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가족력 있다면 뇌 검사 필수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3.31 10.54

뇌혈관 질환 바로 알기

뇌혈관에서 발생하는 뇌경색·뇌동맥류 등 뇌혈관 질환은 초응급질환이다. 뇌경색으로 뇌혈관이 혈전(피떡)으로 막히면 혈액공급이 차단되면서 뇌세포가 빠르게 괴사한다. 이른바 ‘허혈성 뇌졸중’이다. 서둘러 공급로를 확보해주지 못하면 사망 아니면 편마비와 같은 평생 후유증이 남는다. 혈관의 일부가 꽈리처럼 불룩해지는 뇌동맥류를 방치하면 압력으로 인해 얇은 부위가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신희섭 교수와 함께 뇌혈관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벼락 두통과 편마비만 알아도 응급 상황 대처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뇌혈관 질환은 언제 발생할지 알기 어렵다. 미리 전조 증상을 숙지하고 응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한쪽 얼굴이 돌아가거나 균형잡기 어렵다면 뇌경색을 의심한다. 뇌혈관이 막히면서 편마비, 언어 장애 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뇌동맥류로 뇌출혈이 생기면 벼락 두통이 특징이다. 평생 이렇게 머리가 아픈 적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편마비, 벼락 두통 등 증상이 발생했다면 지체없이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특히 뇌경색은 치료 골든타임을 지켰느냐가 예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증상 발생 후 3시간 안에 혈전 용해제를 투약하거나 시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 혈류를 확보해야 뇌세포를 살릴 수 있다. 뇌출혈도 최대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출혈이 심하면 현장에서 사망할 확률이 높고 응급 처치를 받아도 평생 후유증이 남는다. 운 좋게 출혈량이 많지 않다면 혈액이 응고되면서 출혈이 멈춰 시간을 벌 수 있다. 

사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60~70%는 뇌경색 환자다. 인구 고령화로 심방세동 등 부정맥 환자가 늘면서 뇌졸중 환자도 증가세다. 심장 부정맥으로 생긴 혈전이 온몸을 떠돌다가 뇌혈관을 막는다. 초응급상황이지만 모든 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을 녹여 없애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는 없다. 출혈 가능성이 크거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 지혈이 어려울 때, 과거 뇌출혈 경험이 있는 환자는 사용하기 어렵다. 임상 현장에서는 전체 뇌경색 환자의 절반 정도만 혈전용해제를 투약한다. 

혈전용해제 사용이 어렵다면 혈관 내 혈전제거술로 대처해야 한다. 카데터를 집어넣어 혈관을 막은 혈전을 빼내는 치료다. 한 번에 확실하게 혈전을 제거해야 해 정확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혈전을 제거하면 편마비가 풀리면서 정상적으로 걷고 어눌했던 발음도 명확해진다.

혈관이 터진 뇌출혈은 재출혈을 막는 치료가 중요하다. 동맥류가 다시 터져 2차 출혈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과 뇌압을 참고해 혈관내 시술을 할 것인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 혈관내 시술은 사타구니 동맥으로 카데터를 집어넣어 동맥류까지 진입시킨 뒤 백금 코일로 뇌동맥류를 메우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1시간~1시간 30분 걸릴 정도로 빠르고, 주변 조직을 건드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뇌압이 높거나 동맥류의 위치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두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최선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는 사전에 대비 가능하다. 뇌동맥류는 혈관에 생긴 염증이 원인으로 손상된 혈관 내벽이 높은 압력으로 늘어나 주머니를 형성한다. 흡연, 또는 고혈압,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가족력도 있다. 동맥류가 2개 이상인 사람의 직계가족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검사받기를 권한다. 뇌동맥류를 진단받게 된다면 터지기 전에 제거하면 된다. 크기는 3㎜부터 30㎜까지 다양하며 요즘 의학계에선 시술 대상의 크기가 계속 작아져 직경 3㎜라도 제거하기를 권한다. 게다가 시술 방법이 간편해지니 미리 제거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다.

정기 검사와 만성질환 관리로 예방 신경 써야
뇌동맥류는 반드시 정기검사를 받아 동맥류의 변화를 체크해야 한다. 위험인자인 흡연이나 폭음을 삼가고 여성호르몬 조절 약제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또 혈압을 갑작스럽게 올리는 무게 운동, 숨을 오래 참는 수영, 찜질방 등도 피해야 한다. 한겨울 야외활동을 할 땐 목도리와 모자를 챙기고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실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부터 봄이 오는 3월까지 가장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뇌경색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비만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혈관 위해 요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운동으로 혈관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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