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극등 현미경 검사 결과는 조명·촬영 각도 따라 달라"

[정심교 기자] 입력 2022.09.27 07.37

백내장 보험금 분쟁에 부산지법 "보험사의 지급 거절 근거 불충분"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사와 보험소비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보험사가 세극등(細隙燈) 현미경 검사 결과 사진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부산지방법원 민사부는 보험사가 가입자 A씨에 대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2009년 모 보험회사의 실손보험에 가입한 A씨는 2020년 11월 ‘기타 노년 백내장’으로 양안에 수정체 초음파 유화술 및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받고 환자부담총액인 899만5450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해당 보험사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상 수정체 혼탁이 확인되지 않아 백내장 질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A씨가 백내장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 안경을 대체하기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는 의료비용의 경우 면책 대상이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백내장 질환으로 인해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진행했으며, 백내장 수술인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안경, 콘택트렌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세극등 현미경 검사의 촬영 결과는 조명의 각도, 촬영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 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상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촬영 결과만으로 백내장 질환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 해당 보험사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 결과 사진을 근거로 '백내장이 없거나 백내장 진행 정도가 초기'라며 지급을 거절해 왔는데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보험 약관의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초점 인공수정체 내지 그 삽입술이 ‘안경, 콘택트렌즈’의 대체비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정경인(시니웰 대표)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대표는 "백내장 보험금 분쟁 관련 환자 승소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이후 진행되는 보험금 부지급 소송 건도 환자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선의의 피해자가 사법부를 통해 구제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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