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이상 마른기침·호흡곤란 있으면 폐 문제 의심

[이민영 기자] 입력 2023.05.26 09.39

간질성 폐 질환, 정확한 진단이 치료 결과에 영향

암은 아니지만 암 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이 있다. 바로 ‘간질성 폐 질환’이다. 간질성 폐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40%, 10년 생존율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간질성 폐 질환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폐포와 폐포 벽을 지지하는 구조물인 간질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폐 간질이 두꺼워지고 염증이나 섬유화가 일어나면서 기능이 저하되는데, 간질 손상으로 발생하는 2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경훈 교수는 “간질성 폐 질환은 폐가 섬유화 등으로 악화하면서 점차 호흡이 짧아지고 결국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신체 운동에 의해 유발되는 호흡곤란이나 마른기침 증상이 지속하면 간질성 폐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간질성 폐 질환의 상당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다. 다만 유전적 소인에 흡연이나 분진, 위식도역류 질환, 감염 등 유전, 환경, 바이러스 등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간질성 폐 질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질성 폐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4만654명으로 2011년 1만8068명 대비 10년간 약 125%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전후에 많이 나타난다. 유병률은 10만 명 당 남성은 81명, 여성은 67명으로 남성이 약 1.2배 많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이다. 또 비특이적 흉통을 보이기도 하고 간혹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환자마다 다른 양상과 속도로 진행된다. 진단은 쉽지 않은 편이다. 질환군에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질병이 포함돼 있는 데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도 많은 탓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폐 기능 검사, 고해상도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다. 또 기관지경을 통한 기관지폐포세척검사, 폐 조직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는 “고해상도 흉부 CT 영상의 발전으로 많은 부분이 영상 검사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같은 영상학적 소견을 보이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영상 소견일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간질성 폐 질환은 원인에 따라 예후와 치료 방침이 많이 달라지는 만큼 필요한 경우 환자의 폐 기능이 허락된다면 수술적 폐 조직검사 시행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간질성 폐 질환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다만 최근 약제 개발과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될 경우 항섬유화제를, 비특이적 간질성 폐 질환은 스테로이드 같은 항염증제제와 면역억제제가 처방되고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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