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으로 2개월마다 맞는 정맥 주사, 조금 미뤄도 될까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9.05 08.27
[닥터스 픽] 〈80〉 집에서 관리하는 류머티즘 질환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진단받고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 중인 50대 여성입니다. 먹는 약으로 치료하다가 계속 통증이 심해 표적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안정기라 대학병원에서 8주마다 2~3시간에 걸쳐 정맥 주사로 맞고 있습니다. 주사를 맞은 후 염증 수치가 떨어지고 관절 통증이 없어져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오가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주사 한 번 맞는데 최소 4~5시간은 필요합니다. 주사 투약일 때문에 가족·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해도 일정을 맞추기 어렵더라고요. 앞으로 평생 2달에 한 번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너무 번거롭습니다. 주사를 건너 뛰거나 좀 늦게 맞아도 되나요. 좀 더 편하게 치료 받을 수는 없나요?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의 조언
중년 여성 환자의 발병률이 높은 류머티즘 관절염은 엄마의 질환입니다. 염증성 자가 면역 질환으로 내 몸을 지키는 면역체계가 건강한 관절 조직을 공격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인한 만성적인 염증은 손가락·손목·팔꿈치 같은 작은 관절부터 공격합니다. 손가락 마디가 쑤시고 아픈 통증을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대개 류머티즘 관절염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뒤늦게 진단받기 쉽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치료 골든타임은 증상 발현 후 2년 이내입니다. 질병 진행 속도가 빨라 치료 시점이 늦어지면 관절 변형을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염증이 주변 연골과 뼈로 번지면서 관절이 구조적으로 뒤틀리면서 파괴됩니다. 한 번 망가진 관절은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점차 뻣뻣해져 주먹을 쥐지 못하고 물건을 잡아도 잘 놓칩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진행한 국내 실태조사에서도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10명 중 6~7명은 증상이 나타나고 2년 이내 관절 손상을 경험한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발병 첫 1년 동안 급격히 진행됩니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 손가락 관절이 30분 이상 뻣뻣하고 아프다면 가능한 빨리 류마티스내과 등을 방문해 정확한 상태를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질문을 주신 분은 적극적인 치료로 증상 진행을 억제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치료 목표는 관절 통증, 뻣뻣함 같은 증상이 없고 관절 손상이 진행하지 않는 관해(Remission)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류머티즘 질환은 완치가 없습니다. 지속해서 염증을 억제해 관절 손상을 막아야 합니다. 따라서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정해진 시점에 정확한 양을 투약하는 복약 순응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약으로 치료하더라도 여행·출장 등으로 일정 조율이 어렵다며 병원 주사 치료 시점을 미루거나 통증이 덜하다고 임의로 약 복용에 소홀하면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관해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관해 도달률이 떨어지면 약제 내성이 생겨 질병 활성도가 높아지고 관절 통증, 전신 피로감 등을 더 심하게 느낍니다. 그만큼 예후가 나빠진다는 의미입니다. 류머티즘 질환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국류마티스학회(ACR)·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에서도 류머티즘 관절염을 치료할 때 높은 관해 도달률을 강조합니다.
참고로 약을 투여하는 간격은 약제마다 허가사항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주사제를 건너뛰거나 간헐적으로 투여하거나, 기간을 늘리는 등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정맥 주사로 표적 치료 중이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 중이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즘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의 종류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2~3시간씩 정맥 주사를 맞는 것이 불편하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집에서 자가 주사가 가능한 다른 생물학적 제제나 먹는 표적 치료제(JAK억제제)로 약 처방 교체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가 주사 치료의 경우 복부·허벅지 등 피하조직에 직접 투약해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보험 기준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표적 치료가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를 투여할 때는 첫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대략 3개월 간격으로 약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투여 중인 정맥 주사와 같은 성분의 자가 주사제가 있다면 약 교체에 따른 병원 방문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유지 요법으로 인플릭시맵을 정맥 주사로 투약하고 있다면 집에서 자가 투여가 가능한 인플릭시맵으로 3개월 간격 교체 처방이 가능합니다.
집에서 자가 주사를 투약할 때 기억해야 할 점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투약 일정 지키기 입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지속적인 염증 억제를 위해 제때 약을 투약하는 유지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잊지 말고 주사해야 합니다. 둘째는 정해진 용량 지키기 입니다. 통증이 없더라도 임의로 약 투여 용량을 줄이면 관해 유지가 힘들어집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꾸준한 치료·관리로 관해 상태를 유지하면 관절 변형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치료법을 담당 의료진과 논의하면서 지속해서 치료하길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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