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다학제 진료로 최적의 치료 전략 수립”
[김선영 기자] 입력 2023.07.10 09.04
[인터뷰] 세브란스병원 천재희 염증성장질환센터장
세브란스병원이 염증성장질환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며 꾸준히 늘고 있는 염증성 장 질환 환자를 더욱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소화관에 만성 염증이 나타나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질환으로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이뿐만 아니라 장에 관련되지 않은 다양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치료 전략을 세울 땐 눈, 피부, 관절 등과 연관된 장외 증상, 감염 문제, 정신 건강 등을 다각도로 고려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개소한 세브란스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는 다각도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협진 시스템을 가동해 환자의 치료 주기에 맞는 세밀하고 정확한 치료 과정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및 정기 건강강좌 개최를 통해 환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환우회를 운영해 심리 치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환자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 천재희(
사진·소화기내과) 염증성장질환센터장에게 센터의 개소 의의와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염증성장질환센터를 개소하게 된 배경은 뭔가.
“염증성 장 질환은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도 매년 약 400명에 달하는 신규 환자가 내원할 정도로 환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평생 치료가 필요한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에게 소아부터 노인까지 전 생애주기에 맞춘 전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개소하게 됐다.”
-세브란스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의 운영 전략을 소개해달라.
“세브란스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매주 다학제 진료를 위한 의견 교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현재 ▶소화기내과 ▶대장항문외과 ▶소아소화기영양과 ▶영상의학과 ▶피부과 ▶영양팀 ▶약무팀 ▶사회사업팀 등 12개 임상 과와 긴밀한 협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영양, 약무, 사회사업, 전문 간호 상담의 전문화와 전문 인력 양성, 수가 신설 등을 노력하고 있다.
협진 시스템을 통해 환자별로 수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을 미리 판단하고 환자별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 환자가 내원하기 전엔 여러 임상과 의료진과 진료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점을 미리 상의하며 치료 전략을 세워나간다. 소아·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환자는 진료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소아소화기영양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등이 함께 환자 프로필과 진료 기록을 확인하며 환자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생애 전주기 맞춤형 치료’도 시행하고 있다.
센터를 구축하며 협진을 위해 여러 임상 과에 연락했을 때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다학제 진료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의료진들이 흔쾌히 참여해준 덕분에 다양한 과와 협진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 블로그·밴드 등을 통해 환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의료진과 환자 간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하긴 하지만, 진료시간이 아주 짧다. 제한된 진료시간 내에 의료진으로서 하고 싶은 말, 환자로서 묻고 싶은 말을 전부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환자들과 다른 창구를 통해 소통하고 싶었다.
진료시간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주로 네이버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남겨 전달한다. 반면 환자에게 급한 일이 생기거나 상담이 필요한 경우 네이버 밴드로 소통하고 있다. 환자들이 위급한 상황을 겪고 있을 때 빠르게 소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내원을 막고 의료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내원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환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알아차릴 수 있어 적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 염증성장질환센터 또한 환자들의 안전과 치료에 도움될 수 있도록 온라인 커뮤니티, 건강강좌, 환우회 운영 등을 통해 소통 창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를 위해 환자 스스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나.
“기본적으론 담배를 피우지 않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질환 관리에 도움된다고 알려진다.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나에게 병이 있다고 낙심하거나 우려하면서 치료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다른 관심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또한 환자들은 본인의 질환 상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같은 질환이라도 사람마다 중증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이 어떤 치료제를 쓰고 있는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 처방받는 약제가 어느 단계에 있는 치료제인지,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수동적으로 약을 처방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인의 질환 상태나 활성도, 치료 약제에 대한 정보를 잘 숙지해야 한다.
꾸준히 치료를 이어 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가 스스로 증상이 좋아졌다고 느끼거나 반대로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커져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혼자 결정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약을 먹고 싶지 않은 이유, 또는 주사를 맞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진이 약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이 있는지,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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