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폐에 물이 찼다는데, 왜 심장약을 먹을까

[김원중 내과원장] 입력 2023.02.03 08.31

김원중 샤인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몽이(9·말티즈)는 폐수종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왔습니다. 응급 환자 이송 소식에 동물병원의 모든 수의사와 직원이 초긴장 상태로 대기 중이었습니다. 도착 직전에 호흡이 멈춘 몽이를 급하게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심폐 소생술을 실시하고 호흡이 돌아오자마자 삽관과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고 한쪽에선 응급 약물을 투여했습니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몽이가 색색거리며 혼자 숨을 쉬기 시작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손뼉 치며 기뻐했습니다.


강아지 폐수종이란
폐수종은 보통 심장 질환이 원인인 경우와 그 외의 경우로 구분합니다. 심장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패혈증, 신부전, 신경성으로 폐수종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폐수종이란 쉽게 말해 폐에 물이 차서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병입니다. 심장의 혈액이 역류하면 폐정맥 압이 높아지고 폐정맥이나 모세혈관에서 폐의 간질 조직과 폐포로 체액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폐포에 들어찬 체액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가스 교환을 방해해 저산소증과 호흡곤란을 유발합니다.

강아지 심장병 ‘이첨판폐쇄부전증’이란
심원성 폐수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첨판폐쇄부전증을 꼽습니다.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서 혈액이 한쪽으로만 흐르도록 격벽 역할을 하는 ‘이첨판(판막)’이 변성을 일으켜 혈액이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역류한 혈액은 심장에 울혈을 만들어 심비대를 유발하고 결국 폐수종의 원인이 됩니다. 이첨판폐쇄부전증은 노령의 소형 견종에서 자주 발생하며 간혹 치아 불량으로 세균성 심내막염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흥분도가 높은 강아지의 경우 심하게 흥분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판막을 지지하고 있는 ‘건삭’의 일부분이 파열돼 급성으로 악화하기도 합니다.

이첨판폐쇄부전증의 증상
수의학에서는 이첨판폐쇄부전증을 A, B1, B2, C, D의 5단계로 구분합니다. 보호자가 눈으로 확인할 정도의 빠른 호흡, 호흡 곤란, 기침, 객혈, 기절, 기좌 호흡(목을 길게 빼고 앉아서 호흡), 청색증(혀가 파랗게 변함) 등의 증상은 C 단계 이상에서 나타납니다. 이전 단계는 외관으로 증상을 발견하기 힘든 ‘무증상 심장병’으로 보호자가 주의를 기울여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심장의 이상을 알려 주는 심잡음은 B1 단계부터 발생합니다. 동물병원에서는 무증상이라고 해도 간단한 청진을 이용해 심장 이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 심장병의 진단
앞서 말한 몽이의 경우 집에서부터 호흡 곤란, 청색증이 발견됐으며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잠깐이지만 호흡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응급 처치 후 안정적인 상태에서 청진 결과 1심음과 2심음이 구분되지 않았고,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 심비대와 폐후엽에서 폐포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 좌심방의 크기가 정상보다 2배가량 커져 있었고 이첨판의 돌출이 보였습니다. 도플러 검사상 좌심방으로 혈액이 역류하는 모자이크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최종적으로 몽이는 이첨판폐쇄부전증으로 인한 폐수종으로 진단됐습니다.

강아지 심장병의 치료
심장병으로 인한 급성 폐수종은 매우 위중한 질환으로 24시간 산소중환자실에 입원해 산소 치료 및 정맥 주사제를 통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수일 동안 입원 치료를 통해 폐수종이 호전돼 퇴원할 수 있습니다. 폐수종이 호전된 강아지는 심장약을 복용합니다. 산책·놀이 등 정상적인 반려 생활이 가능하지만, 정기적인 심장 및 폐 검진 등을 통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심장약으로 강심제, 이뇨제, 혈관확장제 등이 처방되며 각 환자의 심장 및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이 이뤄집니다.

보호자가 주의해야 할 점
강아지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조금씩 저하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아지 폐수종과 이첨판폐쇄부전증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조기 발견입니다. 8~10세 이상의 노령견이라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방문해 청진과 X선, 초음파검사 등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심장병이 발생한 강아지는 심장약 복용 후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계속해서 약을 먹어야 합니다.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약을 먹더라도 심장 판막 자체가 좋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장약의 도움을 받아 증상이 호전해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고 합병증인 급성 폐수종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간혹 ‘심장약을 오래 먹으면 신장이 망가진다’는 정보를 듣고 임의로 약을 중단해 폐수종이 급성으로 발생하거나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장과 신장 모두 강아지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질환이나 치료에서도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 쪽으로만 치우친 치료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두 기관 모두 균형을 잘 맞춰 건강할 수 있도록 치료가 이뤄져야 합니다.

심장병을 가진 환자의 나이, 심장·신장 상태, 다른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 등 모두를 면밀히 파악해 적절한 약 처방과 치료가 이뤄져야 합니다. 심장약을 복용하는 도중 강아지 상태가 이상하다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령 환자의 건강 관리는 생각보다 복잡하며 정확하고 섬세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복약이나 식단 관리의 어려움 등 모든 것을 수의사와 잘 상의해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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