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앓고 있다면 투석 고위험군…콩팥 기능 유지하는 적극적 치료 필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2.09.13 12.20

[J인터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임춘수 교수

콩팥(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거르는 생명 필터다. 그런데 당뇨병을 앓으면 높은 혈당에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콩팥이 약해지기 쉽다. 실제 당뇨병은 콩팥의 여과 기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만성 콩팥병(신부전) 환자의 절반가량은 당뇨병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당뇨병 환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소변 알부민 배설량과 사구체 여과율 등을 점검하면서 콩팥 기능을 모니터링할 것을 권한다. 

콩팥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 콩팥의 여과 기능이 떨어지면 폐기물이 가득한 쓰레기장처럼 체내 노폐물이 쌓여 온몸이 오염된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없고 쉽게 피로를 느끼고 소변을 배출하지 못해 온몸이 퉁퉁 붓는다. 결국 투석 치료로 콩팥의 여과 기능을 대신해야 한다. 심장도 위험하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불필요한 체액이 몸에 쌓이고 혈압이 높아져 각종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 커진다. 

지금까지는 콩팥 기능이 약해져도 혈압·혈당을 조절해 콩팥의 혈역학적·대사적 등 간접적 방식으로만 대처한다. 콩팥이 손상되는 속도만 늦추는 한계가 존재했다. 최근 콩팥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현상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신약(성분명 피네레논)이 국내에 도입됐다. 콩팥에 직접 작용해 효과적으로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한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임춘수(대한신장학회 이사장) 교수에게 최신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 치료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당뇨병이 있으면 콩팥 건강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던데.

“당뇨병·고혈압 환자는 만성 콩팥병 고위험군이다. 혈당이 높은 채로 지내면 콩팥을 이루고 있는 미세 혈관이 서서히 병든다. 혈압이 높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실 콩팥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힘들다. 만약 약을 먹어도 예전만큼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콩팥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징후다. 고혈압·당뇨병으로 혈액 속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 사구체의 여과율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해 약을 먹어도 혈압 및 부종 등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실제 대한신장학회에서 투석 치료 등이 필요한 말기 콩팥병 환자의 원인 질병을 분석했더니 1위가 당뇨병, 2위가 고혈압이었다. 당뇨병·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초기 콩팥 손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정밀 소변검사인 미세단백뇨 검사를 잊지 말고 매년 받기를 권고한다. 콩팥은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본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비가역적 손상이 남는다. 결국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한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임춘수 교수

Q2. 콩팥 여과기능이 약해졌는데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나. 

“그렇다. 콩팥이 약해지면 협심증·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 부담이 커진다. 심장은 콩팥과 운명 공동체다. 온몸으로 혈액을 뿜는 심장과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은 하는 일은 다르지만 혈액순환이라는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콩팥이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속도가 느려지면 여과할 수 있는 혈액의 양이 줄면서 불필요한 체액이 몸 속에 쌓이고 혈압이 높아진다. 콩팥 여과 기능이 약해질수록 고혈압 발병 빈도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콩팥 사구체에서 1분동안 90~120mL의 혈액을 여과해야 정상이다. 당뇨병·고혈압 등으로 콩팥이 나빠져 만성 콩팥병을 동반한 환자는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 질환, 말초 동맥 질환, 뇌혈관 질환의 유병률이 높다.”

Q3. 만성 콩팥병이어도 악화 원인에 따라 중증도가 달라질 수 있는가.

“최근에서야 알게된 사실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원인은 만성 사구체신염, 낭성 콩팥병, 고혈압, 당뇨병 등 다양하다. 그런데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심각한 콩팥 기능 저하로 삶의 질이 유독 나쁘다는 연구가 나왔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9개 대학병원에서 투석 등 신대체요법을 받지 않은 만성 콩팥병 환자 2238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 토대가 됐다.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요독 등 만성 콩팥병 증상이 가장 심했고 직업을 유지하는 비율이 제일 낮았다. 밤잠을 설치면서 인지 기능도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가장 낮은 삶의 질을 보였다. 초기부터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Q4.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본래도 만성 콩팥병 환자의 상당수는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10년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특히 예후가 가장 나쁜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환자가 늘어 더 걱정스럽다. 실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으로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 환자 발생률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콩팥 기능의 악화로 새롭게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는 경우도 매년 1만5000여명이나 된다. 지금 같은 추세가 10년, 20년 지속된다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말기 만성 콩팥병 유병률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콩팥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든다. 당뇨병으로 치솟는 혈당을 철저히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콩팥은 한 번 손상되면 비가역적 회복을 보인다. 콩팥 기능이 약해지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사회·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만성 콩팥병 발생을 줄이고 콩팥 기능을 유지해 투석·신장 이식 등으로 질병이 진행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콩팥 사구체 여과율이 정상이더라도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유의한 단백뇨가 지속적으로 관찰되면 선제적 협진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신장학회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신장내과에 협진을 의뢰하는 것이 좋을지 세부적인 진료 지침을 마련하는 중이다. 현재는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분당 30mL이하일 때 신장내과로 전원한다. 만성 콩팥병 5단계 중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신장 기능이 겨우 유지되는 4단계 수준이다. 이때는 투석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로 이미 늦다. 콩팥이 아직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때부터 대응해야 한다.”

Q5. 최근 국내에서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치료에 효과적인 신약(성분명 피네레논)이 허가를 받았는데.

“콩팥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만성 콩팥병 진행을 늦출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는 혈압·혈당을 조절하는 간접적 방식으로만 콩팥 기능을 유지해 치료에 한계가 존재했다. 이런 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무기가 나온 것이다. 피네레논은 콩팥 염증과 콩팥 사구체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를 유발하는 염류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활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콩팥 기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작용한다. 말기 만성 콩팥병에 도달하는 비율을 그만큼 줄여주고, 심근경색·심부전·뇌졸중 등 심혈관계 사망·입원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인다.

이를 확인한 대규모 임상연구도 있다. 전 세계 48개국에서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 5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FIDELIO-DKD 임상 연구에서 피네레논 복용군은 1차 복합 평가변수인 말기 신부전, 추정 사구체 여과율의 40% 이상 지속적 감소, 콩팥을 원인으로 한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약 18% 유의하게 줄었다. 이 외에도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사망·입원 위험도 줄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피네레논은 이제 막 국내에 도입된 약이라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적극적인 콩팥 기능 유지가 필요한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환자도 약값 부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투석·신장이식 고위험군이다.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빠르게 나빠지고 이렇게 망가진 콩팥은 회복이 힘들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초기부터 콩팥 기능을 지켜주는 신약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대한신장학회에서도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치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려고 한다.”

Q6. 학회 차원에서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을 줄이기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

“데이터들을 살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의 비율이 굉장히 높아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한신장학회,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과의 전쟁을 선포하다’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내년 대한신장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선포식을 하려고 한다. 선포식에서는 현재 분석 중인 데이터들을 발표하고, 2033년까지 당뇨병으로 인해 만성 콩팥병에 이르는 비율을 얼마나 줄일지에 대한 목표를 제시할 예정이다. 여러 유관 학회와 단체의 임원진과 정부 관계자도 함께 모셔서 목표 달성을 위한 논의도 할 계획이다. 또한,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의 초기 관리 중요성과 심각성 등을 알리기 위해 필요한 곳 어디든 찾아가 강의를 할 수 있는 인력도 준비 중에 있다.”

Q7.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더 이상 만성 콩팥병은 불치병이 아니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제대로 치료받으면 완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완치에 이르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콩팥 기능 보존 치료로 투석하지 않고도 평생 지내는 경우도 있다. 기억해야 할 점은 콩팥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콩팥 기능 저하가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콩팥 기능 저하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빠르게 떨어져 투석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 이르게 되면 다양한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다. 

이와 별개로 투석 치료를 받더라도 그나마 남아있는 콩팥 기능 보존에 유리한 복막투석을 우선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복막투석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에도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적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 노출되는 부담을 줄여준다. 현재 한국은 복막투석 비율이 5%이하로 적어 코로나19 등 재난적 상황에서 만성 콩팥병 환자의 투석 치료 대응이 매우 어려웠다.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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