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만족도 높이려면 생활 패턴 고려해 인공수정체 잘 선택해야"

[류장훈 기자] 입력 2023.10.04 10.10

경희대병원 안과 김기영 교수

나이가 들면 신체 곳곳에서 나이가 들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눈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노화성 질환은 백내장이다. 시기는 달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백내장을 겪는다.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점점 뿌옇게 되는 실명 질환이다. 흔한 질환이지만, 막상 수술 시기를 모르고 고민하거나 의외로 증상을 경험하고도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질환 중 하나다. 경희대병원 안과 김기영 교수에게 백내장의 특이 증상과 적정 수술 시기, 수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짚어봤다. 

 
 질의 : 백내장의 정의와 원인은 무엇인가.
응답 : “많은 분이 알고 계신 것처럼 백내장은 우리 눈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의 껍질, 그러니까 우리가 의학적으로 피질이라고 하는데 그 껍질이 하얗게 변하거나 수정체 중심부가 딱딱하게 변하는 현상 두 가지를 합쳐 백내장이라고 한다. 수정체가 하얗거나 너무 딱딱해지면 빛이 제대로 잘 안 들어오기 때문에 시력이 떨어지고 뿌옇게 보이게 된다. 대표적 원인은 노화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통계 상 60대의 약 70%에서 백내장이 시작된다고 돼 있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근데 노화 외에도 간혹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치료를 오래 하거나 눈에 충격을 크게 받은 분들은 30~40대에도 생기는 경우가 간혹 있다.”

 질의 : 시야가 뿌옇게 되는 것 외에 백내장을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은 뭐가 있을까.
응답 : “대표적인 증상이 시야가 뿌옇게 되는 건데 대부분 한 60대 정도에 백내장이 오다 보니 보통 노안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처음엔 돋보기나 안경을 써보는 경우가 있다. 근데 노안은 돋보기를 쓰면 선명해지지만 백내장은 안경이나 돋보기를 써도 선명해지진 않는다. 또 백내장은 약간 밝은 곳에 나가면 눈부심을 느끼거나 운전할 때 도로가 좀 겹쳐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백내장은 빛이 많이 들어오면 좀 더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낮에 조금 더 증상이 심하고 오히려 좀 어두워지면 잘 보인다고 하는 게 특징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질의 : 수술 시기는 언제로 봐야 하나.
응답 : “진행 속도가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양 눈 사이에도 차이가 있어 사람마다 다르다. 백내장은 진행 속도가 대부분 빠르지 않다. 그래서 진단받고 한 5년, 10년 동안 수술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고 모두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병원에서 진행 속도를 개인별로 관찰하면서 수술 시기를 정하는 게 제일 좋다. 단 증상이 나타나고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면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불편함의 정도를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취미가 있는지, 일상생활을 주로 어느 거리의 시야에서 하는지 등 환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불편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질의 : 백내장 수술 과정은 어떤가.
응답 : “혼탁해진 수정체를 빼고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를 넣는 수술이다. 예전에는 수정체를 뺄 때 크게 절개해서 기구로 뺐는데 요즘엔 절개창을 조그맣게 내고 초음파로 수정체를 조각내 작게 잘라서 빼낸 뒤 그 조그만 절개창으로 인공수정체를 접어서 넣는다. 수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질의 : 백내장 수술에서는 어떤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고들 하던데.
응답 : “인공수정체는 크게 단초점, 다초점, 연속초점 세 가지가 있다. 기존에 제일 많이 써왔던 건 단초점이다. 초점이 일정 거리의 한 군데에 맺힌다. 초점이 가까이 혹은 멀리 맺히도록 둘 중 선택할 수 있다. 10m 이상 먼 곳에 초점을 맞추면 가까이가 초점이 잘 안 맞고 가까이 초점을 맞추면 멀리 잘 안 보이기 때문에 각각 돋보기나 안경으로 보완해야 한다. 다초점은 말 그대로 초점이 2개나 3개, 연속초점은 연속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근데 다초점은 빛을 분배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초점을 여러 군데 맞추게 되면 그만큼 맺히는 상의 뚜렷함이 떨어진다. 그래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더라도 백내장 수술로 인한 어떤 고유의 초점의 한계나 해상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용도로 안경이나 돋보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질의 : 백내장 수술의 안전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응답 : “병원마다 다르지만 백내장 수술 시간은 10분 내외다. 그래서 위험한 부분이 크진 않다. 비교적 안전하고 간단한 수술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수술 시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염증이다. 인공수정체를 비롯해 수술기구 등 외부 물질이 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면역 반응, 오염 등으로 의도치 않은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눈 안에 염증이 생기면 치료 난도가 달라진다. 다만 이는 1% 미만이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발생 가능하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는 있다.”

 질의 : 수술 시 넣은 인공수정체가 제 자리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경우인가.
응답 : “수정체 주머니가 수정체를 잘 지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고령이거나 예전에 눈쪽 부위에 충격을 받았던 분들에서 이런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술 중에 의료진이 이를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고정 실이나 다른 기구를 써서 고정하는 수술법을 사용하면 된다. 이와 달리 수술 후에 5~10년 지나 노화로 지지가 약해져 자연적으로 렌즈가 이탈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땐 인공수정체를 꺼내서 다른 위치에 분명히 고정하는 2차 수술을 한다.”

 질의 : 백내장 수술 수개월~수년 후에 다시 시력이 저하되기도 한다는데 이는 왜 그런가.
응답 : “이를 '후낭혼탁'이라고 한다. 인공수정체 뒷면에 혼탁물이 끼는 경우를 말한다. 수정체 주머니 뒷면에 세포가 증식하면서 혼탁해지는 증상이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생길 수 있다. 백내장이 재발한 것 같다고 찾아오시는 많은 경우가 후낭혼탁이다. 이땐 수술은 필요 없고 레이저로 혼탁해진 막을 찢어주기만 하면 된다. 후낭혼탁에 대한 레이저 시술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질의 : 마지막으로 백내장 위험을 줄이기 위한 팁을 제시한다면.
응답 : “노화에 의해 생기는 백내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노화가 아닌 악화 요인에 대해서 살펴보면 가장 흔한 게 흡연과 당뇨병이다. 당뇨병이 관리 안 되는 사람에겐 백내장이 심하게 온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당뇨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종일 야외에서 일하거나 햇빛을 지나치게 많이 보는 분들은 선글라스나 자외선 차단 안경으로 눈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자외선이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백내장을 아예 막을 순 없지만 지연시키거나 심하게 오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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