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보내는 위험 신호 빠른 감별로 뇌 질환 대비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5.22 09.14

[병원 탐방] 분당 서울나우병원 뇌신경센터

분당 서울나우병원 김지영 센터장(오른쪽)이 두통·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질환 감별을 위해 비디오 안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미연 객원기자

누구나 흔하게 겪는 두통·어지럼증은 치명적 뇌 질환을 알리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벼락 두통으로 머리가 매우 극심하게 아프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면서 머리가 잠깐 어지럽다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분당 서울나우병원 뇌신경센터는 철저한 병력 청취, 다각적 신경학적 검사, 먹는 약 점검 등 꼼꼼한 진료로 뇌동맥류, 뇌종양·뇌졸중 같은 위험한 뇌 질환의 전조 증상을 빠르게 파악한다. 체계적인 증상 평가로 응급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올바른 치료를 돕는다.


두통·어지럼증은 전체 인구 10명 중 7~8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의학적으로 두통·어지럼증이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하루이틀 지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져 무심코 넘기기 쉽다. 그런데 어떤 두통·어지럼증은 드물지만 치명적인 뇌 질환을 알리는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픈 벼락 두통이나 타이레놀·게보린 등 진통제를 먹어도 두통이 더 심해진다면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조다.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뇌혈관이 조금씩 좁아지거나 꽈리가 생겨 부풀어 올라 두통·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나우병원 김지영 뇌신경센터장은 “두통·어지럼증을 제대로 감별하지 못하면 뇌종양·뇌졸중 등 치명적 뇌 질환으로 돌연 생명을 잃거나 후유증이 평생 남을 수 있다”며 “두통·어지럼증이 생기는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통·어지럼증 경미해도 위중할 수 있어
서울나우병원 뇌신경센터는 정확한 감별 진단을 강조한다. 두통·어지럼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심하다고 모두 중증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병력을 살피면서 증상을 감별해야 하는 이유다. 뇌에 문제가 생기면 두통·어지럼증은 물론 의식을 잃거나 팔다리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서울나우병원 뇌신경센터에서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두통·어지럼증의 증상을 신경학적 소견에 따라 뇌 실질을 점검하는 MRI, 뇌혈관을 살피는 MRA, 급성 뇌졸중을 감별하는 diffusion MRI, 뇌혈류 초음파검사, 비디오 안진 검사, 뇌파 검사, 자율신경계 검사 등 다양한 신경 검사 장비로 평가한다.

김 원장은 목·허리 통증으로 서울나우병원을 찾은 환자의 뇌종양을 진단하기도 했다. 본래는 목·허리 통증으로 척추센터를 찾았는데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척추가 아닌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담에서 두통은 거의 없고 걸을 때 본인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약하게 한쪽으로 쏠린 정도였다. 증상만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뇌신경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뇌MRI를 찍었더니 종양이 한쪽 뇌의 3분의 1가량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뇌종양이 커지면서 뇌압이 올라 두통을 호소하는데, 특이하게 목·허리 통증과 팔다리 힘이 빠지는 증상만 있었던 것이다.

몸의 균형 감각을 잃는 어지럼증도 마찬가지다. 속이 울렁거리면서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심한 어지럼증은 뇌가 아닌 대개 전정기관인 귀의 문제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증상이 심하지만 대부분 크게 위험하지 않고 치료도 간단한 편이다.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위험한 어지럼증의 증상은 경미하다. 갑자기 멍해지듯 5~10분 정도 어지럽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잠깐 어지럽다가 괜찮아지면 응급 상황이다. 증상은 가벼워 보여도 뇌졸중 전조 증상이다. 조금씩 좁아진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히면서 어지럼증을 느꼈다가 다시 뚫리면서 회복한 상태다. 김 원장은 “이때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24~72시간 내 뇌졸중으로 진행해 돌이키기 어려운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 시 대학병원 연계해 빠른 대처 가능
특히 술에 취한 것처럼 중심을 잡기 어려워 휘청거리듯 걷거나 한쪽 팔다리가 저리듯 감각이 둔해졌다면 뇌졸중을 강력하게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은 한 번 나타나면 2~3일 이내 뇌혈관이 완전히 막히면서 뇌졸중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원장은 “고령층은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증과 이석증, 전정신경염 같은 귀의 전정기관 이상으로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감별하기 어려워 뇌 영상으로 뇌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고령층의 증상을 살펴보다가 급성기 뇌졸중으로 판단돼 곧바로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하기도 했다.

정확한 감별 진단은 빠르고 올바른 대처로 이어진다. 서울나우병원 뇌신경센터는 대학병원 출신의 의료진이 환자 맞춤형으로 증상 평가부터 검사·판독·진단을 한 곳에서 진행한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지, 어떤 양상으로 두통·어지럼증이 나타나는지, 먹고 있는 약은 무엇인지 등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통합적으로 살핀다. 두통·어지럼증 치료는 진료 접근성이 좋고, 빠르게 뇌 영상 검사가 가능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응급 상황일 때 일차적으로 진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 진료가 가능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위중증 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은 진료 예약을 잡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 진료를 기다리다가 치명적 뇌 질환이 발병할 수도 있다. 특히 뇌졸중으로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뇌세포가 1분 만에 200만 개가 사멸한다. 김 원장은 “뇌졸중처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 협력병원 간 패스트트랙으로 대처해 후유증 없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센터장이 짚어주는 위험한 두통·어지럼증 증상

1. 벼락 두통

별다른 징후 없이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두통이다. 머리를 망치로 쾅쾅 내리치는 듯 아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벼락 두통은 머릿속 시한폭탄인 뇌동맥류가 더 커지면서 뇌신경을 압박하거나 파열돼 뇌출혈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 증상이다. 대개 언제 어떤 상황에서 머리가 아팠는지 명확하게 인지한다. 뇌동맥류 파열로 뇌출혈이 발생하면 즉각적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벼락 두통으로 머리가 아프다면 즉각 뇌혈관 문제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2. 크레센도 두통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의 강도가 점진적으로 세지고, 빈도가 증가하는 두통이다. 속이 울렁거리면서 머리가 아프다. 두통으로 새벽에 잠을 자다가 깨는 경우도 있다. 약국에서 파는 여러 가지 진통제를 먹어도 반응이 거의 없다. 이런 두통은 뇌종양 등으로 뇌압이 올라 발생하는 두통일 수 있다. 머리가 아프면서 발작(경련), 시력 저하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자고 일어난 아침에 두통이 심해지거나 구역·구토를 동반한 두통이라면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뇌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3. 잠깐 술 취한 듯 어지럼
멍해지듯 어지러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대략 수분 정도 지나면 본래 상태를 회복해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일시적으로 말이나 동작이 어눌해지면서 어지러운 증상은 뇌혈관 협착에 의한 뇌졸중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뇌졸중 환자의 10%는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잠깐 술에 취한 듯 어지러워 비틀거리는 전조 증상을 겪는다. 좁아진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 뚫린 상태로 2~3일 내 뇌혈관이 완전히 막히면서 응급 상황으로 진행할 수 있다. 65세 이상, 만성질환자라면 뇌졸중 전조증상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4. 실신 어지럼증
아득한 기분이 들면서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어지럼증도 위험하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어지럽다. 바로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실신 어지럼증이다. 온도가 높은 사우나에서 앉아있다가 후끈한 열기에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뚝 떨어지고 뇌혈류가 감소하면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식이다. 고령층, 당뇨병 환자 등 몸의 자율신경 반응이 떨어져 있거나 전립샘비대증·고혈압 치료 등을 위해 약을 먹고 있다면 실신 어지럼증 고위험군이다. 의식을 잃을 때 주변 구조물에 의한 낙상 사고로 크게 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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