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골반통 유발하는 ‘밑 빠지는 병’ 방치하지 마세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3.11.21 13.51
골반장기탈출증의 최신 치료법
골반 안쪽에 있는 장기와 관련된 질환(골반저 질환)은 증상이 다양하다. 요실금,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변실금, 골반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길 수 있고 여성의 성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질점막이 빠져나오면 건조해지면서 성관계 때 통증을 일으키고 골반 근육이 이완하면서 성관계 때 만족감을 못 느낄 수 있다. 일부 여성은 성관계 시 소변이 찔끔 흐르는 요실금 때문에 수치심을 느껴 성관계를 피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병원에서도 정확하게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의 다양한 증상은 여성의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증세가 악화하면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처럼 실제로 장기가 탈출할 수 있다. 이를 통틀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칭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출산 이후 중장년층에서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 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직장류를 제외한 방광류 및 상세불명의 자궁질탈출, 상세불명의 여성생식기탈출은 60세 이후 급증하고 있다. 향후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고령 여성에서의 유병률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 교수는 “수치심으로 병원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나을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하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조속한 진료를 권한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50대도 골반장기탈출증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므로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골발장기탈출증은 증상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워 골반저 질환에 특화된 객관적 설문을 진단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수술로 기능 회복하고 증상 완화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골반저 질환은 문제가 생긴 장기의 빠진 위치나 정도, 환자 나이, 전신 건강 상태를 고려해 수술법을 결정하게 된다. 수술 치료를 통해 골반 내 장기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실금·변실금 같은 동반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성적 만족감도 개선할 수 있다. 유 교수는 “노령 여성에서도 성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골반저 질환의 수술 방법을 결정할 때 성기능도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크게 복부에서 접근하는 방법인 복식 수술법, 질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인 질식 수술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엔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 골반경 또는 로봇보조 골반경 수술법을 선호한다. 미국 백인 여성의 통계를 보면 80세까지 사는 여성의 18%가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중 30%가 재수술을 받는다고 보고된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백인여성의 통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으나 골반장기탈출증의 특성상 수술 후 재발의 위험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질을 통해 고정하는 수술보다 배를 통해 또는 복강경,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더 인정받고 있다. 다빈치 로봇수술은 복부 절개 없이 작은 구멍으로 로봇팔을 이용해 좁은 골반 공간 안에서 손상된 질벽 구조물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강·고정하고 정밀하게 봉합할 수 있다. 특히 로봇으로 메쉬(인조그물망)를 질에 부착해 천골에 고정하는 천골질고정 수술이 더 튼튼하게 장기를 고정해 재발 위험도가 낮다. 또 수술 후 합병증, 통증, 회복 기간이 짧은 장점을 가진다.
로봇보조 천골질고정 수술의 적용 대상은 ▲골반장기탈출증수술 후 재발을 한 경우 ▲65세 이하 비교적 젊은 여성 ▲성기능 보전을 원하는 경우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예를 들어 비만, 흡연, 결제조직질환, 중증의 골반장기탈출증) 등이다. 유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인해 빠져나온 질을 눌러 대소변을 보는 90세 환자가 자식들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은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며 “골반장기탈출증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질환이므로 의심된다면 빨리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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