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워 잠 못 자는 우리 아기, 아토피가 아니라 이것 때문이라고?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2.07 08.31

[닥터스 픽] 〈50〉 신생아 우유 알레르기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백일에 접어든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모유가 부족해서 고가의 조제분유를 같이 먹이고 있는데 아기의 피부 발진이 점점 심해집니다. 발진 부위가 가려워 보챔도 심하고 잠도 설칩니다. 어른들은 태열이니 조금 더 자라면 없어질 거라고 하지만 아토피가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산후조리원 동기가 아토피가 아니라 우유 알레르기 때문일 수 있다며 조제분유를 바꾸라고 하는데 정말 이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현경 교수의 조언

말 못하는 아기가 아프니 걱정이 크실 것 같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직접 보고 검사를 해야겠지만, 우유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개 아기 피부에 빨간 발진이 생기고 가려워 보채면 아토피 피부염을 의심합니다. 그런데 피부 발진, 심한 가려움증, 피부 건조, 습진 등 피부 증상을 보인다고 모두 아토피 피부염은 아닙니다.

특히 생후 12개월 미만 아기가 아토피 피부염 의심 증상을 보인다면 우유 알레르기일 수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40~60%는 식품과 관련이 있습니다. 계란 흰자, 콩, 땅콩, 우유 등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식품입니다. 이 중 12개월 미만 아기라면 조제분유를 통해 우유가 포함된 식품을 매일 먹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우유 알레르기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아토피 피부염과 증상이 비슷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진단을 놓치기 쉽습니다. 

우유 알레르기는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기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식품 알레르기입니다. 우유의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 불내증과 달리 면역체계가 우유 속 단백질에 과민하게 반응해 발생합니다. 우유 알레르기 역시 피부 발진, 두드러기, 습진 등 피부 증상과 함께 ▶구토, 설사, 변비, 혈변 같은 소화기 증상 ▶쌕쌕거림, 재채기,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칭얼거림, 보챔, 불안정한 수면, 섭식 곤란 및 거부 등의 증상이 최소 2개 이상 나타납니다. 증상이 아토피 피부염과 매우 유사합니다. 실제 아토피 피부염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아 3명 중 1명은 우유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물론 아토피 피부염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태열은 생후 2~4개월 무렵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아토피 피부염의 일종입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57%는 생후 1년 이내 시작됩니다. 우유 알레르기든, 아토피 피부염이든 병의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특히 아기에게 아토피 피부염 의심 증상을 보이면 병의원을 찾아 피부단자검사 또는 혈청 내 특이 면역글로불린 E 검사, 음식물 유발 시험 등을 통해 무엇이 원인인지를 선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순 피부 질환으로 생각해 치료에 소홀하면 증상 악화는 물론 아이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영양 관리도 필요합니다. 우유 알레르기가 의심된다고 바로 식이를 제한하면 성장이 더뎌지거나 영양 결핍을 초래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성장에 필수적인 칼슘이 풍부한 우유는 12개월 미만 아기에게 중요한 영양원입니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증상에 따라 완전 가수분해 분유 또는 아미노산 분유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중증도 이하의 아기라면 신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완전 가수분해 분유 제품을 추천합니다. 완전 가수분해 분유는 우유의 유청 단백질 펩타이드 형태로 잘게 쪼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낮춘 저자극성이 특징입니다. 특히 장내 미생물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모두 함유한 신바이오틱스로 장 건강에도 긍정적입니다. 우유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면서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돕는 장을 튼튼하게 유도합니다.


완전 가수분해 분유를 먹여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아미노산 분유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미노산 분유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인 우유 단백질 대신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만으로 돼 있어 알레르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또 단백질을 소화되기 직전 단계인 아미노산 단위로 잘라 놓아 소화 흡수가 좋습니다. 완전 가수분해 분유와 아미노산 분유는 특수의료용 식품입니다. 일반 분유와 동일한 방법으로 조유하지만, 아이의 증상·상태 등을 고려해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사용량, 수유 횟수 등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유 알레르기는 현재의 증상 관리가 중요합니다. 다행히 문제가 되는 식품인 우유 섭취를 중단하면 금세 좋아집니다. 특히 우유 알레르기 같은 식품 알레르기는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으로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의 방아쇠 역할을 합니다. 알레르기 반응을 막으면서 아기 성장·발달을 위한 영양 섭취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병의원 진료를 통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우유 알레르기라도 평생 우유를 못 먹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 1~2년 정도 지나면 알레르기를 일으켰던 우유에 대한 민감 반응은 자연 소실됩니다. 우유 알레르기 역시 생후 1년에 발생하지만 역시 5세 무렵엔 약 80%가 자연 소실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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