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찌릿한 치통, 그냥 두면 안 되는 이유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3.14 08.45

[닥터스 픽] 〈55〉민감성 치아 관리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찬 음료를 마실 때마다 찌릿거리는 치통으로 힘든 30대 초반 여성입니다. 통증이 오래가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치아가 시큰거리면서 찌릿하면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짜증이 늘었습니다. 먹으면 아프니 식욕도 줄었습니다. 양치질을 하루 3번씩 빼먹지 않고 하는데도 계속 찌릿하게 아픕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지려니 했는데 벌써 한 달째입니다. 치과에 가야지 생각은 하는데, 통증이 심하지도 않고 일시적이라 미루게 됩니다. 그냥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요.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보존과 박정원 교수의 조언

일반적으로 찬물을 먹을 때 갑작스럽게 찌르는 듯한 신경 통증이 있다면 민감성 치아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치아의 가장 겉 부분인 법랑질이 손상되면 치아 신경과 맞닿은 상아질이 노출돼 열·압력·충격 등에 민감해집니다. 주로 차갑거나 뜨거운 음료나 음식 등으로 인한 신경 자극으로 1~2초간 짧고 날카로운 통증을 호소합니다. 참고로 민감성 치아로 이가 시린 증상은 1개 치아에만 국소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모든 치아에 찌릿한 통증을 느껴야 민감성 치아인 것은 아닙니다. 

사실 민감성 치아는 성인 10명 중 6~7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합니다. 잘못된 양치질은 민감성 치아가 생기는 다양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양치할 때 강하게 힘을 줘 칠솔을 좌우로 움직이면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인 치경부가 마모돼 민감성 치아가 생깁니다. 양치질은 잇몸에서 치아쪽으로 쓸어내듯 칫솔을 세워 닦으면 치경부 마모가 덜 생깁니다. 칫솔도 모가 뻣뻣한 것보다 부드러운 미세모를 사용하면 치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나 오렌지 주스, 커피, 냉면처럼 산이 강한 음식을 즐길 때도 법랑질 손상으로 민감성 치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잇몸 퇴축으로 치아 뿌리 부분이 노출되면서 치아 민감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민감성 치아는 구강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민감성 치아가 생겨도 질문을 주신 분처럼 치아가 찌릿하고 아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찌릿한 시린니 통증에 무의식적으로 해당 부위 양치질을 설렁설렁하면서 2차적으로 치아 우식(충치)이 생기거나 치주 질환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셀프 헬스케어로 민감성 치아 관리에 신경쓸 것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시린니 증상은 민감성 치아 외에도 치아 우식(충치), 잇몸 질환, 치아 균열(크랙), 보철 탈락 등 병적인 요소로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린니 증상이 있다면 치과 병의원을 찾아 정확한 시린니 증상의 원인을 먼저 파악할 것을 권합니다. 각 원인에 따라 시린니 증상 대응법이 달라집니다. 치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아 상실을 막으면서 치료 범위를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민감성 치아로 인한 시린니 증상은 센소다인과 같은 민감성 치아용 치약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치약 속 기능성 성분인 질산 칼륨이 치아 표면의 상아 세관을 차단해 신경 자극을 줄여줘 시린니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질산 칼륨 성분을 함유한 민감성 치아용 치약의 시린니 증상 개선 효과를 인정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민감성 치아 관리에 질산 칼륨 성분을 함유한 치약 사용을 1차적으로 권합니다. 하루 2번의 양치질만으로도 시린니 증상을 예방·완화할 수 있습니다.

치아 스케일링도 중요합니다. 잇몸 염증을 유발하는 치석을 직접적으로 제거해 시린니 증상을 유발하는 잇몸병을 치료·예방하면서 동시에 구강 건강도 챙길 수 있습니다. 간혹 치아 스케일링으로 시린니 증상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대략 2주 정도 지나면 잇몸이 차오르면서 시린니 증상도 자연히 사라집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6~12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치아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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