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미 기자] 입력 2022.09.20 07.25
[닥터스 픽] 〈29〉만성 골수성백혈병 치료
처음부터 나에게 맞는 표적항암제를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일부 표적항암제는 약을 끊고도 암세포가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적 완치가 유지됩니다.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습니다. 글리벡의 경우에는 투약 중단 연구(STIM1)에서 40%가 기능적 완치에 도달했고, 타시그나 역시 48.7%가 가능적 완치를 유지했습니다. 이 외에도 스프라이셀·슈펙트 역시 투약 중단을 통한 기능적 완치가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 가족력, 나이, 유전자 변이, 라이프스타일, 병용 투여 약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각 표적항암제마다 오래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이상 반응은 조금씩 다릅니다. 예컨대 글리벡은 심장·콩팥 기능이 약하다면 피해야 합니다. 타시그나·슈펙트는 혈당·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부작용이 좀 더 많은 편입니다. CML 진단 때 고혈압·고지혈증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으로 동맥혈관이 좁아져 있다면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어 배재합니다. 스프라이셀은 폐에 물이 차는 흉막삼출이나 폐동맥고혈압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호흡기가 약하다면 이 약을 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펴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늘 존재합니다. 따라서 표적항암제 치료를 시작한 다음 초기 1~2년은 약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정확하게 평가하면서 표적항암제 치료를 조절합니다. 귀찮더라도 치료 초기에는 자주 병원을 찾아 담당 의료진과 자신이 느끼는 이상 반응을 정확하게 공유하고 상의해야 합니다. 또 1~3개월마다 받는 염색체/유전자 검사 결과를 면밀하게 해석·평가해 최선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유지되고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의정부을지대병원처럼 CML환자 규모가 많은 병원은 약 처방 경험이 많아 세심한 약 선택·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간혹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겼다고 좌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2차례 이상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했어도 투약 가능한 신약(셈블릭스)이 나왔습니다. 이 약은 미리스토일 포켓이라는 부위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만성골수성백혈병 암 유전자(BRC-ABL1)의 활성을 저해합니다. 내성 등으로 기존 표적항암제에 치료 효과가 없던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셈블릭스는 이전에 두 가지 이상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은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에 허가를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STAMP계열 치료제입니다.
이제 막 CML치료를 시작하는 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습니다. 바로 철저한 약 복용입니다. 암 유전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적정 용량의 표적항암제를 매일 복용해야 없앨 수 있습니다. 별 것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따라 치료 성패가 달라집니다. 약 복용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약 부작용 등을 이유로 의료진과 상의 없이 약 복용량을 줄이는거나 중단하는 식입니다. 유럽 CML환자 단체에서 약 복용 순응도를 조사했더니 최근 3일간 약을 처방한대로 먹었냐는 질문에 7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복약 순응도는 생각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약 복용에 소홀하면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암 세포가 더 쉽게 만들어져 약효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CML치료에서 정확한 약 복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매년 9월 22일을 CML의 날로 정해 알리기도 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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