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니 알약 해열진통제 괜찮다고요? 아직 아닙니다”

[권선미 기자] 입력 2022.09.02 15.05

[J인터뷰] 백향목약국 현고은 약사

열을 내리고 통증을 완화해주는 해열진통제는 필수 상비약이다.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발열·인후통·오한·두통 등 다양한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해 유명세를 탔다. 아직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어린이는 물을 마시듯 먹을 수 있는 액상형인 현탁액·시럽형 해열진통제를 주로 복용한다. 그런데 체중이 늘면 먹어야 하는 용량이 늘어 불편해진다. 최근엔 물 없이 혀에 닿으면 사르르 녹는 파우더형의 약이 나왔다. 바로 어린이 타이레놀산이다. 7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약사 엄마이자 유튜브 '엄마약방'을 운영 중인 백향목약국 현고은 약사에게 내 아이를 위한 어린이 해열진통제 선택·복용법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약국에 가면 다양한 해열진통제를 판매하던데,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나.


“해열진통제의 종류가 많아 보여도 주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 등이 전부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열이 났을 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먼저 먹인다. 우리 아이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열을 내린다. 약물 안전성 측면도 고려한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생후 4개월부터 투약 가능하고 소염에 작용하지 않아 더 안전하다고 본다. 이부프로펜 성분은 생후 6개월부터 복용할 수 있다.

성인은 알약으로 된 제형을 주로 먹지만, 아이들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 현탁액이나 액상·시럽형 등의 제형으로 만들어졌다. 요즘엔 일정 용량으로 개별 포장된 해열진통제 제품이 인기다. 간편하게 짜 먹을 수 있어 편하다는 평이다. 다만 약사 엄마 입장에서는 다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어떤 성분의 해열진통제든지 체중에 따라 적정 투여 용량이 달라진다. 그런데 간혹 용량 조절 실패로 약을 더 먹이거나 덜 먹였다고 말하는 보호자도 있다. 너무 적게 먹으면 약효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더 많이 먹으면 간·콩팥 손상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소홀하기 쉽지만 약은 정해진 용법·용량대로 먹어야 안전하다. 알약은 아직 만 13세 이하로 체중이 40㎏ 수준인 초등학생이 복용하기엔 유효 성분의 용량이 많다. 그래서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처럼 체중에 따라 약 투여량을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복약 지도를 할 때도 아이의 몸무게나 열이 얼마나 심하게 나는지 등을 고려해 먹어야 할 약의 용량을 안내한다.”

Q2. 열이 나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여러 번 약을 먹이는 것은 힘들 것 같은데.

“공감한다. 사실 고열 등으로 전신 컨디션이 나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액상형이라고 하더라도 점도가 높아 끈적끈적한 느낌에 입을 헹궈내려고 물을 마시기도 한다. 비교적 아이가 먹기 쉽도록 맛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시럽형 해열제를 직접 먹어보면 끝맛이 쓰다.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맛이 없어 안 먹겠다고 떼를 쓰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약 한 번 먹이기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든, 이부프로펜 성분이든 체중에 따라 복용 가능한 해열진통제의 양이 달라진다. 체중이 늘수록 먹어야 할 용량도 많아 약 먹이기 힘들어 하는 보호자가 많다. 최근엔 혀에 닿으면 사르르 녹는 어린이 타이레놀산이 나와 좀 더 편하게 먹일 수 있다. 몸무게가 23㎏ 이상으로 만 7~12세 어린이에게 최적화한 해열진통제다. 가루 형태로 혀에 닿으면 곧바로 녹아 없어진다. 평소 약을 먹이기 힘든 아이에게도 물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약을 먹일 수 있다.”

Q3. 맛에 예민한 아이도 있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가 그렇다. 이 성분은 원료 자체가 유독 쓴 맛이 강하다. 물과 함께 삼키는 알약이면 잘 모르지만, 가루로 빻거나 액상·시럽형으로 제형을 바꾸면 쓴 맛이 확 느껴진다. 아이들이 먹는 약이니 맛이 쓰면 아예 입도 안 될까봐 각종 향을 첨가하고 달달하게 만든다. 그래도 워낙 써서 젤리나 껌처럼 달달하게 맛있지 않다. 미묘하게 달고 쓴 맛에 약을 잘 먹으려 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사실 억지로 먹는 거다. 같은 성분의 해열진통제인데 이 제품의 맛이 괜찮은지, 저 제품의 맛이 더 나은지 예민하게 점검한다. 맛 때문에 아이가 선호하는 특정 제품만 찾는 보호자도 있다. 


사실 우리 아이도 맛에 예민하다. 아무 약이나 먹지 않아 내가 한 번씩 먹어보면서 맛을 점검한다. 어린이 타이레놀산은 맛을 느끼는 혀에서 살살 녹여먹는 약이다. 빠르게 녹지만 결국 맛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도 살짝 먹어봤는데 베리 맛으로 거부감이 없었다. 액상·시럽형은 특유의 쓴 맛을 가리려고 과하게 달아 먹기 힘든 측면이 있었는데, 이 약은 그렇지 않다. 정말 사르르 녹는다. 그리고 아세트아미노펜 특유의 쓴맛도 남지 않는다. 입에 넣자 마자 녹기 때문에 복용이 어렵지 않다. 먼저 출시된 미국에서도 입소문으로 구매가 급증했다고 들었다. 입맛이 예민한 우리 아이도 이걸 먹어본 후에는 이 약이 좋다고 한다.”


Q4. 해열진통제는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때만 먹여야 하나.

“그렇지 않다. 열이 날 때 외에도 통증을 완화할 때도 해열진통제를 먹이면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잇몸을 뚫고 나오는 치통으로 힘들어 할 때, 낮에 신나게 뛰어놀고 밤에 자다가 근육통을 호소할 때, 급성장기 아이들이 성장통을 호소할 때, 초경을 시작하는 고학년 아이들이 월경통을 겪을 때 등이 대표적이다. 밤새 아파 끙끙대면 잠을 설쳐 그 다음날 컨디션이 더 나쁠 수 있다. 차라리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약을 먹이고 잘 재우는 것이 낫다. 어른도 머리가 아프거나 치통·생리통 등 다양한 이유로 아플 때 해열진통제를 먹는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통증 완화가 필요할 때 용량에 맞춰 먹이면 된다. 다만 해열진통제를 먹일 때는 1회 권장 용량을 4~6시간 간격을 두고 투약한다. 또 하루 최대 허용량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Q5. 애가 아파서 마음이 급한데, 약 포장 뜯기가 불편하게 디자인된 것도 있다.

“어린이 안전보호 포장 방식이다. 약은 식품이나 영양제가 아니다. 특히 해열진통제는 맛있다거나 신기하다는 이유로 먹으면 안 된다. 과량 복용하면 몸에 이상 반응이 생길 수 있다. 약은 필요할 때만 먹어야 한다는 것을 어른들은 잘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집에서 약을 보관할 때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지만 그래도 어떻게 찾아서 먹으려고 할 수도 있다. 아이들 손에 쉽게 열리는 시럽이나 톡 누르면 나오는 알약과 달리, 어린이 타이레놀산은 ‘이지컷’이지만 방식을 달리했다. 길게 반으로 접어 중간 이지컷 부분을 뜯는 방식이다. 불편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챙긴 거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복잡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쉽다. 익숙해지면 쉽게 뜯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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