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괴롭히는 크론병, 생물학제제로 삶의 질 높여”

[신영경 기자] 입력 2023.01.10 08.41

이준 조선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염증성 장 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꼽힌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이에 속한다. 장관에 만성 염증이 생겨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나 발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크론병은 일상을 괴롭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만큼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준 교수에게 크론병의 치료법을 들었다. 


-어떤 경우 크론병을 의심해볼 수 있나.
“만성적인 염증으로 장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크론병 환자는 수시로 화장실을 찾아야 할 만큼 잦은 복통과 설사를 경험한다. 이와 함께 발열과 체중 감소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 치루 같은 항문 질환이 동반되는 일이 흔하다. 크론병은 주로 대장과 소장에 잘 생기지만, 소화기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유 없는 복통이나 설사가 6주 이상 지속된다면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빠른 시일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길 권한다.”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던데.
“크론병은 과거 국내에선 매우 희귀한 질환이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할 수 있지만, 1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환자 수가 10년 사이 두 배 증가했다. 어린 나이에 크론병이 발병하면 자연스레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합병증으로 번질 위험도 커진다. 장이 막히는 협착이나 염증이 점막을 파고들어 고름집을 형성하는 농양이 생기기도 하고, 구멍이 뚫리는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크론병은 소장과 대장에 발생하는 소화기 암의 주요한 위험인자로 꼽힌다. 따라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크론병 환자의 예후 개선에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이상면역반응, 장내 세균총 변화, 여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육류와 가공식품 섭취 등 서구화된 식습관이 크론병 발병률 증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완치가 어렵다고 들었다.
“그렇다. 크론병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완치할 방법이 없다. 염증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다행히 크론병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료제가 많아졌다. 크론병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면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을 일찍 치료할수록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합병증 위험을 낮춰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진단 방법은.
“신체검진 소견과 혈액검사, 대장내시경,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만성질환이 그렇듯 크론병도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약물치료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제제 등 중증도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 단계에선 항염증제 위주로 염증을 조절한다. 우리나라 보험 기준에 따라 기존 고식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등도와 중증의 크론병 환자들은 생물학제제의 적응증에 해당된다. 이는 염증을 줄이고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한 가지 약제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약제로 바꿔서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반응률이 높다.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장의 협착, 누공, 천공 같은 합병증이 생겼을 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다만 수술 후에도 완치가 되지 않고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술 후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게 치료의 근본이다.” 

-생물학제제는 안전한가.
“생물학제제는 크론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는다. 대부분 수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안심하고 사용해도 괜찮다. 생물학제제는 크게 ▶TNF 억제제 ▶항인터루킨 제제 ▶항인테그린 제제 등이 있다. 주사요법은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형태로 나뉜다. 지속적으로 각기 다양한 기전을 가진 생물학제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베돌리주맙’ 성분의 항인테그린 제제는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전신면역억제에 대한 부작용의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약제를 선택할 것인지는 크론병의 중증도, 환자의 선호도와 생활습관, 편의성, 의료진의 판단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생활습관도 중요할 것 같다.
“크론병은 만성질환이다. 평생 증상이 호전되고 악화하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꾸준한 관리를 통해 평소 생활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주와 흡연은 당연히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흡연자의 경우 크론병 발병 위험이 크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식사를 할 땐 부드럽고 영양 밀도가 높은 음식을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도 중요하다. 증상이 개선됐다고 해서 중간에 치료를 멈추면 안 된다. 증상은 개선될 수 있어도 염증으로 인한 손상은 누적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장 점막의 치유 유지 효과는 약을 사용하고 있을 때만 해당된다. 크론병 환자는 약물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보험 기준을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보험 급여는 크론병 환자의 증상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생물학제제를 초기부터 쓰거나 수술 후에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보험 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크론병 환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험 기준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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