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펌프 치료 활성화 위한 체계적인 교육 필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4.02.15 17.24

[J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

인슐린 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1형 당뇨병은 혈당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스스로 목표 혈당을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에 따라 장기 예후가 달라진다.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인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다. 일명 인공 췌장이다. 하루종일 5분마다 혈당의 변동 양상을 모니터링하면서 약해진 췌장 상태에 맞춰 인슐린 주입량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이를 통해 혈당이 갑자기 치솟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1형 당뇨병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 치료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슐린 펌프 치료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에게 1형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와 인공 췌장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

Q1. 1형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뭔가.

“자가면역적 요인으로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손상돼 인슐린 생산·분비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흔히 알고 있는 2형 당뇨병과 비슷하다. 고혈당으로 소변을 자주 보고 갈증을 심하게 느껴 물·음료를 많이 마시며 음식도 많이 먹는다. 밤에 자다가 깨서 소변을 보거나 실수를 하기도 한다. 체중 감소,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1형 당뇨병은 발병하면 급성으로 진행한다. 대개 증상이 수 일에서 수 주 정도 지속해 병원을 찾는다. 증상만으로는 1형인지, 2형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고혈당으로 확인되면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1형 당뇨병 여부를 감별한다.”

Q2. 인슐린 치료가 절대적인 1형 당뇨병에서 연속 혈당 측정(CGMS)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루 24시간 혈당 변화 양상을 알 수 있어서다. 혈당은 변동성이 큰 생체 지표다. 얼마나 많이 먹고(식사), 움직였는지(운동)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그런데 1형 당뇨병 환자는 몸에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족한 인슐린을 외부에서 보충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고혈당이나 저혈당이 생기지 않도록 적정 범위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손가락 끝에서 혈액을 채취해 하루 6~10회 혈당을 측정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혈당을 측정하는 당시의 혈당만 알 수 있다. 그러나 혈당은 계속 변한다. 측정 당시에는 목표 범위 내의 혈당이니 잘 관리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측정하는 시점과 시점 사이의 혈당 변화를 알지 못해서다. 물론 목표 범위 내에서 잘 유지할 수도 있지만, 고혈당·저혈당을 반복할 수 있고 측정 후 혈당이 치솟으면서 계속 고혈당 상태였다가 측정 무렵 혈당이 떨어지면서 정상 혈당으로 측정될 수도 있다. 당화혈색소 측정 역시 혈당 측정 직전 2~3개월 동안의 평균적인 혈당 조절 상태만 파악할 수 있다. 매일, 매시간 혈당 변동성은 알기 어렵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연속 혈당 측정기(CGMS)다. 하루 24시간 동안 혈당 변화를 5분 간격으로 측정해 데이터로 저장·관리하는 연속 혈당 측정기를 활용하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따라 구체적으로 혈당이 얼마나 오르고 내리는지 변동 양상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혈당, 혈당 변화 추세, 혈당 변동성 등 다양한 정보로 혈당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혈당 측정 방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정보로 혈당 조절에 많은 도움이 된다.”

Q3. 1형 당뇨병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외부에서 부족한 인슐린을 평생 투약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인슐린을 투약하는 방식에 따라 ①식사 등 인슐린이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주사하는 ‘다회 인슐린 주사 요법’ ② 복부 등 피하에 인슐린이 든 기계(펌프)를 연결해 인슐린을 투여하는 ‘인슐린 펌프 치료’로 구분한다. 인슐린 투약을 위해 혈당을 측정한 다음 인슐린 투여량을 계산해 투약한다.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있다. 다회 인슐린 주사 요법은 인슐린을 주입하기 위해 약을 늘 들고 다녀야 하고 하루에도 최소한 3~4번 이상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한다. 특히 환자 나이가 어리면 보호자가 따라다니면서 투약을 관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인슐린 펌프 치료는 몸에 인슐린 주입을 위한 기계를 달아야 한다. 아무래도 외관상 눈에 띄다보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케뉼라 등으로 연결돼 피부 자극이 나타날 수 있다. 인슐린 펌프 기계에서 인슐린이 잘 나오도록 관리 역시 잘해야 한다. 

둘다 좋은 방법이지만, 인슐린 펌프 치료가 더 세밀하게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인슐린 펌프 제품에 연속 혈당 측정기를 연동한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는 시간·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체내 인슐린 요구량 변화에 맞춰 인슐린 투여량을 자동으로 판단해 기저 혈당을 조절할 수 있어 1형 당뇨병의 치료 목표인 혈당 목표 도달에 유리하다고 본다.”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로 고혈당·저혈당 예방 가능
1형 당뇨병 혈당 관리 효과 입증…교육 부족으로 활용도 떨어져
인슐린 펌프 치료율 높이기 위한 지원 필요

Q4.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자동화된 인슐린 펌프)의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는 최근 1형 당뇨병 분야에서 주목하는 치료법이다. 연속 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결합하면 연속 혈당 측정을 통해 실시간 혈당 변동 상태를 분석해 자동으로 인슐린을 투약한다. 혈당 변동폭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 혈당이 갑자기 치솟거나 떨어지면 결국 혈당 조절이 어려워져 각종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는 췌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김재현 교수는 “1형 당뇨병 치료 효과를 입증한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의 국내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는 여러 연구에서 다회 인슐린 주사 요법, 인슐린 펌프와 비교해 우월한 혈당 조절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연속혈당측정기와 결합된 인슐린 펌프의 경우 지원되는 기능에 따라 당화혈색소를 낮추는 것 외에 급성 혈당 합병증을 낮출 뿐 아니라, 연속 혈당 측정기를 통해 평가되는 목표 범위내 혈당(당 수치가 70~180mg/dL에 머무는 시간의 비율)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양한 임상적 근거로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는 1형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청소년/성인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를 임상적 근거 수준이 매우 높음을 의미하는 A등급으로 권고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모든 성인인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 위험과 당화혈색소를 낮추기 위해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 사용을 권한다. 혈당 관리 목표 범위 내 시간을 10% 늘리면 당화혈색소를 0.6~0.8%까지 감소시킬수 있고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Q5. 혈당 관리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의 치료율이 낮다고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에서는 인슐린 치료가 절대적인 1형 당뇨병조차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로 치료하는 비율이 5%가 채 안 된다. 미국에서는 1형 당뇨병 환자의 50% 정도가 인슐린 펌프로 치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1형 당뇨병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 치료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치료법이다. 제품을 구입하고 소모품 교환 등 유지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 다행히 올해 2월 말 시행될 예정인 1형 당뇨병 지원 정책으로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슐린 펌프를 몸에 착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하루 24시간 플라스틱 바늘인 캐뉼라를 꽂고 인슐린이 든 기계를 달고 생활해야 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처음엔 거추장스러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상태로 운동을 포함한 모든 일상이 가능하다. 방수 기능이 있다면 착용한 채로 샤워·수영도 가능하다. 물놀이를 하는데 시선이 꺼려진다면 그 날은 몸에 부착한 기기를 빼고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관리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인슐린 펌프 사용·관리법을 익히는 집중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라고 해서 몸에 달아 놓으면 저절로 혈당이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가 있어도 운전할 줄 모르면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혈당에 영향을 주는 식품은 무엇인지, 내가 먹은 식사량에 따른 탄수화물 섭취량을 어떻게 계산할지, 인슐린 펌프에 인슐린은 어떻게 주입하는지, 목표 혈당 세팅은 어떻게 설정할지, 캐뉼라 등 인슐린 펌프에 쓰이는 소모품은 어떻게 교체해야 하는지, 신체 컨디션에 따른 기계 세팅값 변경은 어떻게 설정할지 등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운전도 실습 교육을 받고 연수를 받듯이 여러 차례 배우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이런 교육을 수행할 인력·시간이 부족한데다 충분한 보상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두 차례 제품 사용·관리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능숙하게 쓰기 어렵다. 환자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인슐린 펌프 사용·관리법을 배우기 어렵다보니 비용을 들여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결국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받으면 연속 혈당 측정으로 평가한 목표 범위 내 시간(TIR·Time In Range)이 불과 46.9%였던 환자군이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를 사용했을 때 71.9%로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효율적 사용을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Q6. 당뇨병 유병기간이 긴 1형 당뇨병은 철저한 인슐린 치료가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목표 범위 내로 혈당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혈당 변동성이 크다면 고혈당·저혈당을 오가면서 결국 혈당 조절이 어려워져 각종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인슐린 치료를 하더라도 인슐린 필요량보다 더 많이 투여하면 저혈당이 생기고 적게 투여하면 고혈당 상태가 된다. 고혈당이든 저혈당이든 생명에는 치명적이다. 고혈당 상태면 당뇨병케토산증이 나타나고, 저혈당이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안정적 혈당 관리에 유리한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자동화된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면 실시간 혈당 측정으로 저혈당이 발생할 것을 미리 예측해 대응할 수 있고, 예측하지 못한 고혈당을 완화할 수 있어 혈당 관리에 유리하다. 이는 1형 당뇨병 장기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로 어렸을 때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은 유병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고혈당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진다. 만약 7세 때 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면 20년이 지났어도 고작 27세다.”

Q7. 마지막으로 1형 당뇨병 환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형 당뇨병은 아직까지 완치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혈당 관리를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여러 약제와 기기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당뇨병을 관리하는 데에는 꾸준함이 중요하지만, 여러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를 혼자 감당하긴 어렵다. 당당 주치의나 환자 단체에 힘든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받길 바란다. 당뇨인과 가족들의 슬기로운 당뇨 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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