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체질 고려한 한방 치료로 치매·우울증 개선
[조성훈 교수] 입력 2023.05.12 08.41
[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성훈 교수
‘노인성 치매’란 65세 이후 노년기에 발병하는 치매를 총칭한다. 크게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로 구분한다. 뇌종양이나 알코올 중독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이차성 치매도 있다.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늦어지면 정신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노년층의 우울증 역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노인에 대한 심리적·정신적 관리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한의학에선 치매를 ‘매병(
?病)’이라고 표현한다. 즉, 뇌가 여러 가지 원인 탓에 손상받아 기억력·이해력·판단력에 장애를 일으켜 사회·가정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된 증상은 기억력 장애다. 가장 최근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병이 점점 진행하면서 과거의 일도 잊어버린다. 증상이 가벼우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지만, 심할 경우 기억력·판단력·이해력이 유치원생 수준으로 악화하고 아주 심해지면 모든 정신 기능이 4세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
기억 증진 효과 확인된 조위승청탕
한의학에선 매병과 건망(健忘)을 기본으로 신경을 안정시키고 몸에 막힌 기혈을 소통해 담과 어혈을 없애고 몸을 보하는 방법을 응용한다.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물과 침구 치료로 치매 증상을 개선한다. 한약물로는 주로 조위승청탕을 사용한다. 예부터 한의학에서 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널리 활용하던 처방이다. 2000년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시행된 ‘치매에 대한 한약제제 개발’ 연구과제에서 기억 증진 효과를 선보이기도 했다. 조위승청탕의 주 약재인 원지는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신경세포 보호 효과와 신경 줄기세포의 증식 및 분화 촉진 효과를 나타낸다. 침으로는 주로 백회·사신총 등 머리 부위 혈 자리를 자극함으로써 치료한다. 이때 한약 성분으로 된 약침 역시 활용할 수 있다.
노인성 치매와 함께 사회적으로 대두하는 문제는 ‘노인성 우울증’이다. 어르신은 신체적·심리적 노화와 생활 여건의 변화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정신과 신체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불편하고 아픈 부위와 관련한 병원만 찾거나 그저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해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검사를 해도 기질적인 원인이 없는 복합적이고 모호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니 이럴 땐 노인성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인 인구의 15%가 노인성 우울증에 해당한다. 불면이나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모호한 신체 증상 호소, 인지 기능 감퇴, 불안, 초조 증상이 두드러진다.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가 먼저 나타나고 이후 인지 기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우울증 있으면 치매 발생 위험 2~3배
나이가 들면 작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항상성 유지가 어려워진다. 한방 치료는 신체 원기를 북돋워 균형 있는 상태로 자연스러운 회복을 이끌 수 있다. 무엇보다 노인성 우울증에 대한 한방 치료의 강점은 부작용이 적다는 데 있다. 혈압약·당뇨약·기저질환약 등 여러 가지 약을 이미 복용 중인 노인에게 침구·한약·한의정신요법 등 한방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된다.
또한 ‘노인층의 인지 개선 효과에 대한 한약물 임상연구’, ‘노인성 우울증에 대한 한방 집중치료 프로그램의 효과’, ‘우울증에 대한 한약물 치료 문헌적 고찰’ 등 지금까지 진행됐던 연구결과를 보면,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생활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심신에 적당한 자극을 주고, 작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 삶의 보람을 얻는 것이 좋다. 단체·취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일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하고 햇볕을 쬐는 일 역시 노인성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노인성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성이 2~3배 높다고 알려진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우울증의 증상과 질병 상태에 맞게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설 것을 권한다.
①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다
②약속해놓고 잊을 때가 있다
③과거에 쓰던 기구 사용이 서툴러졌다
④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⑤갈수록 말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⑥물건을 항상 두는 장소를 망각하고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
⑦방향 감각이 떨어졌다
⑧돈 관리하는 데 실수가 있다
⑨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⑩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몰라 찾는다
⑪뚜렷한 이유 없이 감정 기복이 심하다
⑫의심이 많아지고 의존적으로 변하는 등 성격에 변화가 생겼다
⑬수동적으로 변해 TV 앞에만 앉아 있거나 과다수면을 취한다.
*최근 6개월간 위 증상 중 7개 이상이 나타났다면 노인성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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