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 재활의료기관제도, 초고령사회 대비해 계속 발전해야"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8.07 10.40

[J인터뷰] 분당 러스크재활병원 김현배 병원장

병원에서 급성기 증상을 치료하고 퇴원했다고 다 나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급성 질환 치료 후 신체 기능이 저하돼 있다면 이를 회복시키는 회복기 재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에 모두 도움되는 기능 호전과 사회 복귀를 이룰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한국에선 회복기 재활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체계적으로 재활 치료를 제공하는 곳도 많지 않다. 급성기 증상을 치료한 이후 어떻게 재활 치료를 지속해야 할지 알지 못해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후유증이 심해진다. 

예전과 같은 일상 생활이 힘들어져 독립적인 활동이 어려워지다보니 늘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 급성기 증상 회복이 더뎌지면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도 크다. 국내에서 회복기 재활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임상에서 체계적으로 적용하면서 2020·2023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은 분당 러스크재활병원 김현배(사진) 병원장에게 회복기 재활 치료의 중요성과 재활의료기관제도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재활 치료가 왜 필요한가.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재활 치료는 뇌졸중·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 척수 손상 등 다양한 질병이나 갑작스러운 사고, 정형외과 수술 등으로 떨어진 신체·인지 기능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재활 치료의 골든타임은 급성기 증상 치료 직후다. 기능이 많이 저하돼 있어 회복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애는 고정돼 있지 않고 회복기 재활 치료를 통해 기능이 크게 회복될 수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 

참고로 마비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뇌졸중은 발생 후 초반 6개월에 많은 신경학적 회복이 일어난다. 그런데 재활이 늦거나 체계적이지 않을수록 기능적 회복이 덜 되거나 늦어진다. 포괄적이고 집중적인 3시간 이상의 재활 치료는 회복력이 자연적 회복의 2배 정도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재활 치료에 소홀할수록 예후가 불량하다. 뇌졸중 발병 6개월 무렵 기능적 회복 수준이 높을수록 장기 생존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급성기 치료 후 적절한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저하된 기능이 고정된 장애로 이어져 삶의 질이 떨어진다. 결국 간병 등 경제적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회복기 재활 치료는 개인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Q2. 어떻게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나.

“회복기 재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재활의료기관을 활용하길 권한다. 급성기 치료 후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고정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체계·전문적인 재활 치료를 지원한다. 급성기 치료를 받은 이후엔 전문적인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신체 기능을 호전시켜 장애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적 일상을 유지하도록 체계적으로 훈련한다. 일상 복귀로 인한 디딤돌이 바로 재활 치료인 셈이다. 

한국에서 재활 치료라는 개념이 정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민간에서 운영하는 재활 전문병원이 전무했다. 회복기 재활 치료을 담당하는 국립재활원은 1~2년 정도 대기해야 했다. 병원을 떠돌면서 기능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람이 많았다. 분당 러스크재활병원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006년 재활 치료를 전문으로 개원했다.

장애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가정의 실질적인 부담을 준다. 장애가 고정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능 호전을 유도하는 재활 치료로 간병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회복기 재활은 간병 위험을 줄여주는 국가적 안전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Q3. 한국도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재활 치료가 더 필요해 보이는데.
“그렇다. UN에서 발표한 ‘세계사회리포트 2023(World Social Report 2023)’에서도 고령화 사회에서 국가·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큰 위험을 ‘간병 위험(Crisis of Care)’으로 규정했다. 특히 한국은 2050년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넘어서는 전세계 초고령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의학적 측면에서 간병 위험을 줄이려면 회복기 재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초고령 사회에선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간병이 큰 부담일 수 있다. 적극적인 회복기 재활을 통해 기능이 호전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회복기 재활 의료의 대상 환자군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도 회복기 재활의 대상군을 폭넓게 적용하면서 대처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Q4. 민간 재활병원장으론 이례적으로 2번이나 장관 표창을 수상했는데.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재활 치료의 기틀을 마련한 점을 인정받았다. 개인이 아니라 재활병원 내 다양한 전문가 구성원의 팀 협업으로 병원을 운영한 결과다. 2006년 러스크분당병원이 개원했을 무렵에만 해도 재활 치료에 대한 제도적 기반은 물론, 사회적 관심도 적었다. 민간 병원이 활용할 수 있는 재활 치료 프로세스도 잘 갖춰지지 않았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민간병원을 운영하면서 한국의 민간 재활 치료 체계를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재활 치료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협력해 재활 치료 체계를 만들면서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러스크재활병원에서 좋았던 부분을 다방면으로 알리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제도 연구를 진행했다. 2010년엔 재활전문병원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쌓여 2020년 재활전문병원 제도를 도입·발전시킨 부분을 인정받아 첫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올해는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제도를 도입하고 진료 현장에 안착시켜 국민 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기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두 번째 표창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재활 의료 시스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분을 대신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

Q5. 국내 최초로 재활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회복기 재활 치료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간병이다. 러스크재활병원은 간호 인력을 2배로 확충해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면서 입원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특히 전문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24시간 함께 한다.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병원의 미션은 국내 재활병원의 표준이다. 실제 분당 러스크재활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범사업부터 1·2·3기 연속으로 재활전문병원 지정을 받았다. 또 회복기 재활병원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재활의료기관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재활 치료는 단순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정상에 가까운 동작을 최대한 많이 반복적으로 훈련하면서 기능 회복을 유도한다. 분당 러스크재활병원은 로봇 재활 치료 통합 시스템으로 ①침상에서 일어나 앉지도 못할 때 ②앉은 자세를 시작할 때 ③큰 도움을 받아야 걷을 수 있을 때 ④팔 기능 회복이 필요할 때 등 상황에 맞춰 로봇 재활 치료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상태에 맞는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제시해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에 긍정적이다. 삼킴 장애 등 개별적 문제 상황도 바이오 피드백 치료로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Q6. 앞으로 목표는 뭔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우리나라의 재활 치료 수준을 지금보다 더 높이고 재활의료전달체계를 활성화하고 싶다. 이를 통해 재활 치료 적기를 놓쳐 심각한 장애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재활 치료를 통한 신체 기능 회복으로 독립적인 일상 생활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가족의 간병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초고령 사회에서 간병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간병 위기에 대한 의료적 대책을 제시하고 싶다. 

두 번째는 어린이 재활이다. 경기도는 어린이 재활 병상이 부족한 편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이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가족의 품을 떠나 이곳저곳을 방랑하듯 입원 치료 받는 것을 막고 싶다. 아직 공간과 재원이 없어 시작을 못 했지만 어린이 재활 낮 병동을 열어 지역에서 책임지는 의료적 대책을 제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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