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항암치료로 면역 저하, 코로나19 항체복합제 접종하는 게 좋을까

[권선미 기자] 입력 2022.11.15 08.33

[닥터스 픽] 〈37〉 면역저하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법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으로 최근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있는 40대 남성입니다. 병원에서 면역이 떨어져 있어 코로나19 고위험군이라며 예방적으로 코로나19 항체복합체를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개인 위생관리도 철저히 하고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3차례나 접종했으며 아직 젊은데 항체복합제를 추가로 접종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백신 맞고도 부작용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항체복합제를 꼭 접종해야 할까요?

강남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유리 교수의 조언 

갑작스럽게 생긴 혈액암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환자분께 좋은 소식이 하루 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코로나19 예방용 약인 항체복합제(이부실드) 접종을 권합니다. 안타깝게도 ①고강도 항암치료를 받거나 면역억제제를 투약하는 환자 ②조혈모세포이식 및 고형장기이식을 받은 환자 ③ 면역세포(CD4) 수가 일정 수준 미만인 HIV 환자 ④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 등 면역저하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만으로 체내에서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아 감염 예방 효과가 크게 떨어집니다. 실제 질문을 주신 분처럼 면역저하자나 면역 억제 조건을 가진 환자 5명 중 2명은 백신 접종 후 충분한 면역반응을 보이지 못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게다가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화·사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습니다. 중증 질환이나 면역 저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코로나 19 백신 접종 이후에도 감염 확률은 일반인보다 82배나 높았고, 입원 및 사망 위험은 무려 485배 높았습니다. 또 혈액암 환자 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항암치료를 미루거나 멈춰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담당 의료진 입장에서는 질환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어도 반드시 추가적으로 감염 예방을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권유 받으신 항체복합제 접종입니다. 항체복합제는 개인의 면역 반응을 유발해 면역을 생성하는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항체를 직접 체내에 주입해 높은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어도 투여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면역저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항체복합제 임상 연구에서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93% 줄었고, 중증 및 사망 위험은 5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두 가지 성분의 항체(틱사게비맙+실가비맙)가 결합돼 있어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도 예방 효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몸 안으로 항체를 직접 주입해 접종 후 수 시간 내 감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면역저하자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항체복합제를 투약을 권고합니다.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에서 면역저하자 등에게 자기 부담 없이 무상으로 접종을 지원합니다. 이미 국내에도 2000여 명 이상이 이부실드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누적된 접종 예약도 3000여 명이 넘습니다. 추가접종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최신 투약지침에 따르면 이부실드를 접종한 사람도 면역저하 우려로 코로나19 재유행 전 추가 접종을 권했습니다.

면역저하자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항체복합제 안전성도 확인됐습니다. 면역저하자, 고위험군 환자가 다수 포함된 임상 연구에서 현재까지 심각한 이상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임상에서 관찰된 이상반응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증상이 경미했습니다.

참고로 항체복합제는 접종하고 싶다고 모두가 접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감염학회·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혈액학회·대한이식학회 등 관련 전문학회의 자문을 통해 면역저하 정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설정했습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항체복합제를 접종하려면 기본적으로 만 12세 이상이면서 체중은 40㎏을 넘어야 합니다. 또 또 조혈모세포이식, CAR-T 세포 치료 등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환자나 신장, 심장, 폐, 간, 소장 등의 고형장기이식환자, 암 또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 질환으로 항암제나 고용량 스테로이드 등으로 적극적인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 면역세포(CD4) 수가 일정 수준 미만인 HIV 환자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투약 예정일을 기준으로 최근 7일 이내 코로나19 확진 이력이 없어야 합니다. 보다 정확한 항체복합제 투약 기준은 진료받고 있는 병의원이나 담당 주치의에게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바이러스 변이가 등장하면서 코로나 19 팬데믹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이 해제되는 등 방역 조치가 완화되는 상황에서 면역저하자 스스로 더 철저히 보호막을 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 날이 추워지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우려도 높아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중증 질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료 중단이나 여러 복합적인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고려하실 것을 권고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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