면 적당한 시기에 치료한다.

뇌 기형은 어디가 문제 되는지를 잘 찾아야 한다. 기형은 동맥과 정맥의 압력 차와 혈류 방향에 문제를 일으킨다. 혈액은 동맥을 통해 뇌에 영양분을 공급한 뒤 노폐물을 끄집어내 정맥으로 나온다. 동맥과 정맥의 압력 차는 5배 정도인데, 완충 작용을 하는 여러 혈관을 거치며 압력이 서서히 떨어진다. 하지만 기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생기면 완충 작용 없이 동맥과 정맥이 바로 이어져 약한 부위에 압력이 많이 걸리고, 혈관이 늘어나 커지는 경우가 있다. 또 정맥이 동맥에 연결돼 빠져나가야 할 피가 역류·정체해 혈관이 붓고 흐물흐물해져 출혈이 생긴다."

-어떤 수술 방법들이 있나.
"전통적인 수술은 절개(개두술)다. 절개 후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보며 손과 기구로 한다. 수술 범위를 작고 간단히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다 혈관 내 치료법(코일 색전술)이 생겼다. 뇌는 혈관이 워낙 작고 구불구불하며 약해 수술법의 발전이 좀 늦었다. 혈관 내 수술은 엑스레이를 보며 하고, 기구와 수술 테크닉이 다르다. 피부를 절개할 필요는 없다. 2000년대부터 하다 보니 절개 수술만 할 수 있거나 혈관 내 수술만 하는 의료진도 있고, 둘 다 하는 의료진도 있다."

전영일 교수는 개두술과 혈관 내 수술로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하이브리드 신경외과 의사다. [지미연 객원기자]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대상 질환과 수술 방법의 위험성을 따져보고 결정한다. 가장 문제는 혈관이 터질 확률이 높고 수술에서 잘못될 확률도 높은 경우다. 수술에는 코일 색전술과 개두술 두 가지가 있으므로 경험 있는 사람은 각 수술법에 따른 진행 상황과 위험도를 경험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절개하는 수술이라고 더 위험하지 않고, 동맥류가 작다고 간단한 것도 아니다. 코일 색전술에서의 위험성이 20%이고 개두술에서는 5%면 개두술로 간다. 외과 의사는 자신의 기준으로 안전한 방법을 찾는다. 수술 시간에서는 두 방법의 큰 차이가 없다. 마취, 수혈 분야도 발전해 체력 소모에 별다른 영향을 안 미친다. 가장 큰 차이는 심리적 공포감인데, 흉터와 통증의 불안감이 불편한 정도이고 안전성과는 관련 없다."

- 환자가 챙길 점이 궁금하다.
"주변 사람의 경험을 통해 들은 공포감 때문에 수술받는 환자도 있다. 환자가 불안해하면 의사는 치료하는 쪽으로 결정하기 쉽다. 치료 안 해도 된다고 얘기하고 놔뒀다가 문제 생기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어느 쪽이 이득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선 환자 본인 결정이 중요하다. 수술이 결정되면 적극적인 협조가 치료 성공에 중요한 요소다. 동맥류는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든 재발할 수 있다. 수술 전후 몸 관리를 잘해 합병증이 안 생기게 해야 한다. 뇌동맥류와 뇌혈관 기형은 집의 전체 구조와 안전성에 문제없으나 부분적으로 설계가 잘못돼 벽 한쪽이 없거나, 원자재가 좀 안 좋아 창문이 빨리 깨지는 것과 같다. 하자 있는 부분만 부분적으로 보수하면 새집이 된다. 집을 깨끗하게 쓰는 생활습관과는 크게 관련 없다. 반면 동맥경화와 관련 있는 뇌경색은 평소에 집을 잘 관리 안해 지저분해진 것과 관련 있다. 보수한다고 새집이 되는 건 아니다."

 
-두통과 관련 있나.
"가라앉지 않는 두통, 갑자기 심한 두통, 점점 심해지는 두통은 병의 징후라고도 한다. 그런데 세 가지에 다 해당해도 검사해보면 괜찮다고 나올 확률이 높다. 나이 들어서 두통이 걱정돼 검진해보니 뇌동맥류가 있더라, 누구는 뇌출혈이 생겼다더라고 해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큰 병원에 가면 굳이 몰랐어도 될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중환자들이 오는 곳이므로 단순 두통이어도 검사를 하게 되다 보니 검사 건수가 높아지고 뇌동맥류도 많이 발견된다. 그러다 보니 1~2㎜ 정도의 뇌동맥류를 가지고 치료를 고민하는 경우가 생긴다."

-뇌동맥류/뇌혈관 기형이 걱정되면 언제 검사받는 걸 권하나.
"40대 정도에 한번 CT나 MRI로 확인해 치료 대상이 되는 정도의 뇌동맥류가 있는지 확인해볼 만하다. 이때 발견 안 되면 이후에는 생길 확률이 거의 없다. 보통 40, 50대에 발견되고 60대 정도에 수술받는다. 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있으면 좀 더 일찍 신경을 써볼 순 있으나 너무 젊을 때부터 할 필요는 없다. 뇌동맥류 중 아주 일부가 유전되는 경향은 있다. 다낭성 신장과 뇌동맥류가 같이 있는 경우다. 뇌동맥류가 어머니와 형제 중 한명에게 있어도 신장이 괜찮으면 유전적 영향이 큰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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