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 합병증 막으려면 투석혈관 관리에 힘써야”

[신영경 기자] 입력 2023.05.09 10.53

구동억 한길영상의학과의원 원장

만성 신부전(콩팥병) 환자가 늘고 있다. 고령 인구와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면서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점차 체내에 노폐물이 쌓여 온몸이 독소의 영향을 받는다. 신장 기능을 거의 상실한 말기 신부전 환자에겐 신 대체요법(혈액투석·복막투석·신장이식)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치료법은 ‘혈액투석’이다. 최근 한길영상의학과의원을 개원한 구동억(사진) 원장은 26년간 순천향대서울병원 혈관센터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투석 환자를 치료해왔다. 구 원장을 만나 효과적인 혈액투석 치료법과 혈관관리법을 들었다.  


-만성 신부전증은 어떤 상태인가.
“신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고 비가역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신기능이 떨어져 몸 속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한다. 소변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신 부종이 생기는 일이 흔하다. 나아가 폐부종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고혈압, 소화기 장애 등이 생긴다. 만성 신부전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당뇨병이다. 성인 환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외에도 고혈압과 사구체신염 등이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신 대체요법에서 혈액투석이 일반적인 이유는 뭔가.
“신장이식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이식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신장이식 대기 기간이 평균 7년이다. 복막투석의 경우 환자 본인이 집에서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복막도관을 갖고 있어야 하고 복막염 발생도 흔하다. 반면 혈액투석은 숙련된 의료진이 담당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대사장애의 빠른 교정으로 치료가 용이하다. 전 세계적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비율이 높은 이유다.”

-투석혈관을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혈액투석 환자에게 투석혈관은 생명줄과 같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투석기 필터로 노폐물을 걸러낸 뒤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번에 4시간 정도 걸리는 이 과정을 주 3회 시행한다. 짧은 시간에 피를 뽑아서 거르고 넣어야 하기 때문에 큰 혈관이 필요하다. 목 부분 큰 혈관에 카테터를 삽입하거나 팔에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굵은 혈관인 동정맥루를 만들어야 한다. 정맥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 인조혈관을 이용해 투석혈관을 조성한다.” 

-투석혈관 조성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혈액투석을 위한 투석혈관 조성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자가혈관을 이용하는 동정맥루와 인조혈관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가혈관술은 환자 본인의 정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조혈관보다 합병증 위험이 적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성술 후 투석에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인조혈관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수술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인조혈관 수술은 수술 성공률이 높고 투석 바늘 천자(穿刺)가 상대적으로 편하다. 하지만 혈전이나 감염과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이 자가혈관을 이용할 때보다 높다. 혈전과 감염에도 취약한 편이다. 특히 고령 환자는 자가혈관을 이용해 투석혈관을 만들기 어려워 인조혈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만들어지면 바로 혈액투석이 가능한가.
“정맥이 성숙된 후 천자해야 손상이 적고 합병증도 덜 생긴다. 따라서 투석 시점을 고려해 적어도 6개월 전에는 투석혈관 조성술을 받고 성숙 기간을 거쳐 투석 천자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응급으로 투석이 필요한 경우 혈액투석용 카테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직경 약 5㎜의 굵은 도관을 중심 정맥에 삽입해 투석하는 식이다. 이는 혈액투석이 필요하지만 동정맥루가 생성되지 않은 만성 신부전 환자나 일시적으로 혈액투석이 필요한 환자에게 주로 시행된다. 하지만 투석용 카테터는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고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한다. 다행인 건 투석용 카테터의 수준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카테터 글라이드패스(GlidePath)의 경우 재순환율이 1% 이하로 만족할 만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투석혈관의 수명은 어느 정도인가.
“평균적으로 3~5년간 사용한다. 근데 사용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20년 이상 쓰는 환자도 있다. 문제는 투석혈관 조성술을 무한정 할 순 없다는 것이다. 혈액투석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성술에 이용할 수 있는 정맥이 점차 소실된다. 조성술은 한쪽 팔에 2~3번 정도만 가능하다. 더 이상 팔에 조성술을 시행할 수 없을 땐 다리에 투석혈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투석혈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인 검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투석혈관의 상태를 자주 만져보고 귀로 들어보는 것이 좋다.”

-혈전·협착 등 합병증의 위험도 크다고 들었다. 
“투석혈관에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다. 투석 시 정맥 혈관의 손상은 불가피하다. 정맥벽이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으면 정맥 내막이 두꺼워지면서 정맥이 점차 좁아진다. 그러다 혈액 흐름이 느려지고 혈전이 발생한다. 또한 좁아진 정맥과 동맥 · 정맥 문합부 사이에는 정맥 압력이 상승한다. 이럴 경우 정맥벽이 얇아지면서 점점 확장돼 동맥류가 생기기도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인터벤션 시술을 한다. 풍선 카테터를 이용한 혈관성형술이다. 좁아진 혈관 내부에 풍선 카테터를 삽입한 뒤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신체 부담이 적어 치료 예후도 좋은 편이다. 간혹 좁아진 혈관이 딱딱해 고압력 풍선이 필요할 때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압력 풍선 가운데 가장 우수한 제품은 벡톤디킨슨(BD)코리아의 컨퀘스트 포티(Conquest 40)다. 컨퀘스트 포티는 풍선의 팽창 기압력이 보통 28~30atm이었던 것을 40atm까지 높여 협착 치료의 효율성을 높인 제품이다. 현재로선 인터벤션 시술이 투석혈관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유용한 방안으로 꼽힌다.” 

-의료기관 선택 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은 뭔가.
“투석혈관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병원과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정맥시술은 동맥시술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 특히 투석혈관은 단순 협착뿐 아니라 혈전으로 막히는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혈전으로 막혀 제때 투석을 받지 못해 전해질 이상이 생긴 경우라면 짧은 시술 시간으로 용혈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경험 부족으로 시술 시간이 길어지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환자와 교감하면서 증상에 맞게 시술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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