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보툴리눔 독소, 이것 3개는 살피세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3.10 08.33

[인터뷰]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보툴리눔 독소는 누구나 쉽게 고려하는 뷰티 시술 중 하나다.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 시키는 성질을 활용해 미간, 이마, 눈가 주름, 사각턱 개선 등 다양한 미용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주름이 눈에 띄게 사라지는 극명한 효과, 다른 미용 시술에 비해 저렴한 비용 등으로 빠르게 대중화됐다. 어깨 승모근, 종아리 알통 등 체형 교정에도 보툴리눔 독소가 활용되면서 첫 시술 연령층이 20·30대로 어려졌다. 

최근엔 보툴리눔 독소 제품의 안전성에 주목한다.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툴리눔 독소는 강력한 신경 독성 물질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때는 생물학적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하기도 했다. 보툴리눔 독소의 효과는 길어야 12개월 정도다. 고용량을 반복 사용하면 사용량을 늘려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 각 제품마다 적응증, 용법·용량, 내성 예방 효과, 면역학적 안전성 등도 다르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사진) 교수에게 안전한 보툴리눔 독소 사용에 대해 들었다. 그는 국내 출시된 대다수 보툴리눔 독소의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한 권위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보툴리눔 독소 제품과 관련한 이슈가 많은데, 어떻게 보나.

“보툴리눔 독소 균주 출처 논란, 일부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 등 다양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2015년부터 시작된 균주 논란은 아직도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어떻게 결론날지 전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보툴리눔 독소가 미용 목적으로 시술을 많이 하다보니 더욱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한국에는 보툴리눔 독소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무려 8곳이다. 한국을 제외한 미국·유럽 등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생산하는 기업은 4곳 밖에 없다. 다만 보툴리눔 독소 제품을 생산·공급하는데 균주에 대한 생산부터 유통·사용에 대한 관리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신경 독소인 보툴리눔 독소는 그 자체가 생화학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보툴리눔 독소 관리를 국방부에서 관여할 정도로 엄격하다. 국가 안보, 국민 건강에 대한 문제까지 고려해 안전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Q2. 보툴리눔 독소 균주가 왜 중요한가.

“보툴리눔 독소의 균주는 양날의 검이다. 주름을 펴는 등 미용적 목적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생화학 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해 생화학 무기를 개발했다. 이후 1975년에는 생물무기금지협약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런 이유 등으로 현재 보툴리눔 독소 제품은 국가 간 거래와 이동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나쁜 쪽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Q3. 안전하게 보툴리눔 독소를 사용하기 위해 꼭 살펴야 할 것이 있다면.

“좋은 품질의 보툴리눔 독소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품질의 보툴리눔 독소 제품을 결정하는 요소는 ①신경 독소의 순도 ②효과 발현의 일관성 ③제품 보관·이동 시 안정성 유지다. 보툴리눔 독소는 같은 균에서 만들어졌더라도 제조·유통 과정에서 효과·안전성에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제조사마다 제품의 효능과 역가가 다르다. 동일한 역가를 갖고 동일한 효능을 유지하는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툴리눔 독소, 제조사마다 효능·역가 달라
순수 톡신일수록 내성 발현 적어
상온 노출에도 품질 변화 없는 제품 나와
Q4. 보툴리눔 독소의 품질을 결정하는 3요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신경 독소의 순도는 보툴리눔 독소의 내성과 관련있다. 대부분의 보툴리눔 독소는 효과를 발현하는 신경 독소 부분과 그 주변을 둘러싼 복합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보툴리눔 독소 제품 제조 과정에서 어떻게 정제하느냐에 따라 신경 독소와 복합 단백질의 비율이 달라진다. 이때 복합 단백질이 많을수록 인체 내 항체를 만들어 내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내성 발현을 줄이면서 효과를 오래 지속하려면 신경 독소만 정제한 순수 톡신 제품을 고려해야 한다. 


일관된 효과 발현도 중요하다. 일명 품질관리(QC, Quality Control)다. 보툴리눔 독소 제품은 병에서 필요한 용량을 소분해 사용한다. 이때 중요한 점이 생산 과정에서 정해진 용량대로 만들었는지다. 일반적으로 100유니트 용량에 당연히 100유니트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병에는 80유니트가 또 다른 병에는 120유니트가 들어있을 수 있다. 유통 중인 보툴리눔 독소 제품을 수거해 검수하면 내용량이 일정 부분 차이가 존재한다. 100유니트를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120유니트를 주입했다면 과량 투여로 훨씬 많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차이가 적을수록 좋은 제품이다.


마지막은 보툴리눔 독소의 이동·보관 시 안정성 유지다. 보툴리눔 독소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변질을 막기 위해 이동·보관·사용 때 온도를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보툴리눔 독소 제품은 크게 ▶항상 냉장·냉동 보관해야 하는 제품 ▶사용 때 일정 시간만 상온에서 사용해도 되는 제품 ▶항상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으로 나뉜다.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 환자에게 주입되는 순간까지 항상 허가 사항에 맞는 온도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보툴리눔 독소를 보관·사용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1~25도의 상온 보관·사용에도 품질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획기적인 변화다. 냉장·냉동으로 보관하는 제품은 보관 조건이 달라지면 제품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인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상온 노출로 전량 폐기되기도 했다.”

Q5. 보툴리눔 독소의 안전성 이슈에 따라 국내 소비자의 니즈·관심사도 변하고 있는데.

“그렇다. 국내에서 미용 시술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의 50%가 첫 시술로 보툴리눔 독소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보툴리눔 독소 시술은 그만큼 꾸준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 제품의 효과는 6~12개월 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주기적으로 보툴리눔 독소 시술을 맞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기적으로 보툴리눔 독소 시술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2021년 31%에서 2023년 38%로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 

보툴리눔 독소 대중화로 제품 안전성 이슈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의료 소비자가 보툴리눔 독소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 조사했더니 2017·2022년 모두 공통적으로 내성을 포함한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꼽았다. 최근엔 제품의 제조 공정, 성분까지 따지는 경우도 늘었다. 더 스마트해졌다는 의미다. 효과·가격 보다 어떤 제조 공정을 거쳤고, 그 성분은 무엇이고, 순수 톡신인지 여부를 살피는 안전성을 더 점검한다. 아무래도 지속적인 균주 논란으로 보툴리눔 독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제품 그 자체의 순도, 장기적 안전성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Q6. 안전한 보툴리눔 독소 사용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보툴리눔 독소 시술에 드는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 보툴리눔 독소는 반복 시술이 이뤄지는 만큼 가격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전한 제품인지를 살펴야 한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순수 톡신만 함유해 내성 발현 가능성을 줄였는지, 품질 관리는 잘 이뤄지고 있는 제품인지, 이동·보관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제품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헬스 유튜브 영상(https://youtu.be/z0wKYuNcpNI)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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