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도 정복 못한 치매, 복합한약 추출물로 증상 개선 기대

[신영경 기자] 입력 2023.01.16 09.58

한방서 찾은 치매 치료 해답

치매는 고령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는 데다, 한 번 질환이 발병하면 병세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치매센터 보고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 수는 2024년에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에서는 아직 치매를 정복하지 못한 상태다. 현존하는 치료제는 증상 완화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방 치료제’의 치매 증상 개선 효과가 입증돼 이목을 끌고 있다. 100년 전부터 내려온 복합 약재, ‘청뇌탕(淸腦湯)’을 통해서다. 청뇌한의원 이진혁 대표원장은 “복합 약재를 사용해 치매에 작용하는 여러 기전을 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력·언어력·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감소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서서히 발병하다가 결국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크게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으로 나뉜다. 그중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한다. 주로 65세 이상 노인에게 호발되지만, 드물게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생한다. 이진혁 대표원장은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핵심 기전은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 같은 이상 단백질의 과다 침착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뇌에 계속 쌓일 경우 뇌 신경 세포가 점차 파괴된다.
 

복합 약물로 이상 단백질 억제

청뇌한의원에서 처방하는 한방 치료제는 이러한 이상 단백질의 생성·분해를 조절한다. 구체적으로 아밀로이드베타를 만들어내는 BACE1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그러면서 뇌의 면역 효과를 높이는 AMPK 효소의 활성화를 유도해 이상 단백질 생성을 막는다. 한방 치료제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이 대표원장이 동국대 한방병원 신경정신과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방 치료제를 투여한 쥐에게서 기억력, 인식 장애, 불안 장애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4~8개월 사이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가 60% 사라졌고, 타우 단백질은 거의 정상치로 줄었다. 이 연구결과는 2021년 5월 SCI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에 실렸다. 또한 같은 해 ‘치매 예방과 치료 또는 개선에 대한 한방 치료제’로 국내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 대표원장이 연구에 사용한 한방 치료제는 ‘청뇌탕’으로 불리는 복합 약물이다. 청뇌탕은 말 그대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 약’이란 뜻이다. 100여 년 전부터 치매 치료에 사용한 한약 처방을 참고해 약재의 구성과 용량을 바꿔 만들었다. 이 대표원장은 “양약과 달리 한약은 다양한 재료를 복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여러 기전을 입증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며 “청뇌탕은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뇌 특성을 고려한 복합 약물로 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청뇌탕 복용 환자 66% 증상 호전

실제 치료 사례도 눈에 띈다. 60대 여성 치매 중기 환자는 집으로 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했으나 청뇌탕을 6개월 이상 복용한 이후 혼자서 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개선됐다.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던 50대 여성 환자는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구구단조차 외우기 힘들어했다. 그런데 6개월 치료 후 구구단을 거꾸로 외우는 것도 가능해졌다. 청뇌한의원 자체 조사 결과, 6개월 이상(2022년 11월 기준) 청뇌탕을 복용한 치매 환자 62명 중 41명이 증상 호전 양상을 보였다. 치매 증상 호전율이 66%에 달한 것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료율은 이보다 높은 70%로 나타났다. 이 대표원장은 “6개월 복용을 기본으로 권장하지만 빠르면 3개월 이내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며 “특히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초기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뇌 손상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증상 개선이 빨리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다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끼기 쉽다.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는 가족의 심정도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치매가 악화할수록 돌봄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청뇌한의원이 치매 한방 치료제의 비용 부담을 낮춘 이유다. 이 대표원장은 “치료 비용을 기존의 일반 한약보다 낮게 책정해 많은 치매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했다”며 “향후 보험 제도가 폭넓게 적용된다면 환자의 부담이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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