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에 취약한 10대, 잠자기 전 칫솔질 필수입니다”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9.26 11.05

[J인터뷰] 연세대 치대 치아교정과 이기준 교수

한국인이 병원을 찾는 이유 1위는 치아·잇몸과 관련된 치주 질환이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9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글로벌 구강 건강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명이 구강 질환을 앓고 있다. 당류 섭취가 많은 10~20대는 특히 충치에 취약하다. 질병관리청에서 실시한 2021~2022년 아동구강건강 실태조사에서도 12세 아동 절반은 충치(치아우식)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직장 등 외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심 양치질을 건너뛸 경우 충치가 생기기 쉽다. 칫솔질·스케일링 등 개인 구강 위생관리에 소홀하면 잇몸 염증으로 입냄새가 나고 잇몸이 붓고 피가 난다. 

특히 입속 세균이 빠르게 번식해 만들어지는 플라그가 치아와 잇몸 경계 부위에서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충치, 치주 질환으로 진행한다. 입안을 점령한 입속 세균은 잇몸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심장병, 당뇨병, 암,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 구강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전신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다. 연세대 치대 치아교정과 이기준(사진) 교수에게 건강 수명을 늘리는 구강 위생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질의 :어렸을 때 충치가 잘 생기는 이유는 뭔가.
응답 : “치아가 까맣게 썩는 것처럼 보이는 충치는 주로 어릴 때 발생하고 청년기를 지나 장년이 되면 점차 발생 빈도가 둔화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영구치가 한창 나오는 5~14세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10대 청소년 다빈도 질병 2위가 충치이고, 증가세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아·청소년의 충치는 중요한 구강보건 문제라는 의미다. 소아·청소년기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마카롱, 탕후루 등 당 함량이 높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으로 충치에 취약한 것으로 추측한다. 

충치를 유발하는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균은 입 안의 음식물 찌꺼기나 당분을 식량으로 삼으면서 산을 생성한다. 그런데 이 산의 작용으로 치아가 부식돼 충치가 발생한다. 충치 초기에는 표면이 무기질로 변성되는 백색 반점이 보인다. 극히 초기에는 칫솔질로 잘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재광화돼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충치가 점차 진행하면서 비가역적으로 치아의 일부가 손상되고 착색돼 갈색 또는 검은색 구멍이 생긴다.”
 
 충치는 어금니에 잘 생긴다던데. 
응답 : “사실이다. 충치는 60% 이상이 대부분 어금니의 씹는 면에 생긴다. 충치 원인균인 뮤탄스균은 구강 내 전체 영역에서 관찰되지만 특히 치아 씹는 면의 좁은 홈, 치아 사이, 차이와 잇몸 사이 틈새 등 음식찌꺼기가 잘 남는 부위에서 증식한다. 물론 구강 위생관리의 기본은 칫솔질이다. 치아 표면은 물론이고 잇몸, 혓바닥 등 입안 구석구석을 칫솔로 문질러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둥글게 굴곡진 입안을 기다란 막대 형태의 칫솔로 닦으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아무리 열심히 칫솔질을 해도 구강 구조상 단 25%만 닦아낼 수 있다. 입속 면적의 75%는 칫솔질로 닿지 않는다. 치과에서 보조적으로 치간칫솔, 치실, 구강청결제 등을 사용할 것을 강조하는 이유다. 플라그 생성을 억제하는 성분이 다량 함유된 구강청결제 액상형으로 칫솔·치실이 놓치는 부분까지 세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충치가 걱정돼 과도하게 힘을 줘 칫솔질을 하면 치아와 잇몸 사이가 패이고 잇몸이 손상돼 치아 뿌리가 드러날 수도 있다. 치아 뿌리는 경도가 약해 시린이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한다.”
 
 질의 :충치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응답 : “충치가 발생하면 치아 표면이 파괴돼 구멍이 생기고 그 부분이 점점 커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는 충치가 생긴 부위를 치과용 드릴로 긁어내고 그 자리를 금이나 레진 등으로 채워주는 충전 치료를 한다. 만약 충치가 신경까지 퍼졌다면 치수 내 신경을 제거하는 신경치료가 필요하다. 신경 치료로도 치료할 수 없다면 치아를 뽑아내야 한다. 충치는 진행 단계에 따라 치아의 손상도가 증가하고 치료 비용도 늘어난다. 소아·청소년기는 충치 진행 속도가 빠른 만큼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구강 검진을 받는 것을 권한다. 또 치아 홈 메우기 등 예방적 충치 치료도 적극 고려한다. 충치 발생률을 줄이면 치과 진료비를 아낄 수 있다.”
 
 질의 :잠자기 전 칫솔질을 하는 것이 충치 예방에 좋은가.
응답 : “그렇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타액(침)의 분비량이 줄어 입속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쉽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독 입냄새가 심한 이유다. 낮에는 매 끼니 식사 후 칫솔질을 하면서 구강 위생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런데 밤에는 저녁 식사 후 마지막 칫솔질을 하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 8~10시간 이상 무방비 상태가 된다. 잠자기 전 칫솔질을 하고 구강청결제로 마무리하면 입속 세균이 증가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구강 건강을 지키는데 유리하다.”
 
 질의 : 구강청결제는 입냄새만 없애주는 것 아닌가.
응답 : “대표적인 오해다. 구강청결제의 주요 기능은 구강 내 남아 있는 입속 세균 조절이다. 뮤탄스균·진지발리스균 등 각종 입속 세균은 형성된 지 4시간 정도 지나면 끈끈한 막을 만들면서 플라그를 형성한다. 이 상태로 24시간이 지나면 단단하게 굳어 치석이 된다. 식사 후 칫솔로 치아 표면은 물론이고 잇몸·혀 등 입안 곳곳에서 증식하는 입속 세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폭증하지 않도록 문질러 제거하고 구강청결제로 가글하면서 세균의 총량을 줄여야 한다. 

참고로 칫솔질을 하더라도 몇 분안에 나타나는 입속 세균은 1~2시간마다 2배로 증식한다. 빠르게 증가하는 입속 세균이 군집을 형성하면서 플라그가 된다. 이런 입속 세균의 축적이 심해지면서 구강 질환이 생긴다.”
 
 질의 :칫솔질 후 구강청결제를 바로 써도 되나.
응답 : “구강청결제 종류마다 다르다. CPC(세틸피리디늄염화물수화물) 기반의 구강청결제는 양치 직후 바로 사용하면 치약의 계면활성제 성분과 CPC 성분이 결합해 치아 착색 및 변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CPC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에센셜오일 성분 기반의 구강청결제는 치아 착색 걱정 없이 칫솔질 직후에 사용해도 된다. 

에센셜 기반 구강청결제는 치아 세포막에 더 깊게 침투해 플라그 억제력이 높다. 입속 세균으로부터 12시간 동안 치아를 보호해 치석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최근엔 불소 흡수율을 높여 충치 케어에 특화된 구강청결제도 나왔다. 하루 2회(아침·저녁)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충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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