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빛 노래지는 황달, ‘침묵의 암’ 알리는 신호

[신영경 기자] 입력 2023.09.13 08.29

췌장암·담관암이 담관 막아 황달 유발

70세 여성 김씨는 한 달 전부터 눈의 흰자위(공막)가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 몸의 다른 부위까지 색이 노래졌다. 처음엔 피곤해서 일시적으로 생긴 증상이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최근 만난 지인으로부터 얼굴빛이 너무 안 좋다며 빨리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고민이 커진 김씨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담당의사는 “췌장암으로 황달이 생겼고 암이 너무 진행돼 수술이 어렵다”고 말했다.  


신체는 건강 이상이 생길 때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알린다.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도 그중 하나다. 황달은 소화기암인 췌장암과 담관암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경주 교수는 “눈부터 시작해 얼굴빛이 점점 노랗게 변한다면 병원에서 신속히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변 색 진해지거나 체중 감소 동반

황달은 눈의 흰자위부터 노랗게 변하면서 점차 몸의 아래쪽으로 전신에 퍼져 나타난다. 하지만 황달이 생겨도 정작 본인과 가족은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황달로 인한 몸의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달 증상과 함께 몸에서 나타나는 다른 변화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황달이 발생했을 때 동반되는 증상은 소변 색이 진해지는 것이다. 막혀있는 담즙 성분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또 황달이 암에서 유발된 경우 체중이 감소할 수 있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입맛이 떨어진다.

황달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용혈성 빈혈처럼 빌리루빈이 지나치게 형성되거나 간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빌리루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담즙은 지방의 소화 작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간에서 생성돼 담낭(쓸개)에 저장된다. 그러다 식사를 하면 저장된 담즙이 담관을 통해 소장으로 이동하면서 소화를 돕는다. 문제는 담즙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할 때다. 이 경우 담즙 내에 있는 빌리루빈 색소가 몸에 과다하게 쌓여 황달을 유발한다.  


또 췌장암·담관암이 원인일 수 있다. 췌장암으로 황달이 발생하는 건 종양이 담관과 가까운 췌장의 머리 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암이 담관과 먼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있다면 증상이 늦게 나타나 발견이 어려워진다. 췌장암을 발견했을 때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암에 의해 황달이 생긴 경우 황달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암 치료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속히 황달 증상부터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달 사라질 때까지 암 치료 어려워

황달이 있는 건 이미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때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으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치료 과정에서 응고 장애, 담관염, 간부전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패혈증까지 올 수 있다. 황달의 원인이 암으로 인한 담관폐색으로 밝혀질 경우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이하 ERCP)을 시행한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해 병변을 관찰하는 시술이다. 


ERCP는 진단과 동시에 막혀있는 담관을 뚫고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이 정상적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ERCP를 받더라도 고여 있는 담즙이 빠져나오고 황달이 호전될 때까지는 길게 2~4주가 걸린다. 이로 인해 황달의 치료가 늦어지면 암의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황달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좌절할 수 있다. 특히 췌장암과 담관암은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암이다. ‘침묵의 암’으로 불릴 정도로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이 교수는 “오히려 황달이 생긴 것은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증상일 수 있다”며 “황달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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