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1군 발암물질인데, 담배처럼 해롭다는 국민 37.4%뿐

[김선영 기자] 입력 2023.03.20 12.02

국립암센터, 대국민 음주·흡연 인식도 조사 결과

한국인은 담배에 비해 술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담배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에 대한 발암성 근거가 충분하다고 분류한 1군 발암물질에 속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생각보다 적었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20~6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대국민 음주·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배가 1군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아는 국민은 88.5%에 달했지만, 술이 1군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아는 국민은 33.6%에 그쳤다고 밝혔다.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술과 담배가 둘 다 똑같이 해롭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37.4%에 불과했다.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6.9%는 한두 잔의 음주는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으며, 한두 잔의 음주도 건강에 해롭다고 응답한 이는 34.0%에 머물렀다. 오히려 한두 잔은 건강에 도움된다고 응답한 이들도 18%나 됐다. 음주 현황을 보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음주자 비중이 높았고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음주 빈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일수록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으로 과음(폭음)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예방을 목적으로 음주 규제를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선 국민의 47.9%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금주를 권고하는 것엔 48.4%가 동의했다. 음주 규제를 시행한다면 필요한 정책 1순위로 ‘술 광고 금지’를 꼽았으며 ‘공공장소 음주 규제’와 ‘음주 위해성 알리기’가 뒤를 이었다.

대중매체를 통해 술 광고나 음주 장면에 노출될 경우 청소년의 음주 시작 시기가 앞당겨지고 음주 소비가 촉진될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류광고를 비롯한 음주 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술에 대한 TV, 라디오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핀란드, 스페인은 알코올 도수에 기준을 둬 알코올 함량이 15∼22% 이상인 경우 술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25세 이하 모델은 주류광고에 출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영국은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한 주류회사는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주류상품을 진열하고 판촉·포장하는 과정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음주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음주 문화에 관대한 환경이다. 특히 관련 규제가 상당히 미비한 편이다. 2021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주류광고 제한 조항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며 주류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속도를 따라가기엔 미흡한 상황이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과거에는 한두 잔 정도의 음주는 괜찮다고 했지만 WHO와 유럽 선진국에서 음주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며 “WHO는 건강을 위한 적정 음주는 없으며 가장 건강한 습관은 소량의 음주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암을 예방하려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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