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수술 효과 최대로 끌어올리는 핵심 조건 3가지

[류장훈 기자] 입력 2022.07.20 09.34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국내 난청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미 800만명을 넘어섰다는 추산치도 나온다. 하지만 이중 실제로 치료받는 환자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보통 난청을 방치하다 나이 들수록 청력을 잃어간다. 그만큼 삶의 질은 떨어진다. 현대 의학에서 난청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인공와우 수술이다.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달팽이관(蝸牛·와우)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고막을 거치고 이소골을 통해 확대된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하는 달팽이관을 대체하는 치료다. 확실한 치료법이지만 여기에도 '골든타임'이 있고, 최대한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 세계 최초로 정밀의료적 인공와우 수술 기법을 정립하고 얇은 와우축 전극 국내 최다 수술 케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그동안의 인공와우 수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공와우 수술의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한 키포인트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세 가지 포인트를 최 교수의 설명으로 알아봤다.
 
①인공와우 수술은 수술 시기가 80%를 결정
인공와우 수술이 난청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수술하는 모든 환자의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최 교수는 결과가 좋은 환자와 안 좋은 환자 간의 차이를 분석했다. 최 교수가 발견한 '인공와우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수술 시기가 늦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그래프로 도출했다. X축은 전농 혹은 부분 난청 이후의 시간, 즉 보청기 착용 이후 상대방 말을 10~20%밖에 못 알아듣는 시점이 된 후부터 수술할 때까지의 시간, Y축은 난청 환자의 청각역치(가장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계)로 잡은 그래프다. Y축의 값이 낮아질수록 더 못 듣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프는 우측으로 갈수록 값이 작아지는 거의 음수 기울기의 직선 형태를 띤다. 난청이 생긴 이후부터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무리 좋은 인공와우를 아무리 대단한 교수가 수술해도 효과가 효과가 떨어지고 제한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언제 수술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며 "결국 방치하다 시간이 지나서 찾아온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결국 난청 이후 일찍 수술을 받을수록 효과가 좋다는 뜻이다.  
 
②한쪽보다는 양쪽으로 듣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두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난청의 원인 유전자도 같고 동일한 유전자 변이(돌연변이)를 가진 두 난청 환자의 인공와우 수술 사례다.  


A환자는 수술 6개월 후 이해도가 1음절이 94%, 2음절이 100%였고 문장 이해도는 100%에 달했다. B환자의 경우는 수치가 좀 달라다. 수술 6개월 후 1음절, 2음절, 문장에 대한 이해도가 각각 66%, 75%, 94%를 보였다. B환자의 결과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결과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A환자는 인공와우 수술 시 양쪽을 동시에 수술한 환자였다. 반면 B환자는 한쪽만 수술한 경우였다.  

최 교수는 최근 양측 인공와우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 환자의 인터뷰도 공개했다. 수술 후 10여일이 지난 상태였다. 수술 전 환자는 한쪽의 청력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고 나머지 한쪽은 청력을 잃어가던 상황이었다. 순차적으로 청력을 잃은 케이스다. 환자는 양쪽 동시 이식 수술을 두려워하다 결정했다. 환자는 추가적인 매핑작업이 필요했지만 대화에 전혀 무리가 없었고,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대화와 대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이 환자는 "아무래도 양쪽으로 들을 수 있어서 그만큼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들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양쪽을 동시에 수술하는 것이 나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쪽이라도 잘 안 들리는 경우 사람은 소리를 분별하기 위해 보다 더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를 인지에 대한 부담, 즉 인지부하(Cognitive Load)라고 한다. 이 부하가 누적되다 보면 체력소모도 쌓이게 되고 뇌도 빨리 지친다. 이는 치매 진행을 가속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인공와우 수술을 한쪽만 받았다가 차후에 이런 부담을 느껴 나머지 한쪽도 받게 되는 '순차양이' 환자도 많다.  
 
③가장 환자에게 맞는 인공와우 전극을 사용해야 한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전극이라고 다 같은 전극이 아니다. 의사는 수술하기 전 전극을 선택할 때 환자에 대한 완벽한 파악을 전제로 한다. 인공와우를 자극해야 할 신경세포가 어디 있는지 등 환자의 세부적인 상황 파악에 공을 들인다. 환자에게 최적의 전극을 찾기 위해서다. 실제로 최 교수는 전극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이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 환자에게 A전극을 사용했더니 22개 전극 중 14개가 반응했고, B전극을 사용했을 땐 전극반응이 4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동일한 환자에게 동일한 수술장에서, 심지어 같은 회사의 전극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전극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아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만큼 전극 선택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세 가지 포인트는 수술 후 결과를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되는 요소다.  
 
인공와우 수술 대상·조건은?  

그렇다고 난청 환자가 모두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인공와우 수술 대상자로 본다. 최 교수가 제시한 조건은 첫째, 난청 환자의 청각역치가 평균 70데시벨보다 나쁠 것(70데시벨 이상)이다. 둘째는 어음판별력(말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30~40% 이하인 경우이다.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인공와우 수술을 적용한다.  


따라서 청각역치가 오른쪽 76데시벨, 왼쪽 75데시벨인 A환자와 청각역치가 오른쪽 77데시벨, 왼쪽 63데시벨인 B환자의 청력은 서로 비슷하지만 어음판별력이 오른쪽·왼쪽 모두 8%인 B환자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권하고, 어음판별력이 오른쪽 40%, 왼쪽 45%인 A환자에겐 보청기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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