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 재활, 침·한약 병행하면 치료 효과 배가"

[정심교 기자] 입력 2022.06.17 09.04

[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권승원 교수

뇌졸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한 번 발병했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적극적인 재활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치료도 골든타임이 있다. 발병 후 늦어도 6개월 이내엔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시기에 양방뿐 아니라 한방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성과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임상연구가 나오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권승원 교수에게 뇌졸중 환자의 한방 치료에 대해 들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질의 : 뇌졸중을 한방에선 어떻게 부르나.
응답 : “뇌졸중은 한방에서 '중풍(中風)'이라고 표현한다. 증상을 나타내는 말의 조합인데, 중풍의 '풍'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뿐 아니라 갑작스레 찾아온 신경학적 이상을 가리킨다. 몸이 갑자기 마비되고, 경련을 일으키거나, 의식이 없어지는 등 갑작스러운 변화를 묘사한다. '중'은 적중했다는 뜻이다. 중과 풍이 결합한 중풍은 '갑작스레 맞이했다'는 의미로, 갑자기 병변이 시작하는 뇌졸중의 특징을 담고 있다.”

 

 질의 : 한방에서 바라보는 '중풍'의 발병 기전은.
응답 : “예로부터 ▶담음이 많은 체질 ▶열이 많은 체질(화열) ▶허로가 심한 경우 등에서 중풍이 잘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했다. '담음'은 몸속 찌꺼기가 많고,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몸이 비대해지는 것을 가리킨다. 지금으로 치면 대사증후군, 동맥경화, 이상지질혈증, 비만, 폭음·폭식하는 식습관, 수면무호흡증 등이 담음에 해당한다. '화열'은 몸에 열이 많고 얼굴이 울긋불긋한 경우 체력은 좋지만, 화를 잘 내는 성격 등을 가리킨다. '열이 많다'는 건 혈관의 만성 염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동맥경화의 요인이다. 고혈압,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교란, 수면장애 등이 화열에 해당한다. 허로가 심한 경우는 체력이 현저히 저하된 고령자, 면역저하 상태인 다양한 질환을 아우른다. 뇌졸중의 원인 인식에 있어서는 동·서양 의학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이러한 원인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치료 도구다.”

 

 질의 : 한방에서 중풍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도구가 침인가.    
응답 : “그렇다. 침 치료는 날카로운 침으로 신체 일정 부위, 특히 경혈을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이것이 감각자극에 해당한다. 침 치료는 뇌 피질을 활성화하며 뇌에 대한 가소성을 자극한다. 쉽게 말해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임상연구가 진행됐다. 유럽에서 진행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후 언어장애로 실어증이 유발된 환자에게 침 치료 시행 전후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검사를 진행했더니 실어증과 관련 있는 언어영역(뇌의 언어피질) 활성도가 침 치료 후 유의하게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이 변화량이 많을수록 환자의 회복도도 좋았다.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더는 제 기능을 못한다. 하지만 그 죽은 세포 옆에 있는 다른 뇌 신경 세포가 새롭게 훈련받으면 새로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신체 다른 부위의 신경세포는 못하는, 뇌 신경만의 특징이다. 평소엔 신경세포가 각자의 일을 하다가, 옆에 있던 신경세포가 죽으면 그 신경세포가 맡아온 기능까지 도맡을 수 있단 얘기다. 이 과정이 가능하게 하려면 '특수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법 중 하나가 침 치료다.”

 질의 : 침 치료의 또 다른 기능은 뭔가.  
응답 : 침 치료는 혈관 자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가 침 치료를 받고 나서 '뇌혈관 반응도'가 향상했다. 뇌혈관 반응이도란, 뇌혈관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지 않도록 혈관을 스스로 확장하는 기능을 가리킨다. 이는 자생적으로 우리 몸이 타고난 기능이다. 이 기능은 뇌졸중 환자에게 저하돼 있지만 침 치료를 계속 받으면 개선된다. 실제로 침 치료 후 TCD(경도 혈관 초음파)를 실시하면 뇌혈관 반응도가 개선되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침 치료는 신경세포의 독성도 완화한다. 우리 몸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침 치료 후엔 신경세포의 독성을 완화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됐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경혈 자리가 총 일곱 군데 있다. 이 경혈은 머리의 일부, 팔과 다리에 몇 개씩 존재한다. 침 치료는 머리와 마비된 쪽의 팔다리에 침을 놓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질의 : 한방의 중풍 치료법 가운데 한약 복용법도 있는데.  
응답 : “한약의 중풍 치료 기전은 첫째, 신경보호 효과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각종 한약재가 항산화·항염 기능으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둘째, 혈관내피세포 기능의 향상이다. 한약치료를 진행한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장애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뇌졸중의 치료·예방에 도움된다. 대표적인 예로 '청혈단'은 예로부터 중풍 치료에 사용해온 '황련해독탕'에 대황을 추가하고 80%의 에탄올을 사용해 유효성분을 많이 뽑아낸 약이다. 이렇게 만든 청혈단은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개선해 혈관 확장 기능을 끌어올리고 뇌졸중 재발을 막는다. 뇌졸중 가운데 뇌경색은 혈전이 원인이다. 항혈전제의 경우 한방에도 있긴 하지만 비용의 이유로 아스피린, 와파린 등 양방의 약물로 대체한다. 셋째, 염증성 합병증 방지다. 뇌졸중 환자는 재활치료를 오래 받을수록 염증성 합병증(요로감염, 흡인성 폐렴, 욕창 등)이 생길 위험을 높인다. 이럴 경우 재활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염증성 합병증을 막는 대표적인 보제(몸을 보하는 효과를 지닌 처방군)는 '보중익기탕'이다. 일본에서 진행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보중익기탕을 복용한 뇌졸중 환자는 복용하지 않은 환자군보다 염증성 합병증이 적게 발견됐다. 또 뇌졸중 환자에게서는 항생제 내성균이 장에 집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격리돼야 한다. 보중익기탕을 복용하면 항생제 내성균의 집락에서 더 빨리 벗어났다. 뇌졸중 환자에게서는 기침할 때 사레에 걸리고 침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기도 한다. '반하후박탕'은 뇌졸중 환자의 삼킴장애를 막아 흡인성 폐렴 예방에 탁월하다.”

 질의 : 뇌졸중 발병 후 어떤 단계에서 한방 치료를 받는 게 좋은가.  
응답 : “뇌졸중 첫 발병 후 1주일간은 양방에서 응급처치를 받는다. 그 이후 2주차부터는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혹 응급처치 후 6개월이 넘어서야 재활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있는데, 재활치료마저 못 받을 수 있다. 뇌졸중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은 발병 후 3개월 이내, 늦어도 6개월 이내에는 받아야 한다. 이 시기는 통상 뇌졸중 발병 이후 재활치료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며, 뇌 가소성이 최대한 발휘되는 시기다. 그 이후엔 뇌 가소성이 떨어져 회복이 힘들어진다.”

 

 질의 :중풍의 한방치료 시 주의할 점은.  
응답 :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의 침 치료가 아직 일부에서 있다.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항혈전제를 복용한다. 한의사가 통상 사용하는 침은 문제없는데, 혹시 불법적 장소에 가면 굵은 침, 기다란 침(장침) 등을 내세우는데 환자가 현혹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침은 위험하고, 실제로 종종 관련한 사고가 보고돼 주의해야 한다. 허가된 한방병원 또는 한의원인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경희대병원과 경희대한방병원의 뇌졸중팀은 환자가 원하면 양방과 한방이 협진한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경증 뇌경색 환자의 조기 사회 복귀 위한 임상 경로 개발 연구도 양방의 신경과와 공동 연구하고 있다.”

 

 질의 : 중풍 치료 시 환자가 지켜야 할 점은.
응답 : “한방치료를 받는 중풍 환자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중풍은 워낙 두렵기도 하고 오랜 기간 투병해야 하다 보니 다양한 음식 관련 정보에 노출된다. 어떤 분은 '닭은 안 된다 하고, 오리는 된다고 하던데요'라고도 한다. 하지만 답은 '손주들에게는 골고루 먹으라고 하지 않으세요?'다. 뭔가를 가려서 편식하기보다는 골고루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게 빠른 회복에 도움된다. 스스로 움직이는 운동도 해야 한다. 많은 환자는 치료사가 도움을 주는 운동을 해야만 재활치료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운동은 스스로 움직여 진행한 운동법이다. 아주 작은 동작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스스로 움직이는 게 좋다. 뇌졸중으로 팔·다리 마비가 생기면, 마비된 쪽에만 다들 집중한다. 하지만 한쪽이 아예 움직이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쪽의 팔·다리 근육도 위축되기 시작한다. 이때 마비되지 않은 쪽 근육을 최대한 활용해야 추후 재활치료를 받을 동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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