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았는데 결핵…치료해도 재발할 수 있나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3.28 08.54

[닥터스 픽] 〈57〉결핵의 약물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70대이신 저희 어머니는 3년 전 결핵에 걸렸습니다. 20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결핵전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셨고, 현재는 완치된 상태입니다. 단순한 감기인 줄 알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닌 끝에 결핵 진단을 받으셨는데요. 당시 처음에는 6개월 간 약을 먹으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약이 듣지 않고 증상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20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평소에 건강하셨는데 왜 일반 결핵도 아닌, 광범위 약제 내성이란 결핵에 걸리셨을까요. 이 질환에 대해 궁금하고 앞으로 병이 재발하진 않을지,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심태선 교수의 조언

치료가 까다로운 다제 내성 결핵을 완치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다만 결핵 치료를 종료한 환자도 다시 결핵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체내에서 완전히 없애지 못한 결핵균이 다시 자라기도 하고 새로운 결핵균이 체내에 침투하기도 합니다. 결핵 치료를 종료한 후에도 1~2년 정도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전신 면역 상태를 정상으로 유지하도록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결핵은 한국인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감염병입니다. 국내 법정 감염병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질병 부담도 높습니다. 물론 이전에 비해 위생·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결핵에 걸리는 사람은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결핵 고위험 국가입니다. 일제 강점기,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한국인 3명 중 1명은 몸 속에 결핵을 보유하고 있는 잠복 결핵 상태입니다. 고령으로 몸이 약해지거나 당뇨병·류머티즘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잠복했던 결핵균이 활동해 결핵이 발병합니다. 잠복 결핵 보균자의 5~10%는 결핵으로 이어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실제 지금도 국내에서만 매년 2만여 명 이상이 새롭게 결핵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결핵 진단율이 떨어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코로나19로 결핵 진단·치료가 늦어지면서 결핵 사망률이 13%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결핵은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따라서 고령층이면서 3주 이상 기침을 계속 한다면 결핵을 의심하고 보건소나 병의원에서 관련 검사를 받을 것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실제 국내 결핵 발생의 50% 이상은 65세 고령층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류머티즘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결핵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잠복 결핵 감염 검사로 예방적 결핵 치료를 권합니다.  

다행히 결핵은 완치가 가능한 질병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피라진아미드, 에탐부톨과 같은 표준 결핵 치료제를 6개월가량 잘 먹으면 됩니다. 특히 처음 2주간 약을 잘 먹으면 전염성도 사라져 일상생활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질문을 주신 분의 어머님처럼 표준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있을 때입니다. 처음부터 내성인 결핵균에 감염되기도 하고 약물치료 과정에서 내성을 획득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엔 진료지침에서 결핵으로 확진되면 어느 약에 잘 듣는지 약제 감수성 검사를 반드시 시행하도록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다제내성 결핵,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핵심 결핵약에 내성이 있으면 표준 결핵 치료를 시행해도 치료 반응이 떨어집니다. 내성이 없는 다른 약으로 교체해 치료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표준 결핵 치료제보다는 치료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약으로 치료하다보니 치료 기간이 18~24개월로 길어집니다. 다행히 최근엔 프레토마니드라는 새로운 결핵 치료제를 병용한 BPaL 요법으로 치료 기간을 6개월로 대폭 줄인 치료법에 주목합니다.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의 새로운 단기 병용 치료법입니다. 치료 성공률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사실 결핵 치료는 철저하고 규칙적인 약 복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깟 약 먹는게 뭐 얼마나 어렵고 힘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핵 치료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결핵 약물치료는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려 치료 기간이 긴 편입니다. 여기다 먹어야 할 약의 종류나 갯수도 많습니다. 다량의 약을 장기간 먹다보니 소화불량으로 속이 부글거리거나 피부 발진과 같은 약 부작용으로 치료 스케줄에 맞춰 약 먹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이때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몸 속의 결핵균이 그동안 복용했던 결핵약에 내성이 생깁니다. 결국 결핵 치료에 쓸 수 있는 약이 없어져 결핵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약제 내성으로 결핵 치료 성공률도 떨어집니다. 일반 결핵이라면 처방받은 대로 결핵약을 6개월가량 먹으면 80~90%는 완치됩니다. 그런데 결핵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2종류의 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율은 6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광범위 내성 결핵의 치료 성공률은 더 낮습니다. 약물 내성이 생기면 결핵 치료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부작용 등으로 힘들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증상을 조절하면서 결핵 치료를 지속해야 합니다.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결핵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증상이 악화했을 때 치료 방법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매년 3월 24일은 WHO에서 지정한 결핵 예방의 날입니다. 감기가 아닌데도 기침을 오래 한다면 결핵을 의심하고 치료하길 바랍니다. 결핵은 정해진대로 약을 잘 먹으면 완치 가능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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