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지속형 주사제, 경구용 약물 한계 부딪힌 조현병·조울증 환자의 대안

[김원형 교수] 입력 2022.11.11 13.23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

“교수님, 지난 3달 동안도 잘 지내셨죠? 저는 코딩 프리랜서로 꾸준히 일하고 있어요.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적고, 주사제 치료로 3개월에 1번씩만 병원에 가면 돼서 매우 편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주사제로 바꿔 주신 덕분에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환청이 조금 들리기는 하지만 영향받지 않고 무시하면서 지내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3개월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폐쇄병동)에는 자살시도 환자나 머리를 다친 후 발생하는 기질성 뇌 손상 환자를 제외하면, 조현병이나 조울증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첫 발병을 제외하고 입원하게 되는 환자는 약물 치료 중단이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미 환청과 망상, 조증 증상이 사라져 좋아진 환자들은 약을 거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가족들과 투약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가족에 의해 정신건강의학과에 원치 않는 입원을 경험해 감정이 좋지 않은데, 좋아진 이후에도 부작용이 있는 약물을 복용하라는 가족들의 권유가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하대병원은 조현병, 조울증 환자가 병식(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이 없을 때, 또는 매일 약을 먹는 것에 대한 불편감을 호소할 때 1달에 1번 또는 3달에 1번 엉덩이나 팔에 주사를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한다. 꾸준한 투약으로 증상이 잘 조절돼 직업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권고하기도 한다. 병원에 자주 내원하기 힘든 직장인 환자들에게 매우 좋은 치료 방법이 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클리닉에서는 경구용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발 방지를 넘어 음성 증상과 기능 회복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하는 시점도 빨라졌다. 과거에는 2~3번 이상 약물 중단으로 인해 재발되는 환자들이었지만, 최근에는 첫 발병 환자에게도 사용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조현병 환자들이 주로 대상이었지만, 조현정동장애 환자나 조울증 환자들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인해 보다 나은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라면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산정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경구제와 비슷하다. 의료보험이 아닌 의료급여 조현병 환자들은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추가 비용 없이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조울증 환자의 경우 주사제 치료 비용이 경구 약제보다는 비싼 편이나,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재발을 줄여 입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멀리 봐서는 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1개월에 1번 또는 3개월에 1번씩 주사를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만 처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2개월에 1번 주사를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연구 개발 중이며, 미국에서는 6개월에 1번씩 주사를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조현병, 조울증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옵션이 개발 중인 상황에서 인하대병원 장기지속형 주사제 클리닉은 경구용 약물로 한계에 부딪힌 환자들에게 다른 치료 선택지로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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