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건선이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깨끗한 피부 가질 수 있어”

[권선미 기자] 입력 2022.05.27 09.19

[J인터뷰]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

염증성 질환인 건선은 조용히 삶을 파괴하는 병이다. 면역학적 이상으로 피부 각질 형성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염증 상태에 따라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한다. 팔꿈치·무릎 등에 각질이 겹겹이 쌓여 피부가 하옇게 일어나거나 피부 염증으로 붉으스름한 발진이 돋고 극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문제는 건선이 피부 증상만으로 끝나지 않느다는 점이다. 염증이 누적되면서 피부뿐만 아니라 심혈관·관절 등을 자극한다. 건선을 오래 앓으면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염증이 관절까지 침범해 손가락·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에 염증이 나타나 붓고 뻣뻣해지다 관절이 변형되는 건선성 관절염 등을 겪을 수 있다. 염증이 관리 되지 않으면 건선의 모든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돼 악화한다. 

최근 건선 분야에 다양한 생물학 제제가 도입되고 발병 초기 적극적인 치료로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건선 치료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에게 건선 증상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이 교수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건선 치료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문제를 질문화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면서 효과적 건선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지침서인 ‘건선 치료 마스터: 판상 건선의 재래식 치료법’를 최근 출간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건선은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지 않나. 

“위험한 생각이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다. 면역학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전신 염증성 질환으로 봐야 한다. 건선으로 치료 받는 환자 5명 중 1명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 건선 환자다. 건선 초기엔 붉은 피부 발진에 각질이 덮이는 정도지만 더 진행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병변 부위가 넓어진다. 

전신 건강도 나빠진다. 피부로 드러난 증상은 빙산의 일각이다. 원인은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두면 피부만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건선을 오래 앓으면 비만·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건선성 관절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건선 환자의 10~30%에게서 관찰되는 치명적 합병증이다. 염증으로 관절이 붓고 뻣뻣해지다가 관절이 변형된다. 다양한 건선 합병증은 중증 건선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행히 건선은 눈에 보이는 피부 증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치료하면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엔 건선 발병의 주요 원인인 면역체계에 작용해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다양한 생물학 제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 매년 4~12회가량 꾸준히 주사를 맞으면 완치 수준 피부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 관절 변형을 억제하는 데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Q2. 피부 증상 개선이 왜 중요한가.

“건선은 피부에 뚜렷한 병변이 나타난다. 환자 입장에서는 시각적으로 건선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셈이다.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는 불안 장애, 우울증, 신경증성 장애 등 정신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20대 발병률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피부 증상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피부가 깨끗해지면 심리적으로 건선이 발병하기 전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다. 적극적인 치료로 피부 병변이 완전히 소실될 수 있다는 희망은 환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일상을 영위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준다. 경증 건선이라면 선제적 치료로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대처한다. 중증 건선이라면 빠르게 치료 강도를 높여 신속하게 피부가 깨끗해지는 치료 효과를 경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Q3. 건선의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건선은 더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제대로 치료하면 지긋지긋한 건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치료 환경도 크게 좋아졌다. 요즘엔 다양한 생물학 제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성공률이 피부 증상 90% 개선을 목표로 할 정도로 기준이 높아졌다. 치료 목표도 완전히 깨끗한 피부로 잡는다. 중증 건선도 적절히 치료받으면 깨끗한 피부로 살아갈 수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피부 증상이 75% 정도만 개선돼도 만족했던 시절에 비하면 빠르게 좋아졌다. 앞으로는 피부 증상뿐만 아니라 동반 질환 개선 혹은 예방까지도 치료 목표에 들어갈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중증 건선이라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부 증상 나타났을 때 적극 치료 필요
방치하면 각종 동반 질환 발생 위험 높아져
지속적 유지·예방 치료로 부정적 영향 차단해야


Q4. 치료 환경이 좋아졌어도 여전히 건선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건선은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피부 증상이 나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간혹 치료해도 재발하니 어쩔 수 없다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건선이라는 질병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화재를 진압할 때는 큰 불을 끄고 잔불도 확실하게 진화해야 한다. 건선 치료도 마찬가지다. 급한 피부 증상을 완화하고 유지·예방 치료로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상태가 더 악화할 뿐이다. 일종의 치료 실패다.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을 믿고 치료 계획을 잘 따라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의료진에게 어떻게 치료할지, 피부 증상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여러 치료 방법에 따른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진지하게 상담해야 한다. 특히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선 부위에 연고·겔 등을 바를 땐 교육받은 대로 잘 실천해야 한다. 같은 성분의 약(코르티코스테로이드)이라도 바르는 부위에 따라 피부 흡수율이 다르다. 당연히 약의 농도가 달라진다. 의료진의 세심한 약 처방과 환자의 꼼꼼한 투약이 병행되면 건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Q5. 중증 건선 치료에 쓰는 생물학 제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

“생물학 제제는 건선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에 표적으로 작용해 피부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바르는 약이나 광선 치료, 전신 치료 등에도 효과가 없을 때 투약을 고려한다. 현재 건선 치료에 쓰이는 대표적인 생물학 제제는 인터루킨 23 억제제(리산키주맙·구셀쿠맙), 인터루킨 17 억제제(세쿠키누맙·익세키주맙), 인터루킨 12/23 억제제(우스테키누맙)가 있다. 대부분의 생물학 제제가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생물학 제제별 치료 효과, 투약 편의성, 동반 질환 유무 등을 고려해 개인 상황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한다. 예컨대 직장·학업 등으로 자주 병의원을 방문하기 어렵다면 연 투여 횟수가 적은 치료제를 선택하면 도움될 수 있다.” 

Q6. 가장 최근 도입된 인터루킨 23억제제(리산키주맙)의 치료 효과는 어떤가.

“중증 건선 치료에 활발하게 쓰이는 약 중 하나다. 관련 임상 자료에 따르면 유지요법 기준 연 4회 투여로 치료 1년 시점(52주)에 건선 환자의 절반 이상인 58.5%는 피부 증상이 완전히 소실된 100% 피부 개선(PASI 100)에 도달했다. 특히 리산키주맙 투여로 피부 증상이 완전히 소실된 환자의 60.5%는 장기간(172주) 치료 효과가 유지됐다. 긍정적인 치료 효과다.

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선의 흔한 합병증인 건선성 관절염 치료 효과도 인정받아 적응증이 추가됐다. 건선성 관절염으로 리산키주맙을 투여한지 24주가 지난 시점에서 절반 이상인 57.3%가 건선성 관절염으로 붓고 아픈 관절의 수가 최소 20% 줄어든 ACR20을 달성하면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Q7.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건선 치료는 장기전이다. 건선의 부정적 영향이 누적되는 것을 막으려면 1차적으로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생물학 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중증 건선은 오히려 탈출구를 찾았으니 지속적 치료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만 생물학 제제 적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이다. 장기 재래식 치료를 지속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악화·호전을 반복한다. 이때가 제일 중요하다. 환자는 담당 의료진을 신뢰하고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의료진 역시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치료법으로 재발 시기를 늦추면서 증상의 강도를 낮추는 유지·예방적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건선 치료가 지연되면 중증도가 높아지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뿐이다. 건선 치료는 내 증상에 맞춰 적절하게 대처하면 힘들지만 치료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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