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유방암, 포기 말고 적극적 치료 의지 가져야
[노우철 센터장] 입력 2023.09.05 09.24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10만명 당 유방암 환자수는 1999년 12.5명에서 2020년 48.5명으로 최근 20년 사이 약 4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빠른 증가세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3.8%(2016~2020 발생 기준)로 다른 주요 암종 대비 높아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기상 4기로 분류되는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치료가 힘들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앞선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수준인 44.5%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조기 유방암으로 진단돼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더라도 약 14~23%의 환자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젊은 40~50대 연령층에서 여성 유방암이 많이 발생한다. 폐경 전 젊은 환자에게서 발생한 암은 공격적이고 진행 속도가 빨라 재발과 사망 위험이 높다. , 이들은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히 유방암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성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유방암은 기본적으로 수술로 암을 제거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 치료, 호르몬 치료(내분비 요법), 표적 치료 등의 보조요법을 추가적으로 고려한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암 세포들이 혈액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으로 이동해 숨어있다가 2년 혹은 3년 후 심지어는 10년 후 다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한 표적치료제는 암 세포만이 가지고 있는 물질 또는 경로를 찾아서 공격하는 차세대 치료제다. 암 세포 뿐만 아니라 모발, 위장관 세포 등 빠르게 자라나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을 재래식 폭탄에 비유하자면, 표적치료제는 일종의 미사일이다. 특히 호르몬 양성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표적치료제를 내분비요법과 함께 사용할 때 뛰어난 치료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는 환자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겨운 과정에 놓이게 되어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내분비요법과 함께 표적치료제를 처방하면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어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생존기간 역시 연장시킨다는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유방암 진단이 사형선고인 시대는 지났다. 전이성 유방암은 치료가 가능한 암이다. 암이 전이가 됐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암과 함께 살아가다(Living with cancer)’라는 말처럼 최선의 치료를 받고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한다면 치료 이후 부작용을 관리하며 5년 또는 그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때문에 전이성 유방암을 진단 받았다고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의 치료를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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