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엔 암보다 심장 문제 더 많아…좁아진 심장 판막 타비로 치료”

[권선미 기자] 입력 2024.02.05 07.29

[J인터뷰]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

심장 판막 질환이 고령화 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장에서 혈액을 펌프질할 때 열리고 닫히는 문(판막)이 노화로 딱딱하게 굳으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낯선 질환이지만 증상 발현 후 2년 내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실신, 가슴 통증, 숨 가쁨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중증도 이상으로 진행하기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은 심장 판막 질환을 앓고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조기 진단·치료를 위한 질환 인식이 시급한 이유다.

최근엔 가슴을 열지 않고 허벅지 혈관을 통해 대동맥을 거쳐 심장까지 접근해 생체 재질의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타비)의 잠재력에 주목한다.국내 타비 치료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에게 타비 치료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들었다. 그는 미국 심장학회, 대한심장학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한 심장 전문가로 타비 치료만 1000회 이상 시술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심장의 좌심실과 연결된 대동맥 판막이 노화로 딱딱하게 굳으면서 좁아져 전신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평생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판막은 신체 노화로 점점 두꺼워지고 칼슘이 들러붙어 석회화로 딱딱해지는 퇴행성 변화를 보인다. 특히 하루에 약 10만 번 이상 열고 닫히는 대동맥 판막이 노화로 석회화하면 심장이 더 강하게 수축하면서 과부하를 초래한다. 좌심실 압력이 높아지면서 말랑말랑해야 할 심장이 굳은살이 배긴 것처럼 딱딱해지면서 두꺼워진다. 

결국 심장에서 온 몸으로 내뿜는 혈액의 양이 줄면서 전신 혈액순환이 불량해져 심장은 물론이고 뇌·폐 등 주요 장기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대동맥 판막 질환을 시한폭탄으로 부르는 이유다. 심장 기능 저하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 헉헉대고 가슴 답답함을 호소한다. 뇌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어지럽다가 실신하기도 한다. 심장 판막이 보내는 위험 신호다.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같은 증상이 발현되고 나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2년 이내 둘 중 한 명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망가진 판막을 대체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년배와 비교해 걷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 함께 걷기 힘들다거나 예전보다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증상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움직이는 것이 힘드니 무의식적으로 신체 활동량을 줄이는 것이다. 쉽게 자가진단하는 방법이 있다. 계단을 2~3층 올라가보는 것이다. 이때 숨을 몰아쉬면 심장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는 병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이면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느껴져도 심전도 등 심장 상태를 살피는 검사를 받길 권한다. 심장이 비후해지면 심전도에도 변화가 나타나 판독이 가능하다.”

-인구 고령화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다. 국내 심장 판막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절반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병의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7년 2만6448명, 2018년 2만9123명, 2019년 3만1694명, 2020년 3만3202명, 2021년 3만7211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노화로 인한 대동맥의 퇴행성 변화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략 65세 이상 인구의 30%는 대동맥 판막의 경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앓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나이가 들수록 암보다 심장 문제에 더 신경써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근본적인 치료는 병든 판막을 대신할 새로운 판막을 넣는 것이다. 기존엔 새 판막을 넣으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추게 한 뒤 수술했다. 근데 고령자나 심장·간·신장(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전신 상태가 불량하고 수술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도 크다. 수술 위험도가 높아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수술을 시도하기 어려웠다. 수술적 접근이 어려운 경우 심장을 열지 않는 최소침습적 치료인 타비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허벅지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넣어 대동맥을 따라 심장까지 접근한 다음 인공 판막을 넣는다. 인공 판막은 자가확장형·풍선확장형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자가확장형 판막은 원래 크기대로 돌아가려는 형상기억합금 소재로 만들어져 천천히 자가확장하면서 자리잡는다. 대동맥판막의 석회화가 아주 심해 매우 좁아진 상태에서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타비 치료는 개흉 수술과 달리 심장을 열지 않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작고 회복이 빠르다. 시술 당일 바로 움직일 수 있다. 또 시술에 걸리는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아 체력적인 부담도 적다. 최근엔 국소 마취로도 시술이 가능해져 전신 마취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힘들었던 환자도 시술받을 수 있다. 참고로 국내 타비 치료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정부에서도 타비 치료의 효과성을 인정해 2022년부터 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수술 불가능군 ▶STS점수 >8%인 수술 고위험군 ▶80세 이상 환자 등에 대해 타비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했다. 산정 특례 대상인 중증 심장 질환은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 본인부담률이 크게 낮아졌다.”
 
국내 타비 성공률 98%…장기 효과·안전성 입증 
수술 위험도 낮은 그룹에도 타비 시술 확대 추세
고난도 타비 치료도 도전적으로 시도


-최근엔 수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에게까지 타비 치료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들었다.

“그렇다. 최근 저위험군 환자에게서도 타비 시술이 수술만큼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수술 저위험 환자군을 대상으로 자가확장형 판막을 이용한 타비 시술 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타비는 치료 1년 후 뇌졸중 발생률이 수술적 대동맥판막치환술(SAVR)과 비교해 26%나 줄었다. 사망률, 뇌졸중 장애 위험도 타비 치료가 수술보다 낮게 나타나 유의미한 치료 결과를 보여줬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에서도 시판 전 승인을 통해 수술 저위험군에서도 타비 치료를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K-TAVI 레지스트리 분석을 통해 수술 위험도에 따른 예후를 살펴봤는데, 사망률 등 예후가 수술 고위험군보다 저위험군이 더 좋았다. 향후 타비 치료가 수술 위험도와 상관없이 고령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치료의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젊고 수술 위험도가 낮아도 개흉 수술은 두려운데 80세 이하도 타비 치료가 가능한가. 
“상황에 따라 그렇다. 이때도 수술 위험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수술 위험도와 연령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으면 수술 위험도가 높아지고 반대로 어리면 전신 컨디션이 좋아 수술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타비 치료를 고려한다면 몸속에 이식하는 타비 심장 판막의 내구성을 고려해야 한다. 

젊은 나이에 타비 치료를 받았다가 조기에 인공 판막의 수명이 끝나버리면 예전보다 전신 상태가 나빠 수술도 어려운데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치료하기 위한 처치를 받아야 할 수 있다. 미국 심장학회 등에선 심장 판막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수술 위험도가 높지 않은 65~80세 환자도 수술적 대동맥판막치환술과 동등하게 타비 치료를 권고한다. 가족과 논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치료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타비 인공 판막의 내구성 등을 고려해 75세 이상부턴 타비 치료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

타비 심장 판막의 내구성을 확인한 임상 연구도 있다. 메드트로닉의 에볼루트는 여러 타비 심장 판막 플랫폼 중 유일하게 기관 무작위 임상 시험에서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내구성 데이터를 쌓아오고 있다. 판막 내구성의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생체 인공 외과 판막의 구조적 판막 변성 발생률이 에볼루트는 10년간 20.2%로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37.7%)보다 낮았다. 대략 타비 인공 판막은 한 번에 15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적으로는 체구가 작은 사람은 젊더라도 수술보다 타비가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체구가 작으면 수술 시 삽입하는 인공 판막의 크기가 작을 수 있는데 작은 인공 판막은 수명이 길지 않다. 차라리 타비가 나을 수 있다.”
 
-고난도 타비 치료도 도전적으로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재발한 경우다. 타비 안에 타비를 넣거나 기존 수술적 방식으로 치료한 심장 판막이 고장나 타비 치료로 재시술 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이미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한 차례 치료받은 적이 있는 만큼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타비 치료를 받은 경우엔 기존 타비보다 크기가 더 작은 타비를 겹쳐 넣는다. 이때 혈액이 새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틈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 얼기설기 엮은 틀 형태의 구조물에 인공 판막 조직을 넓게 덧대는 디자인으로 혈액 누수를 막을 수 있다. 기존 수술적 방식으로 작은 판막이 들어간 경우엔 좀 더 까다롭게 접근해야 한다. 타비를 넣을 때 수술로 이식한 인공 판막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밸브 프레임을 골절시켜야 한다. 해외에서 제시한 기법인데 타비 시술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시도하는 방식이다. 타비 시술 중에서도 최근에 나온 초고난도 기법이다. 나도 시도했는데 8번 정도 성공한 경험이 있다. 망가진 기존 판막을 방치한 채로 타비를 넣으면 각 기구가 서로 영향을 줘 내구성이 떨어진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도 타비 치료의 술기가 중요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심장 판막 문제 뿐만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관상동맥도 좁아진다. 좁아진 심장 혈관은 스텐트로 넓힌다. 그런데 타비 치료가 이뤄지는 부분과 심혈관 스텐트가 들어가는 부위가 매우 가깝다. 그나마 심장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치료를 먼저 받으면 접근이 쉬운 편이다. 그런데 타비 치료로 고장난 대동맥판막을 고쳤다면 이미 설치된 인공 판막 구조물 사이로 접근해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를 삽입해야 해 치료가 까다로울 수 있다. 심장 혈관 접근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타비를 시술해야 한다.”

-타비 치료를 고려하는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고령이라고, 수술할 수 없는 상태라고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라. 이럴 땐 심장 전문가외 상의하는 게 현명하다. 수술·시술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순환기내과·흉부외과 등이 모두 포함된 다학제팀과 상담을 통해 최적의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다고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이 질환은 서서히 병이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스스로 몸의 이상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갑자기 위중한 상태로 빠진다. 배영할 때 입이 잠겨도 못 느끼지만 코까지 물이 차오르면 금방 숨이 못 쉬는 것과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타비 시술 후에 열이 나면 바로 시술 받은 병원으로 찾아와라.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인공 판막을 달면 외부 감염에 취약해진다. 잇몸 염증이나 방광염, 폐렴, 패혈증 등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커 주의한다. 열이 났을 때 바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비교적 잘 낫는다. 외부 감염에 약한 만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에 철저하고 독감 백신도 꼭 맞아라. 양치질·스케일링 등 구강 건강에도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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