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교수] 입력 2023.06.12 08.40
신진호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침묵의 병’으로 알려진 고혈압은 사망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구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고혈압은 전 세계 사망 위험 요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담배나 비만보다 사망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
이처럼 위험한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세계고혈압연맹(WHL)은 매년 5월 17일을 ‘세계 고혈압의 날’로 지정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고혈압에 따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청과 대한고혈압학회가 5월 한 달을 혈압 측정의 달로 지정해 고혈압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701만 명으로 2017년의 약 602만 명에서 16.5%가 증가했다. 특히 20대와 30대 증가율은 각각 44.4%, 26.6%로 평균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이렇게 젊은 고혈압 환자의 증가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30대 고혈압 환자의 질환 인지율이 19%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스트레스나 약물, 음식, 자세,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또한 의사·간호사의 흰 가운만 보면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 고혈압’과 그 반대인 병원 밖에서만 더 높게 나오는 ‘가면 고혈압’ 등 진료실 내 측정만으로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고혈압학회에서도 진료실 밖 주기적인 자가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젊은 환자들의 질환 인지율이 낮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만성 콩팥 질환, 말초혈관 질환, 망막병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 밖에서의 자가혈압 측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가정혈압 측정의 어려움, 데이터 관리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자가혈압 측정의 한계가 존재한다. 경계성 고혈압 유무, 야간 고혈압 및 아침 고혈압 발생 유무, 그리고 혈압 강하(Dipping) 여부 등 환자에 맞는 혈압 관리를 위해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지만 약제(용량 등) 선택과 치료 결정에 도움된다.
이런 혈압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은 24시간에 걸쳐서 주간 15~30분 간격, 야간 30~60분 간격으로 여러 번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 편의성이 낮아 실제 사용 빈도가 높지 않다. 모바일 기기의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의 낮은 고혈압 인지도를 고려하면 웨어러블 혈압 측정 기기는 고혈압을 조기 진단하고 관리하는데 효용성이 매우 높다.
혈압계는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연속 측정을 통해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추후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가혈압 측정으로 숨은 고혈압 환자를 발견하는 것에 더해 앞으로는 고혈압 환자가 혈압 수치 변화를 스스로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하루 시간별 혈압 데이터를 지속해서 축적할 뿐 아니라 다른 생체지표와 연관성을 파악하고 생활습관을 기록하며 관리 방법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젊은 나이에 고혈압을 진단받았다고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만성질환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꾸준히 관리해 나가면 자신의 건강상 약점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평생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저염식, 채소 위주의 식습관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자가 혈압 측정의 생활화로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켜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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