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겹쳐 보이면 노안보단 백내장 의심해야

[나경선 교수] 입력 2023.05.12 08.37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나경선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나경선 교수

5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가족과 고마운 분들을 위해 챙겨야 하는 일정이 많다. 특히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는 날이 있어 더욱 의미가 깊은 달이다. 매년 돌아오는 5월, 올 해는 어떤 의미 있는 선물을 해드리면 좋을지 항상 고민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 드리는 의미에서 일명 효도검진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 종합검진 외에도 부모님 연령 및 평소 불편한 증상을 고려해 큰 병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조기에 체크하고자 특정질환에 대한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안과 검진의 경우 눈의 불편감을 노화로 인한 일반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간과할 수 있어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87.4%에서 발병되는 백내장은  눈의 노화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으로 노안과 증상이 비슷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조기발견이 늦을 수 있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감소되어 근거리 시력이 떨어지는 눈의 변화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며,  백내장은 수정체 속 단백질이 노화나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변성되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왜곡되어 보이는 질환이다. 

백내장 초기에는 수정체 주변부에만 혼탁이 발생해 뚜렷한 시력감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혼탁이 수정체 중앙부위에 발생한 경우에는 눈동자가 수축하는 낮 시간이나 밝은 장소에서 시력이 나빠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시력이 좋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정체 전체가 혼탁해진 환자의 경우 밝고 어두움에 관계없이 항상 시력이 감퇴되는 증상을 경험한다. 시야가 흐려지고 겹쳐 보인다고 무조건 노안을 의심하기 보단 백내장일 수 있기 때문에 안과정밀검진이 필요하다.

백내장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초기에 안약 또는 먹는 약으로 백내장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후 혼탁이 진행되어 직업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된다면 수술로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치료를 고려한다.

인공수정체의 종류로는 단초점, 다초점, 난시교정용 인공수정체가 있다. 환자 본인의 연령, 생활습관, 직업 등을 고려해 인공수정체 선택이 가능하다. 단초점 렌즈에서 시작한 인공수정체는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거듭하며 이중, 삼중 초점에 이어 사중초점 원리가 적용된 다초점 렌즈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특히 한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작업거리인 60cm의 중간거리에서도 연속적으로 시야를 확보하면서 원거리부터 근거리까지 선명한 시력을 제공해 안경의 의존도를 크게 낮춰준다. 

또한 빛을 분할하지 않는 기술이 적용돼 빛 번짐 현상을 현저히 줄여 단초점 렌즈와 같이 야간에도 깨끗하고 선명한 시력을 제공하면서 작업 거리의 안경 의존도도 낮추는 진보된 연속초점 렌즈도 최근에 개발되어 야간 활동이 많은 환자들이나, 다초점 렌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빛번짐, 달무리 등의 증상이 염려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백내장은 발견이 늦어질수록 수술이 까다롭고 시력 손상이 심한 질환이다. 이미 수정체 혼탁이 많이 진행되었다면 전문의와 함께 정확한 시력 측정 및 본인의 수술 후 기대하는 시력에 대해 충분한 상담으로 적절한 인공수정체 선택이 요구된다.

오랜만에 찾아 뵌 부모님께서 시력에 불편감을 호소한다면 안과검진을 받아 보길 권하며, 적절한 진단 및 치료로 건강한 시력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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