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끈적해진 피, 혈액순환 방해해 혈관 합병증 초래

[권선미 기자] 입력 2023.11.13 16.17

증상 나타나기 시작하면 말기, 제때 적극적인 치료 받아야

당뇨병 대란이 시작됐다고 표현할 만큼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을 넘어섰고,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죽음까지 부를 수 있는 다양한 합병증 때문에 더욱 철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와 함께 당뇨병 합병증의 위험성과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나 작용에 문제가 생겨 포도당이 세포 내로 공급되지 못하고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혈당이 올라가면 혈액이 찐득찐득 해져 혈관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당뇨병은 원인에 따라 구분되는데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경우(1형 당뇨병)와 △운동 부족, 고열량 식사로 인해 비만해져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고 이를 극복할 만한 충분한 인슐린 분비가 되지 못하는 경우(2형 당뇨병)다.

당뇨병이 심해지고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다음), 소변을 많이 보는 것(다뇨), 많이 먹는 것(다식)과 체중 감소가 그것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40세가 넘거나, 비만하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이전에 당뇨병 전 단계 진단을 받았거나, 임신성 당뇨병 과거력이 있거나, 고혈압 또는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매년 공복에 혈당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당뇨병은 고혈당 자체에 의한 증상보다 합병증이 더 위험한 질환이다. 혈당이 높으면 피가 물엿처럼 끈적끈적해지고 끈적끈적해진 피 때문에 몸의 말초조직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만성 혈관 합병증이 발생한다.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말기 상태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눈·콩팥·심장·뇌·신경 등에 합병증 유발
당뇨병 만성 혈관 합병증은 눈, 콩팥 등 작은 혈관부터 심장, 뇌 등 큰 혈관까지 인체 모든 혈관에서 나타날 수 있다. 눈은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실명의 원인이 되며, 콩팥은 당뇨병성 신증이 생겨 부종과 요독증으로 투석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 신경에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발생해 양쪽 발끝이 저리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무감각으로 고생할 수 있다. 심장에 오는 경우 협심증,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고, 뇌혈관에 오면 뇌졸중을 초래해 편측에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다리 동맥혈관이 막힐 경우 발가락 끝이 까맣게 되거나 발에 가벼운 상처에도 쉽게 낫지 않고 궤양이 생기는 당뇨발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합병증은 충분히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 당뇨병은 조기 검진을 통한 관리·치료가 중요하다. 당뇨병이 흔하고 특별한 증상도 없다 보니 쉽게 생각하고 치료를 미룰 수 있는데, 이는 합병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전문의 처방에 따라 환자에게 맞춤 처방된 약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환자별 맞춤 처방이 가능한 다양한 약제가 나와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과 합병증은 줄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식사와 운동 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해줘도 식사 관리나 운동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을 함께하지 않으면 약효를 보기 어렵다. 체중 관리, 금연, 금주는 기본이다. 특히 담배는 혈액을 응고시킨다. 아무리 혈당과 혈압을 잘 관리하고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해도 담배를 계속 피우면 중풍이나 심장마비를 예방할 수 없다. 매일 음주하면 췌장에 염증을 일으켜 인슐린을 만드는 췌도세포가 파괴된다. 남성은 하루에 술 2잔, 여성은 1잔 이하로 제한하고 매일 먹는 것을 피한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