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 유방으로 재검사할 때 초음파만 받으면 안 되는 이유

[권선미 기자] 입력 2023.01.10 07.56

[닥터스 픽] 〈45〉 유방암 발견율 높이는 AI 프로그램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얼마전 직장에서 지원하는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의심 소견을 받은 40대 초반 여성입니다. 검진 결과 치밀 유방이라 정상일 수도, 유방암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재검이 필요하다는데, 아무래도 검사과정에서 위아래로 짓누르는 통증이 심해 고민이 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아보니 유방 초음파는 아프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유방 X선 촬영 대신 유방 초음파만 받아도 될까요.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윤정현 교수의 조언

만 40세 이상부터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 유방암 검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실 유방암은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생기는 암입니다. 한 해에만 2만여 명 이상이 새롭게 유방암으로 진단받습니다. 

현재 유방암 검진의 표준 선별검사는 유방 촬영 검사(유방X선 촬영)입니다. 유방 촬영 전용 기계로 가슴을 상하좌우로 납작하게 누른 상태에서 X선을 투과해 유방 내부 조직을 전체적으로 살핍니다. 다수의 무증상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했을 때 가장 비용 효과적으로 양쪽 유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영상 검사기법입니다. 특히 상피내암 등 초기암에서 잘 나타나는 미세석회화를 가장 잘 나타냅니다. 대규모 임상시험 및 관찰 연구를 통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다만 유방 X선 촬영 검사는 유방의 섬유조직 비율이 지방보다 높은 치밀 유방은 진단 민감도가 다소 떨어지는 진단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치밀한 유선 조직으로 유방암 병변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습니다. 치밀 유방은 유방 X선 검사 이미지에서 하얗게 나오는 종양은 마찬가지로 하얗게 찍히는 유선 조직에 가려 감별이 까다롭습니다. 비치밀 유방의 경우 까맣게 찍히는 지방 조직이 많아 하얀 종양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과 차이가 큽니다. 

그런데 한국 여성은 치밀 유방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략 전체 인구의 60%로 추정합니다. 이럴 땐 유방 X선 촬영 검사와 함께 유방 초음파를 병행할 것을 권합니다. 질문을 주신 분처럼 아프다는 이유로 유방 초음파만 받는 경우도 있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상피내암 등 초기 암에서 잘 나타나는 미세석회화는 유방 X선 검사에서 가장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방 초음파·유방 MRI 등에서는 감지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유방 초음파는 유방을 전체적으로 살피기 힘들고 주로 무언가 의심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합니다. 또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병변 검출 능력, 진단 정확도에 차이를 보입니다. 유방암 검진에서 유방 X선 검사가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유방암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유방영상검사(유방 X선 검사+유방초음파)의 진단 정확도는 95%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유방 X선 검사의 판독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유방암 AI 판독보조입니다. 한국의 루닛(루닛 인사이트 MMG)을 비롯해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의 의료 AI업체 딥마인드(딥헬스), 유럽의 스크린포인트(트랜스파라) 등 전세계 의료 AI업체를 중심으로 유방암 X선 촬영 영상 이미지의 판독을 돕는 소프트웨어 개발·보급에 집중합니다.

유방암 AI 판독 보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유방 X선 촬영 영상 이미지의 픽셀 단위까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병변이나 유방암으로 인해 생긴 미세 변화까지 찾아내 판독 의료진에게 다시 한 번 살피도록 돕습니다. 유방암 검진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 2022년 처음 유방암으로 판정을 받은 여성의 과거 유방X선 촬영 이미지를 AI로 재분석했는데 AI가 과거 영상 이미지에서도 유방암으로 인한 미세한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더 빨리 유방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유방암 AI 판독보조 프로그램은 치밀 유방 비율이 높은 한국인 유방암 검진의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데도 긍정적입니다. 실제 AI를 활용했더니 치밀 유방 그룹의 암 진단율은 5%나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비치밀 유방 그룹의 경우 암 진단율이 12%나 증가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 AI를 유방암 영상 판독에 활용해보니 숙련도 높은 영상전문의와 함께 판독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이중 판독 효과입니다. 

다만 현재의 유방암 AI 판독보조 프로그램이 완성형은 아닙니다. 분명 보완해야 할 점도 존재합니다. AI가 잡아내는 영역 중에는 실제 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상인데도 암으로 의심된다고 나타나는 위양성 결과도 보입니다. 유방암 AI 판독보조 프로그램의 결과만 믿으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지금도 저를 포함한 여러 유방영상의학과 의료진이 AI의 유방암 판독보조 프로그램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AI의 도움으로 향후 더 많은 한국 여성이 유방암의 위협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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