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뒤틀리는 류머티즘 관절염, 관절 손상 막는 관해 유지 치료가 중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3.21 08.41

[닥터스 픽] 〈56〉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진단받아 5년 째 치료 중인 50대 환자입니다. 최근 약을 먹어도 관절 통증이 있고 전신 피로감이 점점 심해져 걱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 시간 정도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뻣뻣하고 손목·팔꿈치·어깨 등 온몸의 관절이 욱신거려 주물러야 합니다. 주변에서 류머티즘 관절염이 더 악화하면 손가락 관절이 뒤틀린 채로 굳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두려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확실하게 없애는 치료법은 없을까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찬범 교수의 조언

류머티즘 관절염은 완치 개념이 없습니다. 치료 목표도 관절 통증, 뻣뻣함 같은 류머티즘 관절염 증상이 없으면서 관절 변형을 막는 것입니다. 자타각적 증상이 거의 없고 관절 손상도 진행하지 않는 관해(Remission) 상태를 유지하거나 낮은 질병 활성도 달성을 추구합니다. 물론 증상 발현 초기에 진단·치료를 시작하면 최소한의 약물치료만으로 증상의 진행 없이 지낼 수 있지만, 모두가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약을 먹고 있는데도 관절 통증, 관절 뻣뻣함 같은 증상을 계속 호소하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충분한 수준만큼 질병 활성도가 조절되지 않는 상태로 추측됩니다. 안타깝게도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43.5%는 다양한 치료에도 관해 도달에 실패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임상적 관해에 도달하더라도 통증, 피로 등 잔여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에 소홀해 증상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니 좌절하지 않길 바랍니다. 

일단 류머티즘 관절염 전문의와 논의해 TNF-알파 억제제, IL-6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나 JAK억제제 등으로 바꿔 관절 손상을 막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해 보입니다. 생물학적 제제나 JAK억제제 등 다양한 기전의 약은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과 관련된 증상·징후가 없는 관해(Remission) 상태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미국 류마티스학회(ACR), 유럽 류마티스학회(EULAR) 등에서도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 높은 관해 도달율을 강조합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치료는 질환 진행을 억제해 관절 변형을 막는 것이 핵심입니다. 치료를 위해 다양한 약을 사용하는데, 가능한 빨리 진단받아 항류머티즘제제(DMARDs) 치료 등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테로이드나 비스테로이드 진통 소염제는 항류머티즘제제가 충분한 효과를 보이기 전에 빠른 증상 개선을 위해 사용을 고려할 수 있지만, 가능한 짧은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참고로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한 번 손상된 관절은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관절 손상을 예방하는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입니다.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처럼 증상을 참고 견디면 통증이 심해지고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수 있습니다. 염증이 관절 주변 연골과 뼈로 침투하면서 관절이 구조적으로 뒤틀리는 식입니다. 

실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10명 중 6~7명은 발병 2년 이내에 관절 손상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점차 뻣뻣해져 주먹을 쥐기 힘들고 손으로 물건을 집아도 잘 놓칩니다. 환자 둘 중 한 명은 관절 변형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손톱을 깎거나 머리를 감는 등 손을 사용하는 일상생활이 불편해졌다고 호소합니다. 

최근엔 류머티즘 관절염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환자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더 나은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류머티즘 관절염 발병에 관여하는 JAK단백질의 세포 내 신호 전달을 차단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억제하면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효과를 입증한 린버크(애브비), 젤잔즈(화이자), 올루미언트(일라이 릴리) 같은 JAK 억제제 치료에 주목합니다. 기존 방식으로 충분한 치료 효과가 없을 때 관해 유도를 위해 추가로 고려합니다. 주사 형태인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경구 복용으로 치료 편의성도 높습니다. JAK 억제제는 약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효과 발현이 빠르고 높은 임상적 관해 도달율을 보입니다. 통증 및 피로감 완화 등 낮은 질병 활성도를 보입니다. 

JAK 억제제는 생물학적제제에 비해 주요 심혈관계 사건과 비흑색종피부암(NMSC)을 제외한 악성종양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JAK 억제제의 사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투여 시작 전 위험도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될 때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은 부작용을 최소화한 치료로 질환 진행을 늦추면서 임상적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증상이 빠르게 좋아지지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치료를 지속할 것을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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