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량 줄고 냄새 심하면 건강 상태 살펴야 할 때
[신영경 기자] 입력 2023.09.15 08.55
소변 횟수·양·냄새·혼탁도 따라 의심 질환 달라져
소변은 신체 상태를 알리는 중요한 건강 지표다. 단순히 노폐물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소변의 양과 색깔, 냄새, 혼탁도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건강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신석준 교수의 도움말로 놓쳐선 안 되는 소변의 이상 징후를 살펴본다.
소변은 인체 내에서 여러 물질이 대사된 후 이를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콩팥에서 노폐물이 걸러지면서 소변이 만들어지고, 방광에 저장돼 있다가 요도를 거쳐 배출된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소변량은 1~1.5L다. 보통 1회 350mL의 소변을 배출한다. 배뇨 횟수는 계절과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성인의 경우 하루 5~6회가 일반적이다.
소변의 90% 이상은 물이다. 이밖에 아미노산·요산·요소·무기염류 등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소변량이 줄고 냄새가 난다면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일단 소변량이 감소하면 콩팥(신장)에 큰 무리를 준다. 충분한 수분 섭취로 탈수를 예방하면서 콩팥 건강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소변량이 500mL 미만(소변 감소증)이면 심한 탈수증, 오줌길 막힘, 진행된 만성 콩팥병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반대로 소변량이 하루 3L 이상(다뇨증)이면 과도한 수분 섭취, 당뇨병, 요붕증(멀건 소변이 많이 배출되고 갈증을 동반)이 원인일 수 있다.
정상적인 소변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약한 산성을 띤다. 만약 소변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탈수에 의해 농도가 짙어졌거나 요로감염일 가능성이 있다. 퀴퀴한 냄새는 간 질환이나 대사 장애 때문일 수 있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장애 질환이 원인일 경우 소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 파슬리나 아스파라거스 등을 먹은 뒤에는 매운 냄새가 나기도 한다.
정상적인 소변은 거품이 생기더라도 양이 많지 않다. 하지만 거품이 비누를 풀어놓은 듯 많고 계속 남아있다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다. 단백뇨다. 이는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바로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량의 단백뇨라도 방치할 경우 콩팥 기능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건강한 사람도 고기를 많이 섭취했거나 심한 운동을 했을 때, 고열이 날 땐 일시적으로 거품 소변이 나올 수 있다.
색깔도 중요하다. 정상적인 소변은 맑은 황갈색으로 옅은 맥주 빛깔을 띤다. 소변색은 소변의 농축 정도와 성분에 따라 결정된다. 적혈구의 대사산물인 빌리루빈이 간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약한 노란색을 띠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간 기능 이상 등으로 황달이 심해지면 소변도 진한 노란색이 된다.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복용해도 소변이 노랗게 될 수 있다. 간혹 근육세포 파괴로 나온 미오글로빈이 배설될 때 진한 갈색 소변을 볼 수도 있다. 마라톤, 행군, 장시간 등산 등 심한 운동 후 근육통과 함께 발생한다. 콜라 색깔의 짙은 소변은 급성 신장염이 원인이 돼 나타날 수 있다. 적혈구가 과다하게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소변색이 짙어지는 경우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붉은 혈뇨는 급성 방광염과 같은 요로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옆구리나 하복부의 격렬한 통증이 동반된다면 요로결석이 원인일 수 있다. 고령의 흡연 남성이라면 방광암이나 신장암에 의한 혈뇨일 가능성이 있다. 드물지만 소변 색깔이 파란색이나 녹색을 띠기도 한다. 일부 유전 질환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식용색소나 약물 복용이 원인일 때가 많다.
일단 혈뇨가 있다고 진단되면 외상성 요로계 손상, 신장·요관 결석, 방광염, 방광암, 신장암 등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50세 이상 남성의 경우 전립샘특이항원 검사를 1년에 한 번 정도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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