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중 뇌 전이 발견…인지 기능 문제 없이 방사선으로 치료 가능

[권선미 기자] 입력 2022.11.22 08.48

[닥터스 픽] 〈38〉최신 방사선 하이퍼아크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폐암 진단을 받은 50대 가장입니다. 수술·약물로 치료 가능하다고 해서 희망을 가졌는데, 지난 검진에서 암세포가 뇌로 전이돼 5개가 넘는 뇌종양을 확인했습니다. 뇌에 발생한 종양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처럼 뇌 전이가 여러 군데 발생해도 치료가 가능할지, 뇌 인지 장애가 발생하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 더 염려됩니다. 방사선으로 다발성 뇌종양을 치료했을 때 예후가 어떤가요.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오영택 교수의 조언

우선 암은 질환 특성상 뇌나 폐·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가 흔합니다. 특히 뇌 전이는 치료 시작 전·후를 모두 포함해 암환자의 20~40%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놀라셨겠지만 마음을 다잡으셔야 합니다. 뇌전이 뇌종양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병행합니다. 

방사선 치료는 뇌종양 수술 다음으로 효과가 있는 치료법입니다. X선 에너지를 암세포 내 유전자(DNA)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줘 암세포 사멸을 유도합니다. 최근엔 종양의 위치·크기·모양 등을 입체적으로 확인하고, 암이 있는 부위만 정확하게 방사선을 조사합니다. 선형가속기, 감마나이프, 사이버나이프 등 활용한 정위적 방사선 수술로 통증·출혈 없이 뇌종양 치료가 가능합니다. 일종의 특수 방사선 치료입니다.


최근엔 하이퍼아크(HyperArc) 기술이 적용된 선형가속기에 주목합니다. 뇌 전체가 아닌 각 종양 부위에 개별적으로 정교하게 방사선을 조사하는 최첨단 장비입니다. 정교한 치료 설계로 종양부위에만 동시다발적으로 조사해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여러 개의 뇌 전이 암을 치료할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하이퍼아크로 다발성 뇌종양을 치료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우수한 치료 결과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주대병원에서도 20여 개의 뇌 전이가 발견된 환자에게 하이퍼아크 치료를 시행했는데 선량 분포상으로 매우 우수했습니다. 

하이퍼아크 치료는 종양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해 인지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특히 치료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를 비롯한 정상 조직에는 방사선 조사를 최소화하도록 최첨단 알고리즘화돼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치료 범위가 매우 넓거나 방사선에 민감한 기존 질환이 있는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인지기능과 같은 뇌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주 내에서 방사선량 분포의 제어가 가능합니다.

짧은 치료 시간도 장점입니다. 뇌 여러 군데 종양이 퍼졌어도 동시다발적 치료로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합니다. 다발성 뇌종양의 갯수가 10개 미만이라면 치료시간이 10분을 채 넘기지 않습니다. 기존에는 병변의 갯수가 늘면 일일이 종양의 위치를 파악해야 해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1~2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이퍼아크 치료는 CT·MRI·PET 등 다양한 영상 이미지를 토대로 최첨단 알고리즘이 종양의 위치를 파악해 의료진의 판단을 돕습니다. 더 빠르고 정교한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배경입니다. 

하이퍼아크 방사선 치료의 반응률도 높습니다. 암 종류나 종양의 크기·위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80~90% 이상의 치료 반응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뇌전이암 치료에 유리합니다. 암이 뇌로 전이됐어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걱정이 크시겠지만 담당 의료진과 상의 후 하이퍼아크 치료 등을 고려하는 것을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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