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연골 보존해 오래 쓰게, 관절염 치료법 개발·도입 앞장서

[이민영 기자] 입력 2022.06.20 10.38

[명의 탐방] 박영식 강북연세병원장

박영식 강북연세병원장은 “인공관절은 큰 수술이고 15년 정도면 부품이 닳아 재수술 가능성이 커진다”며 “관절염 진행을 막는 치료법을 찾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물 흐르듯 유연하던 관절도 나이를 먹으면 탈이 난다. 몇십 년씩 몸의 하중을 견디며 일해 온 무릎관절은 특히 망가지기 쉽다. 신체는 재생 능력이 있어서 새살이 돋고 부러진 뼈는 스스로 붙지만 연골은 다르다. 재생되지 않는 소모품이다. 혈액에는 재생 물질이 녹아 있는데 연골에는 혈관이 없다. 이런 연골 부위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이 줄기세포다.

강북연세병원 박영식(정형외과) 병원장은 환자의 무릎관절을 보다 오래 쓰기 위한 치료법을 고민하며 줄기세포를 비롯한 슬관절 치료의 저변을 넓혀 온 이 분야 권위자다. 찢어진 연골판을 봉합해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법을 개발하고, 전방십자인대를 더 안정적으로 재건하는 난도 높은 수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박영식 병원장은 “20년 넘게 무릎 수술을 하면서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막고 관절을 보존해 환자의 무릎을 구하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늘 숙제였다”며 “줄기세포 치료를 초창기에 도입한 것도 현재 시점에서 퇴행성 관절염 진행을 막는 일종의 해답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재생술은 환자의 무릎 연골을 70~95%까지 재생해 수명을 늘려준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종착역인 인공관절 수술이 두려운 사람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 줄기세포 치료를 단순한 주사 시술로 보기도 한다.

줄기세포 고정 기술이 결과 좌우
줄기세포 치료는 연골이 마모된 부위를 정리하고, 손상된 부위에 직접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박 병원장은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의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는 다양하다”고 말했다. 첫째, 다리 축이 휘지 않게 교정하는 과정이다. 박 병원장은 “아무리 연골 재생을 잘 해놔도 다리 축이 휘면 재생한 연골이 하중을 견딜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연골 결손 부위에 줄기세포를 고정하기 위해 작은 구멍을 내는 준비 과정이다. 셋째로는 줄기세포를 관절면 특성에 맞게 심는 것이다. 박 병원장은 “관절면은 평면이 아니기 때문에 곡면으로 줄기세포를 심어야 한다. 이런 노하우들이 치료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은 다양한 공식을 적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자처럼 슬관절 질환을 풀어나가는 의사다. 폭넓은 슬관절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무기(치료법)를 다룰 줄 안다. ‘적당히’란 단어를 어릴 때부터 해석하기 힘들어했다는 박 병원장은 “뼈를 정확하게 맞춰 치료하는 정형외과가 멋있었고, 다른 관절보다 좀 더 수학적인 정밀함을 요하는 무릎관절에 끌렸다”고 회상했다. 그의 이런 수학적 마인드는 무릎관절 질환을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박 병원장은 “환자가 문제를 가져오면 맥없이 두고 볼 수 없다”며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 방법을 계속 찾는 과정에서 수술법을 개발하거나 효과적인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전방십자인대 두 가닥 복원술 시행
그가 2010년에 개발한 연골판 봉합술(내측 반월상 연골판 후각부 파열의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법)은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초승달 모양의 반월상 연골판 기능을 회복해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막는 치료법이다. 반월상 연골판은 일부만 찢어져도 힘을 제대로 못 받아 기능을 상실한다. 박 병원장은 “손상된 부분을 제거하지 않고 봉합하면 연골판 기능이 살아나 쿠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위치상 뒤쪽이 찢어지면 봉합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때였다”며 “고민이 될 즈음 외국에서 봉합술을 시도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수술법 개발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3~4개월 시행착오 끝에 내시경을 통한 수술법을 고안해내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발표하고 치료에 도입했다. 연골판 뒤쪽 파열은 현재도 대부분 봉합보다는 절제를 선택할 만큼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박 병원장은 국내에서 ‘전방십자인대 두 가닥 복원술’을 활발히 집도하는 몇 안 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그는 “국수 소면 다발을 단면으로 보면 가닥이 빼곡하듯 전방십자인대도 그렇다. 겉으론 한 가닥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섬유질이 크게 두세 개로 나뉘고 기능도 분리돼 있어 무릎을 굽힐 때 힘을 받는 부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전방십자인대를 한 가닥으로만 복원했던 2000년대 초반, 그가 두 가닥 복원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관련 논문을 찾아 공부해 적극적으로 수술법을 도입한 이유다. 박 병원장은 “수술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임상 경험으로 보면 두 가닥 복원일 때 무릎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이 까다롭고 복잡한 수술법과 다양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건 치료 결과에 도움이 돼서다. 무릎 수술은 성공적이어도 환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1~2㎜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으면 좀 더 올바른 방법을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며 “다양한 치료 옵션을 갖고 최적을 제시하는 길을 앞으로도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절염 말기 환자 연골 줄기세포로 80% 회복”
[박영식 병원장의 치료 경험담]

줄기세포 수술 후 무릎 건강을 회복한 손순자씨.

“산을 좋아하는데 무거운 짐만 메지 않으면 웬만한 트레킹은 무리가 없어요. 요즘은 캠핑 다니는 재미가 있네요.” 가벼운 산행과 여행을 즐기는 손순자(58)씨는 2년 전만 해도 20분 넘게 걷기 어려울 만큼 무릎이 아팠다. 비스듬한 길을 내려가기도 쉽지 않았다. 손씨는 “통증 때문에 잠도 못 잘 정도로 아파 죽겠더라”고 했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보니 연골의 절반 이상이 닳아 없어진 관절염 말기였다. 인공관절이 답이었지만 손씨는 고민이 됐다. 그는 “당시 50대 중반이어서 인공관절을 하기엔 좀 젊다고 생각했다. 내 관절을 더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씨의 주치의였던 강북연세병원 박영식 병원장은 “손씨는 연골 손상 부위가 넓은 말기 관절염이어서 줄기세포 치료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었다”며 “하지만 환자가 자신의 무릎관절을 살릴 방법을 원했고, 인공관절은 보통 60대 후반에 권유하므로 고민 끝에 줄기세포 치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수술은 관절 내시경으로도 하지만 손씨의 경우 무릎을 5㎝ 정도 절개해 수술을 진행했다. 박 병원장은 “손상 부위가 넓으면 내시경만으로는 시야가 제한적이어서 줄기세포를 고정하는 게 여의치 않아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흉터 없이 한다고 내시경만 고집하다 이식이 제대로 잘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후 1년7개월째, 걷기로 건강관리
수술 6개월 후 MRI 촬영에서 손씨의 연골은 80% 이상 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병원장은 “이 정도면 줄기세포 재생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며 “환자가 재활 의지가 강해 수술 후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 실천한 것도 치료 결과가 좋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손씨는 요즘 중랑천을 걷거나 봉화산을 가볍게 산행하며 일상에서 건강을 관리한다. 그는 “줄기세포 수술을 받은 지 1년7개월째인데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며 “주치의 선생님이 환자와 만날 때마다 재활 치료와 생활습관을 철저하게 잘 지키는지 꼼꼼히 묻고 점검해 치료 계획을 잘 따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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